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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촌 이계선목사(6285959@hanmail.net). 광야신인문학상 단편소설로 등단. 은퇴후 뉴욕 Far Rockaway에서 ‘돌섬통신’을 쓰며 소일. 저서 ‘멀고먼 알라바마’외 다수. ‘등촌의 사랑방이야기’는 고담준론(高談浚論)이 아닙니다. 칠십 노인이 된 등촌이 젊은이들에게 들려주는 로변잡담(爐邊雜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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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불짜리 집에서 사는 목사

글쓴이 : 이계선 날짜 : 2011-12-29 (목) 08:25:39

“목사님은 천만불짜리 집에서 살고 있어요. 교포 중 최고로 멋진 집에서 산다구요”

뉴저지에 사는 6백만 불짜리 집주인이 한 말이다. 한국인은 집 자랑을 최고의 즐거움으로 친다. 집을 사면 친구들을 집으로 끌어드린다. 크고 아름다우면 파티와 집회장소로 공개한다. 덕분에 나는 뉴저지에 있는 6백만 불짜리 집을 볼 수 있었다.

베르사이유 궁전을 연상케 하는 복도가 길게 뻗어있었다. 운동장처럼 커 보이는 거실이 여기 저기 있었다. 수많은 방을 구경하느라 따라다니다가 급히 볼일이 생겨 화장실을 찾았다. 화장실이 얼마나 깨끗하고 아름다운지! 그만 생체리듬이 놀라서 오줌이 나오지 않았다. 이층에는 극장식 베드룸이 있었다. 침대에서 연인과 포도주를 들면서 영화나 음악을 감상하도록 돼있다.

밖으로 나가보니 3에이커가 공원이다. 숲속에는 사슴이 뛰어다니고 미니폭포가 흐르고 수영장에는 맑은 물이 가득했다. 테니스코트도 있다.

“천국이네요. 이런 곳에서 살면 천년만년 살겠지요!”

감탄이 절로 나왔다. 나는 그집 여주인을 6백만불의 여인이라 불렀다.

5년이 흘러갔다. 며칠 전 600만불의 여인이 돌섬을 찾아왔다. 병들어 있었다. 우리 부부가 사는 아파트를 보고 6백만불의 여인은 깜짝 놀랐다. 350불짜리 원베드룸 시영아파트였기 때문이다. 아파트 방문을 열자 또 놀랐다. 히팅이 펄펄 끓어 여름해변처럼 무더웠던 것이다.

“목사님 아파트가 참 좋네요. 후로리다로 겨울관광 온 기분입니다. 우리집은 이집처럼 따듯하게 겨울을 지내려면 기름값이 매월 2천불 갖고도 안 됩니다. 기름값 아끼느라 집안에서도 겨울옷을 입고지내야 해요. 청소한번 하는데도 5백불을 줘야 하구요. 20분이면 청소가 끝나는 목사님의 원 베드룸이 얼마나 편리합니까?”

식탁에 앉아 커피를 들면서 창밖을 내다보던 그녀가 소리쳤다.

“와! 창문 곁에 딸려있는 미니공원이 참 아름답습니다. 조경예술의 극치이네요”

우리 아파트는 원 베드룸이지만 편리하기는 그만이다. 하루종일 햇볓이 들어와 거실과 침실이 아름답고 넓어 보인다. 나는 일어나면 거실에 앉아 모닝커피를 들면서 소리 내어 영어성경을 읽는다.

 

깨달음이 오면 창밖을 내다본다. 햇살을 받고 있는 아침공원이 신세계로 다가온다. 한폭의 그림이다. 갈매기 한 쌍이 파란하늘에 하얀 원을 그리며 날고 있어 그림이 아니구나! 정신이 들게 한다. 침실에 있는 내 책상은 공원이 손에 잡히는 창가에 있다. 공원 숲속에서 글을 쓰는 기분이다. 하루 종일 앉아 있어도 피곤하지 않다. 6백만불의 여인의 탄성이 과찬(過讚)만은 아닌 것 같다.

지난 여름에 잡은 꽃게로 요리한 꽃게탕으로 점심을 먹고 밖으로 나왔다. 제일 먼저 농장시찰. 눈 속에 숨어있는 배추와 부추를 보고 신기해한다. 덜 자란 것들이다. 겨울을 지내고 봄에 뽑아먹으면 고소한 별미가 된다.

