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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리따는 뉴질랜드 동포들

글쓴이 : 굿데이뉴질랜드 날짜 : 2012-01-07 (토) 01:27:46

 

고사리는 한국인들에게는 퍽이나 친근감이 가는 식물이다. 물론 중국인들도 고사리하고 인연이 깊다. 춘추시대 백이(伯夷)와 숙제(叔齊)가 고사리를 먹고 연명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우리 조국에서는 고사리가 제사음식으로 빠지지 않는다. 그런 탓에 어릴 때부터 고사리는 항상 우리 곁에 있었다.

뉴질랜드는 고사리가 아예 국가를 상징하는 식물이다. 실버 펀이라는 고사리는 뉴질랜드 여권 앞장에 인쇄되어 있다. 오클랜드를 비롯하여 뉴질랜드에 거주하는 상당수의 한국 동포들이 봄철에 고사리를 따서 갈무리했다가 나물이나 육개장 등을 끓일 때 사용한다.

고사리를 채취하는 11월엔 이따금 도로에 차를 세워놓고 고사리를 따는 한국동포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고사리는 땅에서 순이 올라오기 시작하면서 5일쯤 됐을 때 따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한다. 15cm에서 20cm 가량 순을 꺾어서 고사리 나물로 사용한다. 고사리는 날것으로 먹지 못한다. 그래서 순을 삶아서 말리거나 혹은 냉동실에 보관하여 수시로 사용한다.

뉴질랜드 거주 한국 동포들만이 고사리를 채취하는 것은 아니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에 거주하는 한국 동포들도 봄이 되면 숲으로 들어가서 고사리를 채취한다. 캐나다와 미국에 살고 있는 동포들도 고사리를 채취한다. 특히 캐나다에 거주하는 동포들 가운데 상당수가 고사리를 너도 나도 채취하는 바람에 일부 국립공원 지역에서는 아예 고사리 채취를 금지하고 있다. 아직까지 뉴질랜드에서는 고사리를 채취하는 것에 대해 금지 조치가 있었다는 소식을 들어 보지 못했다.

 

www.en.wikipedia.org

뉴질랜드에는 여러 종류의 고사리가 서식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식용으로 잘 알려진 고사리는 마더 스프린워트(Mother spleenwort)라는 것이다. 학명으로는 Asplenium bulbiferum이라고 한다. 이 고사리는 호주와 뉴질랜드에 집중적으로 자라고 있는데 키위(뉴질랜드인의 애칭)들이나 오지들은 '헨 앤 치킨 펀(hen and chicken fern)'이라고 한다. 마오리들은 '피코피코(pikopiko)'라고 하거나 '모우쿠(mouku)', 또는 '마나마나(manamana)'라고 한다.

일부 키위들이나 마오리들 가운데 '헨 앤 치킨 펀'의 새순을 먹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키위들이나 마오리들은 고사리를 식용식물로 여기기보다는 토양을 보존하고 기름지게 하는 식물로 생각한다. 즉 고사리가 있음으로써 토양의 습기가 잘 유지된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뉴질랜드의 일부 농장에서 '헨 앤 치킨 펀'을 상업적으로 기르기 시작했다. 따라서 고사리에 대한 상품성이 입증될 경우 뉴질랜드에서도 대대적으로 고사리를 작물로 키우게 될 것으로 보인다.

뉴질랜드에서 직접 채취해서 먹는 고사리의 맛과 한국이나 중국에서 수입된 건조 고사리를 불려서 먹는 맛의 차이는 크다. 아무래도 직접 채취해서 먹는 고사리의 육질과 향이 우수하다. 단지 고사리를 먹으면서 찜찜한 구석이 있기는 하다.

'식료본초(食療本草)'에서는 오래 먹으면 눈이 어두워지고 코가 막히고 머리털이 빠진다고 하였으며, 또 어린이가 먹으면 다리가 약해지고 걷지를 못한다고 하였다. '식료본초'는 중국 당대에 맹선(孟詵)이 편찬한 전문의서이다. 또한 '본초습유'에서는 "많이 먹으면 양기가 사라진다. 백이와 숙제가 고사리를 먹고 요절하였다"라고 적고 있다. '본초습유(本草拾遺)'는 중국 당나라 진장기(陳藏器)가 편찬한 의서이다. 이처럼 의서의 고전에서 고사리를 먹는 것이 유익함이 없다거나 몸에 해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 탓에 마음놓고 즐겨 먹을 수가 없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뉴질랜드에 살면서 두 차례에 걸쳐 고사리를 채취한 적이 있다. 채취한 고사리로 장어탕을 끓일 때 넣었는데 그 맛이 일품이었다. 뉴질랜드에서 흔한 민물장어에다가 들판에 널린 고사리로 이렇게 훌륭한 요리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큰 기쁨을 얻은 적이 있다. 인간에게는 채취하고 사냥하는 본능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슈퍼마켓에 가면 얼마든지 살 수 있는 식품들을 구입하여 요리를 하면 이렇게 큰 기쁨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직접 손으로 채취하고 잡은 것으로 요리를 할 때의 기쁨은 아마도 숨겨져 있던 야생적 본능이 꿈틀대면서 살아났기 때문일 것이다.

뉴질랜드에 거주하는 많은 동포들이 낚시를 즐기거나 산행을 하면서 고사리를 채취하는 것을 보면 아마도 그들에게도 나와 같은 본능이 있을 것이라 생각을 해본다. 현대에는 슈퍼마켓에서 돈을 주고 사는 편리함과 경제성이 생활을 지배한다. 노동과 모험이라는 야성(野性)이 거의 사라졌다. 현대인들이 잃어버린 야성에서 기쁨을 찾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그런 생각에 이르면 고사리를 먹는 것이 조금 몸에 해롭다고 해도 일년에 한번쯤 적당량을 채취해서 고사리 요리를 즐기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기억할 것은 뉴질랜드 상징이 되다시피한 실버 펀은 먹을 수 있는 고사리가 아니라는 점이다. 실버 펀은 최고 10m까지 자라는 나무라고 할 수 있다. 나물이 아니다. 실버 펀은 럭비 월드컵 우승을 차지한 올블랙스의 로고이기도 하지만 넷볼팀도 실버펀스다. 또한 축구의 올화이츠도 실버 펀을 로고로 사용하고 있고, 여성 크리켓은 화이트 펀스이며, 여성 럭비팀은 블랙 펀스다. 뉴질랜드가 자랑하는 요트 '팀 뉴질랜드'의 로고도 실버펀이다. 그러고 보면 뉴질랜드는 국가대표팀들이 너도나도 고사리를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소니리/Sonie Lee>

* 굿데이 뉴질랜드(www.goodday.co.nz)- 소니 리의 굿모닝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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