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 slow walker

중미를 여행하면서 남부끄러운 사고가 있었다.
길을 걷다가 발을 헛딛어서 1m 정도의 턱이 진 차도로 떨어졌다.
다행히 빨간불이어서 차들이 정차한 상태였다.
아픔을 느낄 겨를 조차 없었다.
빨리 안전한 장소로 이동해야한다는 생각 뿐이었다.
내가 추락한 인도는 턱이 높아서 오르기가 힘이 든다.
무단 횡단을 해서 경사가 없는 건너편으로 대피했다.
엄청 창피했다.
환한 대낮에 혼자서 뻘짓을 하다니 망신스럽기도하고~
차 안의 사람들이 모두들 나만 쳐다보는것 같았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숙소에 돌아와서야 몸을 살폈다.
왼쪽 팔뚝과 어깨에 통증이 느껴진다.
오른쪽 무릎 아래가 까져서 피가 흘러나와있다.
떨어지는 순간 왼팔과 오른쪽 다리가 먼저 땅에 닿은것 같다.
안도감이 들었다.
일상이 쬐끔 불편한 정도다.
알코올과 연고와 항생제를 사서 자가 처치를 했다.
시간이 지나면 낫겠지하고 가볍게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않는다.
오히려 나빠지는것 같다.
다친 팔을 들어 올리기가 불편하다.
무릎 아래 난 상처는 나았지만 무릎 윗부분이 시큰거린다.
그래도 죽을 병은 아니다.
여행을 멈춰야할 정도도 아니다.
다행이라 생각했다.
환경이 좋고 안전하고 지인도 있는 파나마에 오니 긴장이 풀어진다.
통증이 강하게 느껴졌다.
일단 여행을 잠시 멈추기로했다.
본격적인 치료와 휴식의 시간을 갖기로했다.

한국인 지인의 도움을 크게 받았다.
파나마는 과테말라에 비해 의료비가 싼 편이다.
약값은 2배 정도 저렴하다.
거기다 지인의 시니어 카드를 이용하니 20%~25%가 할인이 된다.
(나는 미국 캐나다 여행 때만 여행자 보험을 들었다. 해외에서 연장도 가능한다는데 중미 부터는 여행자 보험을 안들었다. 바보짓이었다.
보험에 가입했을 때는 사고가 한번도 없었다. 보험 재가입 안하고나서 부터는 들개떼 한테 물리고 팔과 다리 다치고 독감에 장염 등이 연속 생겼다. 요새는 my bank에서 1년 해외 장기 여행자 보험이 있다. 보험 꼭 드시라.ㅠㅠ)
하루 세끼 한식을 먹는다.
그런데도 몸이 무겁고 늘어진다.
나이 들어 아프다는건 서글픈 일이다.
하지만 노화와 지병을 탓만하는건 바보짓이다.
죽을 만큼 아프고 다친게 아니라면 투덜대지 말고 받아들여야한다.
기대보다 회복이 더디다.
시간이 약이고 답이다.

여러 페친들이 왜 페북에 포스팅을 안하느냐? 무슨 일 있느냐? 어디 아픈거 아니냐?고 염려를 보내주었다.
많이 고맙다.
I'm a slow walker, but I never walkback.
아브라함 링컨이 한 말이다.
내 여행의 좌우명이다.
결코 여행을 멈추고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속은 좁아지고 고집은 세지고 남의 말은 절대 안듣는 나이다.
철없고 고집 쎈 아기로 돌아가는 나이다.
내가 좋아서 하는 짓이다.
'다쓰죽'하며 '걷다죽'하기로 작심한 사람이다.
최고의 환경에서 치유와 회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다름을 이해 못하고 자기 기준으로 가르치려고 하는 댓글은 사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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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 액정이 깨졌다>
하루 종일 핸드폰을 끼고 산다.
핸드폰이 없으면 여행을 할 수가 없다.
교통편, 숙박, 핫스팟, 우버, 지도, 번역기, 물가, 현지 환율 등을 척척 알려주는 만능 비서다.
중남미에서는 위험하니 길거리에서 핸드폰은 꺼내지도 말라고한다,
나에겐 불가능한 조언이다.
멋진 풍경과 좋은 사람들을 찍기 위해 나도 모르게 손이 간다.
무엇보다도 어디에 있든지 누구와도 소통할 수 있는 최상의 도구이기에 소중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나는 거의 매일 페북에 포스팅을 했다.
틈만나면 댓글을 보고 답글을 달았다.
다른 페친들의 글을 찾아 읽고 "좋아요"를 눌러주었다.
그게 재미고 낙이었다,
글 쓰기와 페친 방문이 일상의 루틴으로 굳어졌다.
나도 모르게 페북 중독에 빠졌다.
노년의 페북 중독은 청소년의 게임 중독보다 끊기가 어렵다.
며칠 전 핸드폰 액정이 깨졌다.
그동안 여러번 떨어뜨려서 멍이 들었었다.
화면에 검은 스크린이 뜨면서 작동이 안된다,
과거에도 똑같은 경험을 했었기에 바로 맛이 간 걸 알았다.
현지에서 수리를 하려고하니 부품이 없단다.
기다라리고한다.
수리를 한다고해도 제대로 할 수있을지 믿음이 가지 않는다.
이 참에 인터넷과 페북 중독을 끊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고 싶었다,
인터넷의 바다에 빠져버렸다.
페북 중독에 걸려버렸다,
어느새 나는 엄지족이 되어있었다.
나는 자유롭지 못하게 되었다.
늘 바람 처럼 구름 처럼 유랑하겠노라 다짐했었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못했다..
실제로는 남의 시선과 평가를 많이 의식했다.
6년 전 남미 9개 나라를 4개월 동안 버스만을 타고 여행했었다.
한국인들이 필수적으로 가는 소위 국민 관광 코스는 빼놓지 않고 모두 다 가봤다.
이번에는 그때처럼 여행을 하기가 벅차다.
설레임도 열정도 기대도 체력도 모두 미달이다.
여행이 아니라 살아보기나 해야할것 같다,
도전이 아니라 휴식의 시간을 갖고 싶다.
느리게 쉬엄쉬엄
그래서 액정 파손을 핑계로 포스팅을 하지 않았다.
가족과 친지에게도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가족이 걱정이 되서 현지 대사관에 전화를 했단다.
대사관 직원이 내가 묵었던 숙소에 연락하고 행방을 확인해서.
가족에 알려주었단다.
오늘 먼지 쌓인 고물 서브 폰을 찾아서 가족과 통화를 했다.
낯이 화끈거린다. 당황스럽다.
많이 미안하고 고맙고 죄송하다.
지금 노트 북을 처음으로 꺼냈다.
걱정하고 염려해주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만 이기적으로 생각한것 같아 부끄럽다.
그래도 결심했다,
중미의 마지막인 파나마 까지만 포스팅하고 페북을 쉬어야겠다.
글은 쓰고 싶을 때 써서 저장해 두면 된다.
언젠가 보여주고 싶을 때 오픈하면 된다.
동안거(冬安居) 수행 같은 여행을 하고싶다.
세상을 의식하지 않고 나에게 몰두하고 싶다.
제대로 치유와 회복의 시간을 갖고 싶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안정훈의 세상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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