“15평짜리 조각농장이 둘입니다. 금년농사는 끝났지만 배추김치 다섯통 총각김치 한통 동치미 한통 모두 일곱통을 땅속에 묻어놨어요. 2-3월쯤 꺼내 먹지요”

“와, 겨우내 땅속에서 익은 김치가 금치 맛이겠네요. 3월에 다시 와야겠어요”

조각농장 옆에 있는 테니스코트는 포구(Bay)를 돌면서 숲속에 있다.

“우리집 테니스코트는 네트가 달랑 한 개뿐인데 여기는 여섯 개나 되는군요. 일년 내내 목사님 내외분과 찾아오는 자녀들 말고는 치는 이가 없다니? 이정도면 황제코트입니다. 이명박대통령이 시장시절 몰래 치다가 들켰다는 황제전용코트예요”

돌섬은 반반도시(半半都市)다. 그래서 자연경관이 아름답다. 아파트 옆에서도 낚시를 한다. 아내는 이곳에서 새우를 꽤 많이 잡았다. 15분을 걸으면 꽃게낚시터. 지난 여름에는 수백명 친구들이 몰려와 성황(盛況)을 이뤘다. 꽃게 낚시는 남녀노소가 좋아하는 돌섬의 관광코스다.

그래도 돌섬의 최고명물은 보드워크다. 아파트남쪽으로 8분을 걸어 바다로 나가면 나무를 깔아 만든 보드워크가 나온다. 보드워크위로 올라서면 대서양의 푸른 물결이 하얀 파도로 달려온다.

“와“

소녀처럼 외치는 6백만불의 여인. 죤스비치의 보드워크는 5리인데 돌섬의 보드워크는 40리다. 세계 최장(最長). 2년 전 이사 오자마자 나는 하루 종일 보드워크를 걸어 다녀봤다. 바다가 있는 남쪽으로는 명사십리가 펼쳐있고 아파트가 있는 북쪽으로는 숲속이 널려있다. 바다에서 올라오는 오존이 묻어있는 해송(海松)이 향기롭다. 해송에 취해 걷고 있으면 꿩꿩! 숲속을 헤치고 날라 가는 꿩 소리가 하늘을 울린다.

“넓고 아름다운 바닷가를 매일 걸으시는 목사님은 천만불짜리 집에서 사는 부자입니다. 6백만불짜리 우리 집은 비교도 안돼요. 이 아름다운 바다가 어디 천만불만 되겠어요? 억만불도 넘지요”

그녀의 말에 나는 갑자기 억만장자가 된 기분이다. 몰래 고개를 끄덕인다.

조각밭농사, 꽃게낚시도 즐겁지만 돌섬의 제일 즐거움은 해변걷기다. 나는 매일 해변을 걷는다. 갈 때는 보드워크를 걷고 돌아 올 때는 맨발로 모래사장을 걷는다. 비키니 미녀들이 누워있는 여름 해변을 걸을 때도 즐겁지만 홀로 걸을 때가 제일 즐겁다. 홀로 걷고 있으면 바다가 내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삼천갑자 동방삭이는 삼년고개에서 1천 번을 넘어져 3천년을 살았다고 한다. 내 어찌하면 돌섬바다를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지난해 8월 27일 쓰나미 아이랜이 뉴욕을 강타했을 때였다. 모두가 아파트를 철수했다. 아파트에 몰래 남아있던 나는 아침 10시 쓰나미를 구경하려고 돌섬바닷가로 나가 봤다. 아무도 없었다. 산더미처럼 거대한 파도가 천군만마처럼 몰려오고 있었다. 나는 외쳤다. ‘파도야, 네 아무리 악마처럼 달려와도 이 넓은 바다에 나 혼자뿐이니 너는 내꺼다. 너는 내 집 정원의 호수다’ 소리치고 나니 갑자기 천만불짜리 부자가 된 기분이었다. 그런데 이제 6백만 불의 여인이 찾아와서 추인해 준 것이다.

나는 천만불짜리 집에서 사는 목사다. 월페어 수준의 연금으로 사는 은퇴목사지만 부족함이 없다. 자연이 널려있는 돌섬에서 살다보니 은퇴 2년에 10년은 젊어졌다. 그래서 나는 천만불짜리 집에서 사는 목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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