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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적당히 타협하고 살다가 지하철 공짜로 타는 나이가 됐다. 더 늦기 전에 젊은 날의 로망이었던 세계일주를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출가하듯 비장한 각오로 한국을 떠났다. 무대뽀 정신으로 좌충우돌하며 627일간 5대양 6대주를 달팽이처럼 느리게 누비고 돌아왔다. 지금도 꿈을 꾸며 설레이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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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나담

몽골 최대 명절
글쓴이 : 안정훈 날짜 : 2023-07-27 (목) 18:18:21

몽골 최대 명절

 


 

몽골인 N이 차를 가지고 왔다.

나담 축제의 하일라이트인 말 경주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보자마자 "해피 나담!"이라고 인사를 한다.

"메리크리스 마스!" 혹은 "해피 뉴이어!" 처럼 친숙하고 정겹게 들린다.

나도 모르게 기분이 들뜬다.



몽골의 기수는 어린 소년들


나담은 놀이, 경주를 함께 즐기는 축제라는 뜻이다.

몽골 최대의 명절이다.

몽골의 독립 기념일인 711일부터 시작이다.

올 해는 715일까지 공휴일이다.

앞뒤로 붙은 토요일과 일요일을 포함하니 9일간의 휴일이 이어진다.

관공서, 회사, 가게들이 문을 닫는다.

모두 고향으로 돌아가 축제를 즐긴다.




친척 집과 이웃을 방문하여 무제한으로 먹고 마시며 논다.

지역별로 말경주, 민속 씨름, 활 쏘기 대회가 열린다.

그 중에 가장 규모가 크고 인기 있는 종목이 말 경주다.

나담 축제는 2010년에 유네스코 문화 유산으로 등재 되었다.




유목민의 기질과 정체성을 함축(含蓄)한 문화 스포츠 축제다.

나담을 통해 전통을 계승하고 민족의 자부심과 일체감을 드높인다.

개막 첫 날에 말 경주의 결승전이 진행된다.

울란바트로에서 차로 1시간 반 거리에 있는 후이따라 라는 광활한 초원 지대에서 열린다.

행사장으로 가는 길은 정체가 심하다.

그래도 2시간 만에 도착했다.

열띤 분위기다.

수많은 게르와 깃발과 흙먼지를 날리며 달리는 말들이 분위기를 달군다.

임시 노점상과 울란바트로의 모든 차들이 몰려 나온 것처럼 어마무시하게 많은 주차장의 각종 차들이 눈길을 끈다.



버스개조 식당차




마주들의 전용 구역에 있는 게르로 들어섰다.

N의 장인이 경주마의 주인이다.

과거 대법관을 하고 은퇴했다.

나하고 나이가 비슷하다.




지금은 볼 강변의 전원 주택에서 여유로운 은퇴생활을 하고 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먼저 악수를 하며 가벼운 포옹을 한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 향이 담긴 작은 병을 서로 교환한다.

코 담배병이다.

향수병과 똑같이 생겼다.

뚜껑을 열고 코로 향을 들이 마신다.




두 손으로 향 병을 되돌려준다.

받은 통을 비단 주머니에 넣으면 초면 인사가 끝난다.

도시에서는 볼 수가 없는 모습이다.

이게 전통적인 인사법이란다.

식탁에는 이미 푸짐하게 음식이 차려져 있다.




먼저 말 젖으로 만든 마내주가 나온다.

이어서 막걸리랑 비슷한 아이막이 나온다.

그리고 보드카 잔을 돌린다.




(뭘 잘못 눌렀는지 이미 쓴 글의 뒷 부분이 날라가 버렸다 ㅠㅠ. 몽골에 학술 교류 차 온 후배를 만나서 저녁 먹기로 해서 본의 아니게 절단신공을 발휘한다.

내일 2부를 이어서 써야겠다. 꿍시렁꿍시렁 투덜투덜. 요상한 날이다.)

 

*********************************

 

<해피 나담 2>

 

(어제 날아간 뒷부분을 다시 쓰자니 뻘짓하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오히려 디테일이 추가되어 나아진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ㅎㅎㅎ 자기위안~)

 



게르의 메인 음식은 허르헉과 호쇼르다.

허르헉은 큰 솥에다가 묵직한 돌맹이와 함께 양고기와 야채를 넣어서 푹 삶은 요리다.

날카로운 칼로 살을 베어내서 두 손으로 발라서 먹는다.

호쇼르는 속에 다진 고기를 넣고 기름에 튀겨서 만든 만두다.

크기가 어른 손바닥 만큼 크다.

몽골은 방목하는 가축이 7천만 마리가 넘는다.

어디가나 고기 음식이나온다.




"몽골에서는 거지도 고기를 먹는다. 다만 풀떼기를 못 먹을 뿐이다"라는 우스개 소리를 할 정도다.

마주들은 관람석에 가서 경기를 보지 않는다.

손님 접대에 더 신경을 쓰며 즐기는것 같다.

게르에서 위성 안테나로 연결한 텔레비전 중계를 본다.




