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주에게,
오늘은 네 귀빠진 날...이제 조금만 있으면..너도 50 줄에 들어가게 될 (중 할머니)가 되는구나. 언제 이렇게 시간이 빨리 지나갔지? 너처럼 기억력이 좋은 사람은...옛날을 그리워 하면서..그리고 추억(追憶)을 먹고 사는 애가...벌써 40대 후반이라니..정말 무서운게 세월이구나. 하지만...후회(後悔)는 없을거야. 후회가 있다 해도 어쩌겠니? 시간은 정처없이 흘러갔는데.
여름에 한국에 한 20년 만에 가서 많은 경험을 했지? 대학교 졸업하고 한 번도 만난적 없는 선배도 만나고...편지도 나누고...이메일도 하고...옛날의 학창시절을 되새기며..현재와 미래라는 소재가 나왔는데...그 선배는 너에게 이렇게 적어서 편지를 보냈지?
“그러나 살면서 깨달은 것 하나는 중요한 것은 현재지 미래가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는 미래를 위해 단순히 참고 극복해야 할 시간이 아니라 내게 가장 중요한 순간인 지금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미래를 포기하고 캐세라세라 하라는 게 아니라는 건 너도 잘 알거다.”
최근에 유명한 독일 철학자...Ekhardt Tolle 도 <The Power of Now> 와 여러 책을 써서 Opera Show 에도 나오고, 수십만 명이 그 사람의 책을 읽으면서 internet study group 에 참여하고 아주 거대한 ‘Book Club’이 진행되었지?
네 동료도..자식때문에...전 남편때문에...병에 걸린 동생때문에...그리고 자신의 건강상태를 걱정하면서..힘이 많이 들었을때 이 책을 ‘성경책’ 처럼, highlighter 로 줄을 치고, 또 읽고, note 도 적고 읽고 한 기억이 나지.
그 친구가 말하기에..그 책이 자신을 치유(治癒)했다고 하더라. 지극히 현실에 감사하고 충실하니까 치유되더라는거야. 이게 말이 그렇지..걱정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고..또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고...과거를 되새기면서 후회도 하고 미소도 짓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니?
하지만...현실을 도피하고 과거의 세상이나 미래의 세상으로 자꾸 빠지게 되면...현실이 과거가 되었을때 또 후회를 할 것이 틀림이 없다는 것을 사람들은 못 깨닫는것 같아.
너도 예전에 ‘과거속에 사는 여인’ 이였잖아. 미국에 처음와서 (초등학교 4학년 다니다 와서) 뉴욕이라는 도시에 이민 생활을 하면서 얼마나 힘들었니? 마치 우주의 나라에 온 것 처럼..창살없는 감옥살이를 해야 했잖아. “...밖에 나가면 큰일 나니...집에서 동생들 보고 놀아라...” 하시면서 우리만 두고 일 가셔야 했던 부모님들...
주인 아줌마가 들락거리며 이태리어로 잔소리를 해...기가 팍 죽어서 아파트에서 나오지도 못하고...집에서 갇혀 있었던 생각...두 손을 턱에 받치고...간절히 바깥 세상에 나가..다른 아이들처럼 뛰어 놀고 싶었던 그 때(Sandra Cisnero 의 House On Mango Street 의 표지처럼).
너는 그 때 늘 한국에서 자유스럽게 온 동네 그리고 온 시내를 휘젓고 다니던 시절을 그리워 하면서...끊임없이 속으로 울음을 삼킨 것 기억하니? 지금도 그 시절...갇혀서 지낸 시절을 생각하면...가슴이 답답해지고 새삼스럽게 또 갇힐까봐 과민반응(過敏反應)을 하는 너...참 딱하단다.
하지만...Eckhardt Tolle 의 powerful message 처럼...너는 과거에 머물며 살면 시간이 너무 아깝고..또 그런 시간에 현실에서 얼마나 할 일이 많은데...과거는 그냥 과거로 두고...미래도 그냥 미래에 두고..지금 현실을 가지고 ‘지지고 볶고’ 하던지..
어떻게 현실을 기뻐하면서, 감사하면서, 도전하면 도전하는대로...재미있으면 재미있는대로...슬프면 슬픈대로..그냥 주어진 현실을 내 생활로 만들어 지극히 현실에 충실하면서 나아 갈 수 없을까?
너도 너무 감상적이고...요새는 pre-갱년기(更年期)인지..눈물도 많고..사춘기 소녀처럼 감수성(感受性)이 예민해지고..또 왜 그렇게 하고 싶은게 많고...일 욕심이 많은지...참 너도 못 말린다.
현실에 충실하는 널 보면서 “..아휴..좀 take it easy 하지” 하면서 너는 네 자신을 어떻게 할 수 없어 머리를 절래절래 흔들곤 하지. 그래, 넌 정말 못 말려. 왜 그렇게 삶의 욕심이 많은지. 그리고 자신감이 너무 넘처서 어떤 때는 사람들이 널 많이 오해를 한단다. 아주 거만하고, 교만하고, 도도한 사람으로.
하지만, 네 엄마가 늘 ‘헛 똑똑이’ 라고 염려의 말씀으로 너를 진정시켜려 할 때...너는 너 나름대로 무엇을 위하여 어떻게 나가는지 알고 있는 것 도 같단다.
이 선선한 초가을 아침에 너 자신을 바람에 한번 날려 보면 어떨까? 바람은 정처없이 이리로 저리로 불어 다니잖아. 너의 미래의 걱정과..과거의 후회는 바람처럼 정처없이 흘러가게 두고...지금 바람과 신선한 상상의 여행..창작의 여행...예술의 여행...영적인 여행을 하면 어떨까?
은주가 은주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