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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문(獨立門) 유감(有感)

매국노의 후손과 독립운동가의 후손
글쓴이 : 창천 날짜 : 2016-09-21 (수) 16: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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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연휴(秋夕連休)가 끝나갈 무렵 모처럼 고교동창(高校同窓)들과 약속이 생겼습니다.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날 들뜬 마음이 반이었고 또 남은 반은 호크 푼 채 운동화 꺽어 신고 옆구리에 가방 구겨 넣고 다니던 그 시절, 국도극장(國都劇場)에서 취권(醉拳)을 보고 돋음 발로 뛰듯이 걸으면서 가벼이 대여섯은 일장(一掌)에 쓰러뜨릴 기백에 찬 모습으로, 모이기로 한 영천시장(靈泉市場) 앞 버스정거장으로 갔습니다아직도 영천시장이 있다는 것이 신기방기하게 여겨지는데, 십 수년 만에 보는 서대문 거리는 도로 왼쪽과 오른쪽이 세대단절(世代斷切)의 그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재개발(再開發)이라는 그 찬란한 그림자는 시장을 반 토막 내버렸고 건너편은 산산이 부서져 흔적조차 없어졌는데 아마도 해가 한두 번 바뀌면 엄청난 고층의 위압적인 모습으로 환골탈태(換骨奪胎)될 것일 터이고, 그 건너편은 개발 계획인 없는 것인지 아니면 지주들간의 이해불일치(利害不一致)로 재개발 추진이 되지 않는 것인지, 여하튼 까까머리에 선진운수(先進運輸) 타고 광화문(光化門) 나가던 때의 모습이 남아있습니다. 우중충하고 낡았지만 그래도 더 정겹게 다가오는 것은 무분별한 개발에 지친 탓인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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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구유별(新舊有別)의 당혹감(當惑感)에 잠시 정신줄을 놓았는지 내려야 할 정거장을 순식간에 지나쳐버려 어쩔 수 없이 다음 정거장에서 내려서 터벅터벅 약속 장소로 가는데 개발(開發)의 상흔(傷痕)이 전혀 없는 우거진 수풀에 고즈넉한 분위기가 느껴져 어딘가 했더니, 그곳은 바로 서대문독립공원(西大門獨立公園)이었습니다. 그제서야 넓게 보니 위쪽에 그 악명 높던 서대문형무소(西大門刑務所)가 있고 그곳으로부터 영천시장 사거리까지가 독립공원이었습니다. 생각하지도 못했지만 가는 길이기도 하고 시간이 있어 둘러보았습니다. 휴일이어서 지금은 서대문형무소역사관(西大門刑務所歷史館)으로 바뀐 형무소는 아쉽게도 관람을 할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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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독립선언기념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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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독립선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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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필선생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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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문

 

서울이 달라진 점이 있다면 공원이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뉴욕에 센트럴공원이 대단하다고 하는데, 그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곳곳에 공원들이 생기고 있으니, 그나마 답답한 환경에 작은 숨통을 틔우는 듯하여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대문독립공원은 꽤 넓은 부지에 깨끗하고 단아하게 잘 꾸며 놓았습니다. 명절을 지낸 가족들이 나와 애들은 자전거도 타고 어른들은 돗자리에 누워 있고 젊은이들은 속삭이며 걷고 있는 정경이, 서늘하게 부는 바람 따라 평온함이 넘치듯이 흘러갑니다. 그리고 이 곳은 그 참혹했던 일제의 모진 압제를 부수고 독립을 쟁취하고자 온몸을 불사른 독립운동가(獨立運動家)들을 추모하는 공원이기에, 무어라 형언하기 어려운 감정이 차분하게 솟구치는데, 밝게 웃으며 지나가는 꼬마들에게, 그리고 우리 자식들에게 평화와 번영의 저변(底邊)에는 무엇이 있었는지를, 진정한 역사적 진실을 알려주어야 한다는 사명감(使命感)이 꿈틀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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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대표 33인

 

하지만 진실은 왜곡되고 사실은 숨겨져야만 했다는 뒤틀린 역사는 어떻게 바로 잡아야 하고, 독립운동가들의 비참한 말년과 그 후손들의 힘들고 어려운 삶의 이야기들을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賣國奴)들의 후손(後孫)들과 처벌하지 못한 친일인사(親日人士)들 그리고 그 자식들의 호가호위(狐假虎威)는 또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배반의 역사를 고발하고 친일은 반드시 청산해야만 한다는 염원으로 반민친일(反民親日)의 역사를 찾고 그 부역자(附逆者)들 색출에 평생을 바쳤던 임종국(林鍾國)선생이 이순간, 너무도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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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 신성한 독립공원도 오욕(汚辱)의 역사(歷史)를 숨기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끝까지 절개(節槪)를 지키지 않은 거짓된 독립운동가들의 탐욕에 의해 감추어져 있는 것은 아닐까요?

 

독립문(獨立門)도 원래 자리에 있지 못하고 개발논리(開發論理)에 옮겨지는 수모(受侮)를 당하였는데, 화려하게 치장된 앞모습에서 바로 돌아서면 보여지는 광경이 자랑스런 대한민국(大韓民國)의 일그러진 역사를 보는 듯하여 가슴이 터질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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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으로부터 올라오는 태풍의 기세에 밀려 푸르름을 잃어버린 하늘은 무심하게 서대문을 외면하고 있는데, 없는 듯이 지나가는 가을을 덥석 삼키고 곧 이 땅을 얼려버릴 겨울은 있겠지만, 그래도 봄은 오고야 말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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