나담 축제의 첫 날에 말 경기의 결승전이 열린다.

예선을 통과한 150 마리가 출전한다.

25km를 달린다.

마라톤이랑 비슷하다. 처음 부터 빨리 달리지 않는다.

초중반에는 페이스 유지에 치중한다.

마지막에 박차를 가해스피드를 낸다.

이 날은 오전에 비가 내렸다.

땅이 질척거린다.

기수와 말의 체력 유지가 관건이다.

극한 경기다.

1등한 말에게는 툼니 에흐 (가장 강한 말)라는 칭호를 준다.

꼴찌한 말은 브렌 자르갈 (완전한 행복)이라고 부른다.

일등이냐 꼴등이냐가 중요하지 않다.

참가한 모두에게 박수를 보낸다.

출전하는 말은 토종 몽골 말로만 엄격히 제한된다.

외국산 말이나 교배종 말은 사전 심사에서 탈락된다.

말의 키는 140cm 이하로 제한한다.

1cm만 커도 탈락이다.



140cm에서 1cm 초과 했다고 짜르는건 너무한거 아니냐고 울먹울먹


어떤 마주가 티브이에 나와 억울함을 호소하는걸 봤다.

1cm가 크다고 참가 조차 못했다면서 징징댄다.

그걸 보는 몽골 사람들은 오히려 재미있다며 깔깔 웃는다.

출전 말은 나이가 2살 에서 6살 사이다.

기수는 5살 부터 12살 사이의 어린 소년들이다.

어른들은 몸 무게가 무겁기 때문에 절대로 기수가 될 수 없다.

나를 초대해준 전직 대법관님의 말은 15등으로 들어왔다.

그래도 상위 10%에 들었으니 다행이다.

말의 이름은 달의 눈썹이다. 3살이다.

기수는 9살이다.

내년에는 분명히 좋은 성적을 낼꺼라고 격려들을 해준다.




경기가 끝났으니 돌아가겠지 생각했다.

그게 아니다.

진짜는 이제 부터란다.

친구와 친척들의 게르 순례가 시작된다.

일단 정중한 인사를 나눈다.

그러고나면 먹고 마시고 떠들고가 이어진다.

나와 김쌤은 특별한 손님으로 소개되어 술잔 공세를 받았다.

밖에서는 부모를 따라온 아이들이 놀면서 웃고 떠드는 소리가 요란하다.




술잔 공세를 피해 밖으로 나온다.

파아란 하늘과 하이얀 구름 떼, 초록초록한 대지와 능선 그리고 밝게 뛰노는 아이들이 어울어져 예쁘다.

한 장의 그림 엽서다.

마음에 평화로움이 피어 오른다.

아이들은 연 날리기, 공차기, 술레잡기, 공던지고 받는 놀이, 종이 비행기 날리기 등을하며 뛰논다.

몽골 어른들은 아이들이 노는데 끼어들지 않는다.

그냥 지켜보기만한다.

모두가 행복한 표정이다.

몽골은 저녁 9시가 넘어야 해가 진다.

우리 일행은 석양(夕陽)이 질 무렵 자리에서 일어났다.

N은 볼 강변의 처갓집으로 간다.

우리 한테 같이 가자고 한다.

가서 얼마나 있을거냐?고 물었다.

열흘 동안 휴가를 보낼꺼란다.

어매 무시라.

엄두도 감당도 할수가 없는 어메이징 썸머 베이케이션이다.

이거 삶의 질은 한국보다 높은거 아님?

워라벨 중시하는 분들 여기와서 살아야 할듯.

작별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나와 김쌤은 울란바토르에서 혼자온 N의 친구 <다기>의 차를 탔다.

<다기>는 영어를 한다.

오는 동안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페북 주소와 전번을 교환했다.

방에 들어와서 옷을 갈아입다가 깜짝 놀랐다.

자켓 주머니에 넣어둔 돈뭉치가 사라졌다.

아무리 되집어 생각해봐도 모르겠다.

어디서 빠졌을까 ?

어제 몽골 돈이 다 떨어져서 환전을 했다.

써보지도 못하고 어디론가 날아가 버리다니

오호애재라

망연자실(茫然自失)의 시간이다.

그때 김쌤이 방으로 들어온다.

싱글싱글 웃으며 묻는다.

"형님 뭐 잃어버리거 없으요? 흐흐"

바로 촉이 온다.

찿았구나!!

다기가 집에 도착해서 차를 정리하다가 뒷좌석에서 돈뭉치를 발견한거다.

착한 몽골 아재는 바로 김쌤에게 전화하고 달려 왔다.

돈만 돌려주고 바람처럼 돌아갔다.




바로 전화하고 메세지도 보내서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나담 축제가 끝나면 만나서 답례를 해야겠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 생각하며 혼자 삭이고 흘려버리려했다.

그런데 다시 돌아왔다.마치 공짜돈이 굴러들어온듯 기쁘다.

에헤라 디야~

굿 가이를 만난 덕에

오늘도 해피 앤딩이다.

이젠 나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해피 나담"을 외친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안정훈의 세상사는 이야기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an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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