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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적당히 타협하고 살다가 지하철 공짜로 타는 나이가 됐다. 더 늦기 전에 젊은 날의 로망이었던 세계일주를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출가하듯 비장한 각오로 한국을 떠났다. 무대뽀 정신으로 좌충우돌하며 627일간 5대양 6대주를 달팽이처럼 느리게 누비고 돌아왔다. 지금도 꿈을 꾸며 설레이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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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바닷길을 걷다

21세기 짜르의 허거걱~ 마술
글쓴이 : 안정훈 날짜 : 2022-01-03 (월) 00:27:58


 

 

오늘은 지중해를 끼고 끝없이 이어지는 바닷길을 따라 하루종일 걸었다.

숙소 근처의 카냘티 비치에서 부터 시내쪽 뮤즈(박물관)까지 갔다가 돌아오니 19km를 걸었다고 나온다.

어제보다 휠씬 많이 걸었는데도 별로 힘들지 않다.

잘 다듬어진 산책길 옆으로 에메랄드 빛 바다가 펼쳐져있어 눈을 시원하게 해준다.



 


주변 곳곳에 분위기 좋은 카페와 레스토랑과 쉼터, 작은 공원들이 있다.

걷다가 피곤하면 에스프레스처럼 강한 맛이나고 작은 잔의 반은 찌꺼기로 남는 터키 전통 커피도 마시고 근사한 점심과 저녁도 즐겼다.

바다 전망의 분위기 좋은 야외 테이블에 앉아서 마신 커피는 1500원 정도, 럭셔리한 레스토랑의 식사는 6000원 정도로 착해도 넘 착하다.

 


뮤즈로 나가서 터키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미그로스 몰에 가서 명품점과 슈퍼마켓을 구경했다.

터키 경제가 폭망이라고 하는데 쇼핑몰과 거리는 활기가 넘친다.

세계 여러나라를 다녀 봤지만 터키처럼 인프라가 잘 되있는 나라는 별로 보지 못했다.

특히 안탈리아는 유럽의 유명 관광지를 능가할 정도의 환경과 조건을 갖추고 있다.

지금은 어렵지만 저력있는 나라다.



 


어두워져서 돌아오는 길에 시내쪽에서 바닷길을 찾기가 어려웠지만 어제 헤매면서 봐 둔 큰 건물, 공원, 조형물 등의 좌표 덕분에 수월하게 왔다.

처음에 헤매고 고생하면 나중이 편하다는 말이 맞다.

바닷길은 밤에도 조명이 휘황하고 늦게까지 영업하는 가게들에는 사람들이 넘친다.

걷는데 안전하고 불편함이 없다.

내가 6바퀴나 돌았던 제주도 올레길은 밤이 오면 깜깜해져서 감히 걸을 엄두가 나지않는 것에 비하면 여기 지중해 바닷길은 조건이 참 좋다.

 

오랫만에 잠을 푹 잤다.

이제야 몸이 제대로 적응을 하는 것 같다.

당분간은 이 곳에서 지내며 치유와 회복의 시간을 보내야겠다.

 


 

 

<누군가에겐 고난이 다른 누군가에겐 호기라니 아이러니하다>

 

 

오늘, 닷새 동안 머물렀던 사바 호텔에서 근처에 있는 애어비앤비로 숙소를 옮겼다.

사바 호텔은 1박에 2만원인데 시설도 좋고 푸짐한 뷔페 조식을 제공해서 예약하기가 어려울 만큼 인기가 있다.

단점은 간단한 조리조차도 할 수가 없다는거다.

터키의 모든 숙소에서 기본인 커피 포트도 없고 티 종류도 제공되지 않는다.

라면이나 햇반이라도 끓여 먹고 싶어도 불가능하다.

조식 빼고는 다 나가서 사서 먹고 마셔야한다.


 


에어비앤비는 1박에 22천 원인데 침실과 거실이 따로 있고 주방, 가스레인지, 냉장고, 세탁기까지 구비되어 있다.

아무래도 장기 여행자들에게는 호텔보다는 에어비앤비가 편리하다.

