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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적당히 타협하고 살다가 지하철 공짜로 타는 나이가 됐다. 더 늦기 전에 젊은 날의 로망이었던 세계일주를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출가하듯 비장한 각오로 한국을 떠났다. 무대뽀 정신으로 좌충우돌하며 627일간 5대양 6대주를 달팽이처럼 느리게 누비고 돌아왔다. 지금도 꿈을 꾸며 설레이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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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에서 수재민 되다

글쓴이 : 안정훈 날짜 : 2023-07-20 (목) 13:58:51


 

 

살다보니 별별 희한한 경험을 다한다.

사막의 나라인 몽골에서 수재민(水災民)이 되었다.

내 평생에 처음으로 피난 보따리 챙겨서 대피했다.

이거 실화 임?

믿어지지가 않는다.

울란바토르에 4일 동안 계속 비가 내렸다.

폭우는 아니다.

그칠듯 말듯 꾸준히 내렸다.

현지인들도 이렇게 며칠 동안 비가 내린건 처음이라고 한다.

기상 이변의 영향 인것 같다.

몽골에도 장마가 온거다.

내가 비를 몰고 온건가?

몽골 속담에 귀하고 반가운 손님이 오면 사막에 비가 내린다고 했다.

나 귀한 손님인가 보다. ㅋㅋㅋ

도심지를 휘감아 흐르는 강이 있다.

평소에는 맑은 물이 부드럽게 흐른다.

장마가 지자 흙탕물이 무섭게 불었다.

모든걸 집어 삼킬듯 무서운 속도로 밀려 내려간다.

강 양쪽으로는 흙으로 제방길을 만들어 놓았다.

약한 뚝방이 무너졌다.





넷째 날 아침 부터 시청 직원과 노무자들 그리고 경찰들이 나와서 복구 작업을 한다.

저녁에는 군인들과 중장비가 동원되서 작업을 이어간다.

복구가 잘 되겠지 생각했다.

다음날 아침에 숙소 창문을 여니 놀라운 광경이 벌어지고 있다.

도로가 완전히 물에 잠겨서 강이 되어 버렸다.



 


미처 대피하지 못한 승용차가 침수 된 채 방치되어 있다.

뚝의 약한 부분 두군데가 다시 터져 버렸단다.

아파트 지하실로 물이 콸콸 쏟아져 들어간다.

지하실에는 전기 시설과 각종 기계 설비들이 있는데 어쩌나 걱정이 든다.

불길한 예감은 적중했다.

바로 전기가 나가고 수도물이 끊긴다.

완전히 무인도에 갇힌 꼴이 되버렸다.

 



하지만 여긴 6층 이다.

아무리 물이 차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구경꾼이 되어 바깥을 내다보며 철딱서니 없이 사진 찍기 놀이를 한다.

갑자기 현관문을 거칠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무조건 집에서 나가라는 것이다.

서둘러서 복용약과 세면 도구만을 챙겨서 나왔다.

엘리베이터가 멈춰있다.

어두운 계단을 걸어서 내려왔다.

 



밖으로 나오니 허벅지까지 흙탕물이 찬다.

생각 보다 물살이 빠르다.

게다가 물이 얼마나 차가운지 온 몸에 소름이 돋는다.

앞서가던 김사장이 갑자기 중심을 잃고 급류 속으로 넘어지고 만다.

당황스럽지만 어찌해볼 방법이 없다.

다행히 바로 중심을 잡고 일어선다.

배낭과 비닐백 그리고 온 몸이 흙탕물에 젖었다.

벗겨진 슬리퍼가 빠른 속도로 떠내려간다.

손을 쓸 수가 없다.

그래도 다행이다.

사람이 다치거나 핸드폰이 망가지진 않았으니까.

겨우 저지대를 벗어나서 뒤를 돌아 보니 아찔하다.

사람들이 침수된 차량을 밀어 보지만 앞으로 나가지 않는다.

