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한반도 시민’에 관해
모처럼 미국을 여행합니다. 1월 16일 새벽 집을 나서 로스앤젤레스, 뉴욕, 워싱턴, 애틀랜타에서 지인들 만나 이야기 나누고 강연하며 아들 결혼식 보고 3월 24일 밤 집에 돌아오는 일정입니다.
미국여행은 2018년 1월 이후 5년 만에 처음이고, 해외여행은 2019년 5월 도쿄강연 이후 처음이네요. 2020년 2월 자카르타 강연 위해 비행기표 사놨다 코로나로 취소하면서 나라 밖으로 나가지 않았으니까요. 설레는 맘으로 나가는데 연로하시거나 거동 불편한 어르신들은 제가 찾아뵙겠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은 아래 시간과 장소에서 뵙고 싶습니다.

1) 1월 17일 (화) 18:30, LA 카페 예 (450 S. Western Ave. #315)
2) 1월 21일 (토) 17:00, 뉴저지 한인회관 (21 Grand Ave. Palisades Park, NJ)
3) 1월 23일 (월) 18:00, 워싱턴 성공회교회 (10520 Main Street, Fairfax, VA)
4) 1월 25일 (수) 부터 애틀랜타에서의 일정은 나중에.
책 이야기: 선우현.김화순 편저, <한반도 시민론>, 진인진, 2022.
‘한반도 시민’이란 좀 생소한 말이 들어간 책 제목부터 흥미롭습니다. 특히 ‘통일’을 얘기할 때는 으레 ‘민족’이란 말을 쓰기 마련인데, 이 책은 ‘민족 공동체 통일’이란 용어에 담긴 부정적 인식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2023년 현재 남한정부의 통일정책은 1989년 노태우 정부가 만든 ‘한민족 공동체’ 통일방안을 1994년 김영삼 정부가 살짝 고친 ‘민족 공동체’ 통일방안입니다.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를 거쳐 지금까지 그대로 내려온 거죠. 저는 3단계로 돼있는 이 통일방안에서, 화해와 협력을 통한 평화공존을 추구하자는 1단계와 국가연합을 이루자는 2단계가 바람직하고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남북이 ‘(한)민족 공동체’를 이루자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 학자들 사이에서 제기돼왔지요.
그들이 내세우는 내용과는 다르지만 저도 ‘(한)민족’을 강조하는 건 설득력이 크지 않다고 주장해왔습니다. 통일의 당위성이나 필요성을 얘기할 때 기성세대는 남북이 ‘한민족’이라는 점을 앞세우는 경향이 크지만 젊은이들은 전혀 그렇지 않거든요. 요즘은 기껏 3-4인 가족 안에서도 직장이나 교육 문제로 부부 사이 또는 부모와 자식 사이에 떨어져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젊은이들은 결혼을 미루거나 거부하며, 결혼하더라도 출산(出産)을 꺼리거나 최소화하는 추세이고요. 이런 터에 남쪽 5000만과 북쪽 2500만이 같은 핏줄이라고 굳이 한 울타리 안에서 살자는 게 얼마나 절실하냐는 게 제 생각이었죠. 게다가 인류 역사에서 수많은 전쟁의 가장 큰 이유가 민족과 종교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현재 지구상에 약 2,000종 민족이 있고 200개 안팎의 국가가 있는데, 모두 저마다 ‘민족국가’를 이루려고 한다면 적어도 1,800번 전쟁을 치러야 하지 않겠느냐는 주장도 곁들였고요.
암튼 문학, 역사학, 철학, 정치학, 사회학, 북한학, 여성학, 문화인류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지닌 중견 학자들과 소장 연구자들이 “한반도 시민의 등장”이라는 주제로 토론하며 연구해온 결과물이 이 책입니다. ‘한반도 시민’이란 개념은 처음에 ‘탈북자’들로부터 나왔는데, ‘탈북’이란 말이 부정적이라고 ‘새터민’이란 말을 만들어내기도 했지요. 탈북자들에 관한 다양한 연구도 많이 포함된 이 책이 북한과 통일문제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좋은 참고서가 되리라 확신하며 강추합니다.
이재봉 원광대학교 정치외교학.평화학 명예교수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이재봉의 평화세상’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lj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