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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훈의 ‘세상사는 이야기’
세상과 적당히 타협하고 살다가 지하철 공짜로 타는 나이가 됐다. 더 늦기 전에 젊은 날의 로망이었던 세계일주를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출가하듯 비장한 각오로 한국을 떠났다. 무대뽀 정신으로 좌충우돌하며 627일간 5대양 6대주를 달팽이처럼 느리게 누비고 돌아왔다. 지금도 꿈을 꾸며 설레이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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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첫날

안정훈의 세상사는 이야기
글쓴이 : 안정훈 날짜 : 2023-06-25 (일) 23:44:46

안정훈의 세상사는 이야기



 

새벽 5시 반

저절로 눈이 떠진다.

6시 반에 딸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출발.

공항길이 막히지 않는다.

7시반, 인천공항 도착.

출국자들이 바글바글하다. 일본행 승객들과 시간대가 겹쳐서 더 복잡하다.

셀프 체크인 후

수화물 보내고나서

미역국 아침 식사.

통신사 데스크로 가서 핸드폰 정지 신청을 한다.

본인이 직접 인터넷이나 전화로 신청하란다.

여기는 유심과 로밍 업무만 가능 하단다.

2년 전에 출국할 때 여기서 해줬는데?

그 땐 코로나 시절이라 바쁘지 않아서 서비스 해준거란다.

전화로 신청하니 티켓을 찍어서 보내란다.

시간이 꽤나 걸린다.

돈이 되는건 직접 해주고

돈이 안되는건 가입자가 알아서 하라는거 같다.

이번에 한국 와서 새 핸드폰으로 바꿨다.

대리점 직원이 통신사를 바꾸면 혜택이 많다고 권유했었다.

무슨 충신이라고 가격 할인을 마다했다.

고게 쬐끔 억울하다.

역시 나는 올드 보이다.

한편으로는 내가 웃기는 인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외국에서 이런 경우 일 때 나는 투덜투덜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불평불만을 갖는다.

자기모순(自己矛盾)이다.

모드를 바꿔야한다.

딸과 작별의 포옹을 하고

출국장으로 들어간다.

50대 아재가 여권과 티켓을 검사한다.

"몇 년 생이세요?"

잠시 벙찐다.

이런 질문은 처음이다.

"5××××× "

주민등록 앞자리 6개를 댔다.

내 대답을 무시하고 다시 묻는다

"몇년 생이냐구요"

다시 당혹이다.

"××년 생 인데요"

"생일은 몇 월이지요?"

우쒸 이건 뭔 시츄에이션이야?

다시 잠깐 버벅버벅 한다.

혹시 노땅이 혼자 여행을 하니 치매는 아닌지 테스트를 하는거야 뭐야.

웃음이 났다.

"선생님 넘 걱정하지 마세요. 아직은 괜찮아요. 주민등록 번호 앞자리 무려 6개를 술술 댔잖아요."

더 이상 아무 말 하지않고 티켓과 여권을 돌려준다.

씁쓸했다.

티켓 가격이 국적기의 반 땡인 변방 브랜드 뱅기다.

기내식 따위는 없다.

비빔밥은 만원, 생수는 이천원이다.

구름 위에서 먹는 식사인데 시중 음식점 가격 보다 저렴하다.

승객이 요청하면 맹물 한 잔은 무료로 준다.

공짜 생수는 맛나다.

가난한 여행자는 뱅기 타고 떠난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배부르고 갈증이 풀린다.

속으로 눈누난나 ~

만석이다.

그런데 나는 3열 좌석에 2명만 앉아서 왔다.

므흣하다.

예정 시간보다 30분 연착(延着). 울란바토르 징기스칸 공항에 도착했다.

오늘은 난기류가 심했다. 뱅기가 흔들릴 때 마다 쫄았다.

맘 속으로 차카게 살겠노라 다짐을 여러번 했다.

내리니 적당히 서늘하다.




맑은 하늘.

초가을 같은 분위기다.

오 예!

신이 날수 밖에 없는 날씨구만 ㅎㅎㅎ

이미그레션을 나서자 넥타이를 단정하게 맨 몽골 청년이 내 이름을 적은 피켓을 들고 서있다.

아이고 쑥스러워라.

남사시러버라.

내가 뭐 그리 대단한 사람이라고 ㅠㅠ (드라마 대사 컨닝구 했음)

직원 통로로 안내한다.

