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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적당히 타협하고 살다가 지하철 공짜로 타는 나이가 됐다. 더 늦기 전에 젊은 날의 로망이었던 세계일주를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출가하듯 비장한 각오로 한국을 떠났다. 무대뽀 정신으로 좌충우돌하며 627일간 5대양 6대주를 달팽이처럼 느리게 누비고 돌아왔다. 지금도 꿈을 꾸며 설레이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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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는 예뻣다

글쓴이 : 안정훈 날짜 : 2023-07-18 (화) 17:03:29



 

 

고비 사막은 아름다웠다.

내가 가봤던 아프리카의 사하라나 나미브 사막도 좋았었다.

남미의 와카치나 사막과 오아시스도 멋졌다.

중동의 황량한 사막도 강인한 멋이 있어서 좋았었다.

그런데 고비는 훨씬 더 예쁘다.

안아주고 싶어진다.




고비 사막은 노래를 한다.

밀가루처럼 부드러운 모래라서 발자욱 자리가 깊게 패인다.

바람이 불어와 금새 그 발자국 자욱을 메워준다.

모래가 덮일 때 나는 사르르 사르르~ 소리가 수면 음악 같다.

모래 위에 누워서 낮은 허밍음을 들으면 천상의 소리 같다.

세상만사를 다 잊게된다.

굴곡(屈曲_진 능선은 뇌살적이다.

최고의 곡선 미학을 보여준다.




맨발로 모래 언덕을 오르는 일은 힘들다.

다행인건 모래가 뜨겁기는커녕, 시원하다는거다.

뜨겁지 않은 사막이다.

바람에 패여서 생긴 작은 웅덩이들은 한폭의 멋진 추상화(抽象畫).

황금색 웅덩이에 햇살과 그림자가 모아져서 오묘한 조화를 이룬다.

김창열 화백의 물방울 그림의 다른 버전 같은 느낌이 든다.

예쁜 장미는 가시를 품고 있는 법이다.

이쁜둥이 고비의 고운 모래가 편서풍에 실려와 황사(黃砂)를 일으킨다.

한국 관광객들이 몽골에 가면 방사목을 한그루씩 심는 캠페인을 벌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고비 사막은 동서로 1,500km고 남북으로 800km 정도다.

중국의 내몽골 까지 이어진다.

몽골의 서남부에 있는홍고르엘스 지역 사막은 그 중의 일부다.

지구 상에서 가장 북쪽에 있는 사막이다.

Gobi는 몽골어로 '거친 땅'이라는 뜻이다.

북쪽은 알타이 산맥과 스텝 지대다.

남쪽은 티베트 고원이다.

동쪽은 화베이 평원이다.

다른 사막과 달리 작은 개천이 옆에 있다.




사막의 정상에 올라가서 보면 다른 사막과는 완전히 다른 풍경이 보인다.

낮에는 모래 산과 초원과 작은 강 그리고 멀리 펼쳐진 산맥까지 참 다양하다.

어둠이 오면 황홀한 석양과 별이 가득한 하늘을 볼 수가 있다.

공작새 같은 고비다.

몽골에 와서 가장 강렬하게 끌린 핫플이다.

강추하고 싶다.

 

********************************

 

<불타는 절벽>

- 둘리의 고향



 


바양작(Bayanzag)'불타는 절벽'으로 불린다.

내가 붙인 이름은 '둘리의 고향'이다.

쓸쓸하게 이쁘다.

1922년 미국의 고고학자(考古學者)들이 공룡 화석지인 바양작을 탐험하면서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참 멋진 이름을 붙여주었다.

대신 발굴된 모든 공룡 화석과 뼈 등을 미국으로 실어갔다.

뉴욕의 공룡 박물관에 전시 보관되고 있다.

2억 년 전 백악기에 아기 공룡 둘리가 놀던 땅이다.

지금은 사막화 되어 거칠고 붉은 풍경의 절벽만 볼 수 있다.

잠시 상념에 빠진다.




1959년부터 이집트의 아스완 댐 건설이 시작 되었다.

고대 유물 유적들이 수몰(水沒) 위기에 처했다.

유네스코가 나섰다.

유럽, 미국, 일본 등 부자 나라들이 돈과 기술을 댔다.

수몰지 근처에 아부심벨 대신전을 옮겨서 똑같이 지어주었다.

대신 수몰 될 수많은 유물들을 물주 국가들이 챙겨 갔다.

유럽에 갔더니 아프리카를 비롯한 식민지 나라들에서 줍줍 해온 유물이 많았다.

쬐끔 씁쓸했었다.

그래 어차피 문명의 뿌리는 탐욕이다.

역사는 강자의 자서전일 뿐이다

그냥 인정한다.

그나마 100여년 전,

발굴 당시의 흑백 기록 영화를 보면서 공룡의 흔적을 더듬어 볼 수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45일 간의 고비 사막 투어 마지막에 들른 불타는 절벽이다.

아니 아기 공룡 둘리의 놀이터다.

첫날은 몽골의 그랜드 캐년인 차강 소브라가에 갔었다.

바다였던 곳이 솟아올라 황토빛 기암 절벽을 만들어냈다.




아름답다.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냥 감탄사가 절로 터져나왔다.

두번째는 한여름에도 두꺼운 얼음이 덮여있는 아이스 벨리 욜링암에 갔다.

색다르고 재미 있었다.

세번째 간 곳이 홍그르 엘스 지역의 고비 사막이다.

예쁘고 사랑스럽다.

모두 특별한 스토리 텔링이 없다.

눈이 즐겁고 사진 찍기 좋은 곳들이다.

그 중에 마지막 날 간 바양작은 머리와 가슴을 쬐끔 쓰게 한다.

역사와 문명과 의식에 대해서 말이다.

여행 하면서 처음으로 게르에서 쌉쌀한 맛의 칭기스 맥주를 한 캔 마셨다.

암튼 여기에 오길 차암 잘 했다.

나에게 몽골 여행을 추천하라면 45일의 고비 투어를 망설이지 않고 권한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안정훈의 세상사는 이야기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an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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