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시작 휘슬이 울리자마자 한국선수들은 일본 골문 앞으로 달려가 함포사격을 해댔다. 정신없이 막아내고 있는 일본선수들이 유난히 작아 보였다.
“우리가 쉽게 이기겠구나”
동메달을 놓고 한국과 일본이 격돌한 런던올림픽 축구 3.4위전이다. 그러나 한국팀의 공세는 겨우 5분이었다. 공을 뺏은 일본선수들이 한국문전으로 끌고 가서 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한국선수들보다 왜소한데 야무지고 날쌨다. 알밤을 물고 달리는 다람쥐처럼 자유자재로 차고 달렸다. 38분 동안이나 그랬다.
일본의 파상공세에 허둥대던 한국수비수가 공을 멀리 걷어차 버렸다. 이때 하프라인 근처에서 어슬렁거리던 박주영이 재빨리 공을 받아서 일본진영으로 돌진했다. 세명의 수비수가 달려들었다. 좌우로 공을 돌리던 박주영은 세명을 제치고 빠지면서 오른쪽으로 몰고 갔다. 일본 골키퍼가 달려나오자 왼쪽으로 페인트 모션을 취하는듯 하다가 오른발로 차 버렸다. 번개처럼.
“슛 골인! ”
스탠드는 함성으로 뒤덮였다. 미국 NBC TV 중계자는 세계를 향하여 외쳤다.
"저걸 봤느냐? 3명을 제치고 골을 넣었다. 세계 정상급 골(absolutely world class goal)이다. 저 각도에서 수비수 다리 사이로 차서 골대 구석으로 넣다니!"
일본열도는 히로시마에 원자탄을 맞은 것처럼 경악(驚愕)했다. 44년 전 일본축구는 멕시코올림픽에서 슈퍼스타 가마모도를 앞세워 동메달을 따냈다. 당시 가마모도의 키는 배구 농구선수만큼 컸다. 서구형 얼굴은 영화배우보다도 멋졌다.
“멕시코의 동메달을 넘어서 2012 런던올림픽에서는 남녀 모두 금메달을 딴다!”
그런데 박주영의 한방으로 산산조각으로 깨져버린 것이다. 한국의 감격은 더했다.
아시아의 표범 이회택과 차범근을 앞세워 수없이 노크해봤으나 올림픽 대륙 예선통과도 힘들었다. 그런데 박주영의 슛으로 구멍이 뚫린 것이다. 최고의 감격은 박주영 본인이었다.
박주영은 슬럼프를 앓고 있었다. 영국 아스날에서 자리를 못잡고 헤매고 있었다. 군대를 다녀오지 않아 국민의 미움을 받고 있었다. 골을 넣을 적마다 무릎 꿇고 두손을 모으는 기도세리머니 때문에 골을 넣어도 욕을 먹었다. 그런데 런던올림픽 3.4위전에서 터뜨린 한방으로 이 모든 것들이 날라가 버린 것이다. 박주영의 절묘한 어시스트를 받은 구자철의 후반전 추가골로 한국의 2:0 완승.
한국축구는 올림픽 최초로 메달을 따게 됐다. 보너스로 군복무면제도 받게 됐다. 등록선수 18명이 전원 면제를 받았다. 재미있는 일. 6게임을 뛰는 동안 줄곧 벤치만 지키던 김기희선수가 마지막 1분을 남겨두고 교체선수로 들어가 평생면제를 받게 됐다. 단 1초라도 뛰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주영에게 가장 통쾌한 포상은 기도세리머니일 것이다. 꼴을 넣은 박주영이 무릎 꿇고 기도할 때 관중들도 TV를 보는 한국인들도 모두 아멘 했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