지금 터키는 환율이 폭락해서 경제가 곤두박질 중이다.

한화로 계산하면 작년에 비해 거의 절반 정도의 가격으로 맛집이나 좋은 호텔에 갈 수가 있다.

특히 코로나 시국에다가 여행 비수기라 관광객들이 별로 없어서 손님 대접을 제대로 받고있는 느낌이다.

 

터키 음식은 다양하고 푸짐하고 우리 입맛에 잘 맞는데다가 가격이 정말 착하다.

아래에 음식 사진을 잔뜩 올려 놨는데 전부 8000원 이하다.

된장찌게 하나 가격으로 고급 레스토랑에 가서 스테이크, 양갈비, 생선구이, 스시 등을 부담없이 먹을 수가 있다.

이스탄불에 있을 때 만났던 청년과 중장년 한국인들은 매일 맛집 투어와 쇼핑을 다니며 환율 어드밴티지를 만끽하고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고난의 시기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호기라니 아이러니하다.

 


 


<21세기 짜르의 허거걱~ 마술>

 

시내 환전상 앞을 지나다가 깜짝 놀라 걸음을 멈추었다.

1유로에 12 터키리라로 적혀있다.

내 눈을 의심했다.

불과 며칠 전에 1유로에 19리라로 환전했는데 이게 무슨 황당 시츄에이션이란 말인가.

한화로 따져보니 불과 4일 전 1리라에 80원이었는데 오늘은 110원이 되버렸다.

당혹스럽다.

앞으로도 리라화는 계속 떨어질거라 생각하고 50유로만 바꿨는데 후회가 된다.

절상을 해도 유분수지 30% 이상이라니 말도 안된다.


 


터키 경제가 곤두박질하고 있는건 누구나가 알고있는 주지의 사실이다.

물가는 50%가 올랐고 환율은 거의 2배가 하락했다.

외국인들이 몰려와 터키의 부동산을 줍줍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자율을 내리고 돈을 계속 푸는 청개구리 정책을 고집하고 있다.

수출을 늘려서 문제를 해결 하겠다고 한다.

터키의 수출이 약간은 늘어난 건 맞다.

그러나 거의 수입에 의존하는 원자재 가격이 올라서 사실은 남는게 없는 속 빈 강정이다.

 

도대체 무슨 요술을 부렸는지 알아보았다.

21세기 마지막 황제같은 존재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허거걱~ 놀랄 황당 마술을 벌였다.

이틀 전 특별 담화를 발표했다고 한다.

"국민들은 정부를 믿고 은행에 돈을 맡겨도 된다.

물가 상승이나 환율 하락은 걱정하지 마라.

정부가 확실히 잡겠다."

그리고 바로 터키 리라화를 30% 절상하는 조치를 내렸다.

이게 말이야 소야?

 

짜르는 2003년에 수상이 되고, 2014년에 첫 직선제 대통령이 되어 지금까지 18년간 절대 권력을 잡고있다.

짜르는 선거를 앞두고 오로지 연임만을 노린다. 경제논리 따위는 개뿔이다.

확진자가 하루에 2만명씩 나오는데도 위드 코로나를 전면 시행하고 있다.

만약 영업 제한이나 거리 두기를 해서 자영업자나 서민들이 반발하면 안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권력의 논리가 아니라 경제의 논리에 따라가게 될거라고 믿는다.



 


오늘 묵고있는 애어비앤비 숙소 주인과 직접 딜을 했다.

숙소가 마음에 든다.

지금 가격의 40%를 디스카운트 했다.

유로화로 결제하는 조건이다.

유로화로 받으면 얼마 지나지않아 50% 정도는 오를것이다.

주인도 나도 윈윈하는 거래다.

 

당장 환전하기도 꺼려지지만 가지고 있는 리라화가 떨어져가니 꽤나 난처하다.

부자놀이 하다가 갑자기 서민으로 떨어진거 같아 조금 서운하기도 하다.

짜르의 허거걱 마술이 미생 여행자인 나까지 헷갈리게한다.

이런건 황제나비 효과라고 해야하나?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안정훈의 세상사는 이야기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an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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