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투수 로저 클레멘스가 지난 18일 미국 워싱턴 연방법원에서 속개된 재판에서 기소된 6건에 대해 모두 무죄평결을 받고 자유의 몸이 됐다.
클레멘스는 2008년 2월 하원 청문회에 참석해 2007년 12월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발표한 금지약물 보고서 내용을 정면으로 부인했다가 2010년 8월 두 건의 위증, 세 건의 허위사실 진술, 한 건의 의회지연방해죄로 정식 기소됐다. 재판은 지난해 7월 시작됐으나 검찰이 실수로 증거 채택이 인정되지 않은 동영상을 배심원들에게 보여주었다가 무효화 됐고 지난 4월부터 다시 재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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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담당검사를 두 명에서 다섯 명으로 증원하고 60명이 넘는 증인을 확보해 클레멘스의 죄를 입증하려 했으나 클레멘스는 성공적으로 검찰의 공격을 막아냈다. 여덟 명의 여성과 네 명의 남성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무려 열 시간이 넘는 긴 회의를 거쳐 클레멘스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로써 스포츠 스타들의 금지약물 사용과 관련해 열린 중요한 두 번의 재판에서 미국 정부는 두 번 연속 헛손질을 한 셈이 됐다.
클레멘스 외에 또 다른 한 건은 홈런왕 배리 본즈. 그 역시 2003년 연방대배심에 증인으로 참석해 “알면서 스테로이드를 사용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가 僞證(위증)혐의 등으로 기소된 뒤 재판을 거쳐 중요한 부분에서는 모두 무죄 평결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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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즈는 의회지연방해죄 한 가지에 대해 유죄평결을 받아 사실상의 승리를 거뒀지만 이마저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해 재판을 앞두고 있다.
두 명의 전설적인 스포츠 영웅이 범죄자의 오명을 씻어냈다는 점은 스포츠 팬으로선 반가운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클레멘스를 포함한 두 번의 재판이 남긴 결과는 너무도 허무하다.
그렇게 많은 시간과 돈, 인력을 낭비하면서 그 같은 재판을 할 명분이 있었느냐는 것이다.
이미 스포츠 스타가 대중문화의 아이콘이 되는 상황에서 그들의 부정행위에 대한 斷罪(단죄)를 위해 과연 정부가 나선다는 건 다소 어색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무언가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필요하기는 했다. 다만 너무도 깊이 파고들다 스스로 자기 함정에 빠진 것과 같은 느낌이다.
미국 정부가 스포츠스타들의 금지약물 복용에 대해 예민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 건 2000년대 초반부터였다.
많은 청소년들이 자신들이 우상으로 떠받드는 스포츠 스타들을 따라 하며 그들과 같은 힘을 키우기 위해 스테로이드 등 금지 약물을 복용했고 그 부작용이 커지자 정부가 나선 것이었다.
처음에 정부는 스테로이드 사용이 공공연한 비밀이 된 메이저리그를 겨냥해 정부가 개입할 수 있다는 경고를 했고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부랴부랴 금지약물 규제 조항을 만들었다. 하지만 선수노조의 강력한 반발 때문에 강력한 규제안을 만들기는 어려웠고 의회와 정부의 압력은 더욱 커져갔다.
마침내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전 민주당 의원인 조지 미첼을 위원장으로 한 메이저리그 금지약물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그 보고서를 2007년 12월에 발표했다. 거기에는 수많은 선수들이 스테로이드와 성장호르몬 같은 금지약물을 사용한 사실이 포함돼 팬들에게 충격과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클레멘스는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선수였다. 클레멘스는 자신의 潔白(결백)을 주장했고 그 같은 주장이 의회청문회와 재판으로 이어진 것이었다. 클레멘스가 재판에서 이겼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갖고 있으며 금지약물 사용에 대한 의혹도 거두지 않고 있다. 즉 검찰이 그의 유죄를 입증하지 못했을 뿐, 그가 무죄라는 사실을 깨끗이 입증하지는 못했다는 해석이다.
아무튼 철창신세는 면했지만 클레멘스에게 여전히 여론 재판은 남아 있다. 기록상 그는 당연히 명예의 전당에 올라야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럴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2007년에 은퇴한 클레멘스는 내년부터 명예의 전당 후보가 된다. 그에 대한 투표는 올 겨울에 실시된다. 그게 진짜 그에 대한 재판이 될 것이다.
* News Korea Texas, Inc.(www.newskorea.com) 제공, ‘김홍식의 스포츠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