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가 처음이기도 했지만 솔직히 별반 아는게 없었다. 일정도 비행기 타고 오면서 구체적으로 확인했을만큼 경황이 없었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태어난 룸비니 동산이 네팔 땅에 있다는 것도 뒤늦게 알았으니 말해 무엇하랴.
이번 성지순례는 떠나기 보름전 극적으로 합류한 터라 제대로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 원각사 주지스님도 가시고 30년간 인도 성지순례를 이끈 수미산 여행사 김상길대표가 있으니 따라다니면 되겠지 하는 안일함도 있었다. 원각사 살림을 맡고 있는 자비성보살이 마스크부터 상비약, 밑반찬에 이르기까지 바리바리 들고 왔으니 따지고보면 이보다 편한 여행도 없었다.
첫날 델리 일정을 보내고 오후에 아그라로 이동, 다음날 도착두 번째 행선지인 아그라로 이동했으했사실상의 첫날이었고 짧은 델리 관광을 마치고 두 번째 행선지가 인도 무굴왕조의 고도(古都) 아그라 였다.
13일 아침 짐을 싸고 호텔에서 체크아웃한후 버스에 올랐다. 이번 여행에서 힘든게 있다면 매일 적잖은 이동거리를 하는 것이었다. 제한된 시간 여러 관광지와 부처님의 성지들을 둘러보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아그라 성(Agra Fort)은 시내에서 멀지 않았다. 붉은 사암으로 축조(築造)된 장엄한 이슬람 건축양식이었다. 우리는 16~17세기 무굴왕조로 거슬러 올라가는 시간여행을 하는 느낌이었다.
아그라성은 1565년 무굴제국의 제3대 황제 악바르(Akbar) 대제에 의해 만들어졌다. 아그라성은 후대의 왕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증축되었는데 특히 건축에 남다른 애정과 재능을 보였던 샤 자한(Shah Jahan) 시대에 궁성으로 개조되면서 화려한 건축물들이 대거 추가되었다고 한다. 샤 자한의 아들 아우랑제브(Aurangzeb)는 외부 성채를 건설하고 이중으로 된 성벽 사이에 물길을 설치했다.
3대황제 악바르 시대부터 6대 황제 아우랑제브 시대에 이르기까지 막강한 권력과 번영을 나타내는 많은 이슬람 건축물들을 볼 수 있다.
궁전의 많은 부분은 세월의 흐름속에 퇴락했지만 웅장한 규모만으로도 무굴왕조가 얼마나 번영했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붉은 색의 자한기르(Jahangir) 궁전은 악바르 대제가 힘겹게 얻은 아들 자한기르를 위해 지은 것으로 정교하고 화려한 조각이 눈에 띈다. 8각형의 커다란 탑은 ‘포로의 탑’으로 불리는데 기구하게도 샤 자한이 말년 아들 아우랑제브에 의해 유폐되어 살았던 곳이다.
이곳의 테라스에선 샤 자한이 아내 뭄타즈 마할(Mumtax Mahal)을 애도하며 만든 타지마할이 어렴풋이 보인다. 아들에 의해 유폐된 늙은 아버지는 타지마할을 보며 죽은 아내를 그리워했다고 한다.
아그라성 곳곳에서 우리네 창호살과 같은 것들을 볼 수 있었는데 모두 대리석을 정교하게 깎아낸 것이어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벽면 곳곳에 보석들이 박히고 돔지붕은 금칠을 했는데 영국이 정복후 금칠한 것까지 박박 긁어가는 바람에 지금은 생채기 가득한 속살을 드러낼 뿐이었다.
남의 나라를 침략해 탈취한 제국주의자들의 만행. 오늘날 이곳을 찾는 그들의 후손은 어떠한 생각이 들지 궁금하다.
성 바깥쪽엔 적의 방비를 위해 건설한 인공못 해자(垓子)가 흐르고 평소엔 멀리 타지 마할이 보인다는데 이날은 지독한 스모그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아그라성에서 오전 시간을 보내고 점심식사를 위해 차이니스 레스토랑에 들렀다. 미국에서 흔히 보는 차이니스 레스토랑과는 많이 다른 분위기였지만 미각은 실망시키지 않았다.
타지 마할에 입장하려면 주차장에서 내려 약 1km 정도를 전기차를 타고 가야했다. 버스에서 내리자 동냥꾼들과 행상들이 어김없이 달라붙는다. 차마 사진을 찍을 수 없었지만 이날 한 장애인의 모습을 실로 충격이었다. 처음엔 저게 뭐야 하다, 세상에 사람이네..하고 눈이 휘둥그래졌다. 마치 큰 개처럼 네발로 기는 청년이었다. 그 참담한 모습에 할 말을 잊었다.
오랜 세월 인도의 등골을 빼먹은 영국의 식민주의자들, 그리고 이 나라의 위정자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올랐다. 어떻게 사람들을 이 지경으로 몰아넣는단 말인가. 최소한의 인권을 갖고 살아가도록 해야 하는게 아닌가.
온 가족이 길에서 노숙(露宿)하는 등 최악의 환경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빈곤계층과 불우한 장애인들을 보면서 이들이 소수 기득권층의 부와 권력을 위해 희생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