VIP 라운지로 바로 연결된다.

이집트 다합에서 4개월 동안 동고동락 했던 여친(여행 친구) 김쉐프의 모습이 보인다.

소파에 파묻친 채 손을 흔든다.

딱 카지노의 주인공 최민식 폼이다.

음메 멋져부러.

아참 여기선 김 쉐프가 아니라 김대표님이다.




커피 한잔 나누며 환담(歡談)

바로 검은색 의전용(?) SUV 차량에 탑승한다.

아이쉬, 이런 그림인줄 알았으면 찐한 썬글라스를 끼고와야 하는건데 ~ 아쉽다.

차를 타고 가며 주변의 초원 풍경을 보니 서울에서의 갑갑함이 사라진다.

가슴이 트이는것 같다.

얼마전 티브에서 본 '나 홀로 산다 몽골편'의 풍경을 직관한다.

시내의 선진 호텔에 있는 파라오 코리안 레스토랑에서 늦은 점심을 먹는다.

메뉴는 묵-은지 김치찌게. 반찬으로 낙지젓갈과 오징어채, 샐러드. 시금치 나물 등등 성찬이다.

김대표의 집으로 올 때는 시내가 얼마나 막히는지 주차장을 방불케한다.

몽골 인구가 300만이다.

울란바토르에 160만 명이 몰려서 산다.

우리나라 수원시 인구랑 비슷하다.

교통체증이 생길수 밖에 없다.

밤 잠을 설치고 새벽 부터 움직였더니 상당히 피곤하다.

투어도 좋지만 며칠은 아무것도 안하고 그냥 푹 쉬어야겠다.

리턴 티켓은 안끊고 왔다.

몽골은 무비자로 3개월 까지 체류가 가능하다.

한 달 살이가 될지

석 달 살이가 될지

아직은 모르겠다.

암튼 즐겁게 살아보자.

짧은 여행은 설램이 좋다.

살아 보기 여행은 여유가 좋다.

게으름도 피우며

천천히

몽골이랑 놀멍쉬멍이다.

 

***************************************

 

<어쩌다 테를지 국립공원>

몽골 둘째날



 

 

김쉐프가 골프를 치러간다고한다.

올타구나 잘 됐다.

나는 아직 여독이 풀리지 않았다.

제대로 쉴수 있는 찬스다.

띵까띵까~ 뒹구리뒹구리~ 를 즐겨보자.

그런데 징기스칸 골프장이 테를지 국립공원 내에 있다는거다.

이건 뭐임? 테를지라고?

몽골 오면 필수 코스다.

무조건 가야하는 명소(名所).

떡 본김에 제사 지내자.

원님 덕에 나발 불어보자.

울란바토르에서 차로 1시간 반 거리다.

공짜 기회를 놓칠수 없다.

기회는 찬스다 ㅎㅎ

후다닥 고양이 세수만 하고 얼른 따라 나섰다.

눈꼽만 땟다.




테를지 국립공원에 들어서자 풍경이 바뀐다.

야트막한 언덕과 들판은온통 초록빛 물결이 바람따라 출렁인다.

초록초록에 산들산들~

내 가슴도 일렁인다.

파란 하늘과 하얀 뭉개 구름이 왈츠를 춘다.

내 맘도 덩달아 빙글빙글돈다.

서울에서 한 달여를 지내며 답답했던 숨통이 뻥 뚫린다.

후련 시원하다.

오길 잘 했어.

몽골은 이 맛이야!

이래서 사람들이 몽골몽골 하는거구나.

한 번 온 사람이 또 오는 이유를 알것같다.

와우~ 와우~

감탄사가 방언처럼 절로터져 나온다.

729일과 500일을 여행하면서 무디어진 감성이 되살아난다.

아무리 유명하고 멋진걸 봐도 무덤덤했다.

화석화 된 감성의 부활이 신기하다.

김쉐프가 골프를 치는 동안 나는 따로 놀았다.

언덕과 들판과 게르 캠프를 누볐다.

🐎 🐄 🐫 🐐 떼와 눈을 맞추고 인사를 나누었다.

심장이 방망이질을 친다.

맥박이 힘차게 뛴다.

핏줄까지 덩달아 요동질이다.

흥분을 느낀다.

문명 보다는 자연이 나를 소생 시킨다.

여행은 설레임이고 호기심이고 감동이다.

비로소 원하던 여행이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안정훈의 세상사는 이야기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an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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