주민들이 가방을 메거나 머리에 이고 물살을 헤쳐 나오고 있다.



 


"진짜 1.4 후퇴는 난리도 아녀" 하며 비로소 농담할 여유가 생겼다.

바로 김사장 후배가 하는 아메리칸 호텔로 갔다.

방을 잡고 샤워부터 했다.

그리고 컵라면을 가져오라고 해서 허기진 배부터 채웠다.

난 바로 복구 될 줄 알고 제대로 챙겨오지 않았다.

김사장이 나가더니 갈아 입을 옷과 슬리퍼를 사가지고 왔다.

참내 별일이다.

 

울란바토르 시내는 전혀 피해가 없다.

다만 강 옆 저지대의 극히 작은 일부 주택지역만 피해를 입었다.

마치 핀셋으로 콕 찝어서 나를 겨눈것 같다. ㅠㅠ

하지만 투그리~ 투그리~(몽골어로 괜찮아라는 말)

귀한 시간과 돈을 들여서 온 여행객들의 몸 고생과 마음 고생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어딜가든 수 백 킬로를 달려 가야만 한다.

사막과 초원 그리고 비포장 도로와 웅덩이 패인 포장 도로를 가야한다.

그 분들에게 비는 큰 시련이다.

여행은 별별 경험을 다해 보는 것이다.

 



좋은 여행은 추억이 된다.

힘든 여행은 배움을 준다.

나쁜 여행은 교훈과 가르침을 준다.

어떤 여행도 나쁜 여행은 없다

어떤 경우라도 감사하고 기쁜 경험이다.

나는 지금 특별하고 좋은 여행을 하고 있는거 맞다.

내가 가진거라곤 긍정(肯定)의 마인드 뿐이다.

피할수 없으면 즐긴다.

 

*********************************

 

<물난리에 호캉스>

 

4일 동안 내리던 비가 그치고 햇살이 쨍쨍하다.

며칠간 비실비실 내린 장마비로 제방이 두 군데가 터졌다.

도로가 물에 잠겼다.

반경 300m×200m 정도의 저지대 주택가가 침수됐다.

침수 된 도로와 제방은 하루 만에 복구를 마쳤다.

 



하지만 사흘이 지났어도 대피했던 주민들은 귀가를 하지 못하고 있다.

전기와 수도가 복구되지 않아서다.

복구 되는대로 연락을 해주기로 했다.

언제쯤이 될지는 예측할 수가 없단다.

나와 세성 아우는 호텔에서 사흘 째 밤을 보낸다.

불편한건 없다.

다만 돈이 조금 깨질 뿐이다. ㅠㅠ

매일 한국 식당에 가서 삼시 세끼를 해결한다.

 



세성 아우는 골프장으로 간다.

난 커피숍으로 간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글을 쓴다.

물난리 덕분에 호캉스를 누리고 있다.

문득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을 피해 탈출한 러시아인 피난민(避難民)들이 떠오른다.

지난번 여행 때 참 많이 보았다.

터키, 이집트, 코카서스 3개국, 중앙 아시아의 스탄 4개국 등은 러시안 특수를 누리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들은 두가지 부류로 나뉜다.

하나는 징집을 피해 도망쳐 나온 가난한 청년들이다.

다른 하나는 전쟁을 싫어 하거나 반대하는 부유층 혹은 엘리트 계층들이다.

지내는걸 보니 하늘과 땅 차이다.

그들을 보면서 새삼 생존의 명암을 보았다.

 



이번 수해가 저소득층의 거주 지역을 덮친게 아니다.

중산층들이 사는 아파트 지역을 덮쳤다.

정부도 언론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주민들도 조급해하거나 불평을 들어내지 않는다.

다른 방식으로 불편없이 피난 생활을 하기 때문이다.

야그가 옆길로 많이 샜다.

정리하자면 물난리 덕에 호캉스를 보내고 있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안정훈의 세상사는 이야기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an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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