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TV로 오늘밤 뉴욕닉스 농구 좀 보세요. 제레미 린이라는 대만계 농구선수가 나타나 황색돌풍을 일으키고 있어요. 2월 4일 뉴저지 네츠전에 처음 등장하여 25점을 넣어 닉스가 승리했어요. 그 후 게임마다 20점 이상을 넣으면서 닉스의 3연승을 이끌었는데 오늘 밤엔 LA레이커스를 매디슨가든으로 불러들여 싸워요. 레이커스는 최근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닉스와 네 번 싸워 네 번을 모두 이긴 강팀이에요.”
난 양키즈와 더불어 지독한 닉스 팬이다. 그런데 금년 시즌에는 단 한 번도 닉스게임을 본적이 없다. 보나마나 지기 때문이다. 스타들을 데려와도 진다. 왜 그런지 닉스 농구팀은 실력에 비해 운이 없어 보인다.
닉스의 전성기는 NBA 최고의 명장 팻 라일리 감독 밑에서 패트릭 유잉이 센터로 활약하고 있을 때였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같은 시기 시카고에는 필 잭슨 감독과 마이클 조던이 있었다. 농구황제 조던이 이끄는 불스군단에 막혀 닉스는 번번이 결승진출이 무너지곤 했다.
조던이 일찍 은퇴하는 바람에 닉스에게 기회가 왔다. 조던 없는 시카고를 쉽게 누르고 한달음에 결승전으로 올라갔다. 상대는 휴스턴의 로켓츠. 7전 4승제에서 닉스가 3승2패. NBA우승은 따 놓은 장상이었다. 그런데 휴스턴으로 자리를 옮긴 닉스는 어이없이 2연패. 우승문턱에서 주저앉고 만다.
닉스의 우승을 훔쳐간 적장은 휴스턴의 센터 올라주원. 소년시절 아프리카 들판을 뛰어 다니며 축구를 한 올라주원은 야생마처럼 힘이 넘쳤다. 그 이후 닉스는 비틀거렸다. 휴스턴이라는 슛 도사를 데려왔지만 소용없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아이사이야 토마스가 단장과 감독을 맡으면서 닉스는 엉망진창이 돼버렸다. 그래서 난 닉스게임을 아예 보지 않는다.
그런데 아들 해범이가 전화했으니 한번 TV를 봐주자.
화면에 등장한 린은 191센티 90Kg의 포인트가드였다. 드리볼은 낮게 패스는 가볍게 하고 있었다. 던질 적마다 공이 들어갔다. 패스를 받은 동료도 쉽게 넣었다. 한 눈에 봐도 쉽게 하는 농구였다. 대학생이 중학교 수학을 풀어가듯 쉽게 쉽게 농구를 하는구나! 아니 쉽다는 것 보다는 즐겁게 하는 농구 같았다. 신출귀몰! 38점을 넣어 브라이언트가 34점으로 분전(奮戰)한 레이커스를 눌렀다. 와! 하룻강아지 린이 NBA의 득점왕 브라이언트를 이긴 것이다.
뉴저지 네츠를 이길 때만해도 린의 고득점은 어쩌다 생긴 우연이려니 했다. 그러나 레이커스를 이긴 닉스가 미네소타의 팀버울브스, 토론토의 랩터스, 새크라멘토의 킹스를 차례로 격침시키면서 7연승을 올리자 세계는 경악(驚愕) 했다.
www.en.wikipedia.org
토론토 원정에서 올린 80:77승리는 드라마였다. 내내 10점차이로 끌려가다가 4쿼터에서 분전한 닉스는 1분을 남기고 린의 3득점으로 87:87 동점을 이룬다. 랩터스의 공격을 막은 닉스는 공을 린에게 돌린다. 공을 잡은 린은 동료들에게 내가 책임질 테니 모두 비켜있으라고 손짓한다.
그 옛날 농구황제 허재가 그랬듯이. 시간이 흘러 9초가 남자 앞으로 드리블 하는 척하다가 머리위로 슛을 날린다. 3점 슛 골인! 와! 농구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은 일제히 일어나 소리친다. 홈팀이 90:87로 졌는데도 얼싸안고 외친다. 린린린!
백악관에서 TV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오마바 대통령은 “incredible cinderella”를 외쳤다. 그러자 옆에 있던 보좌관이 능청을 떨었다나?.
“각하! 이건 incredible Cinderella가 아니라 Lincredible Linderellla입니다”
린은 미운 오리새끼였다. 고등학교때 농구선수였지만 농구장학생으로 받아주는 대학이 없었다. 할 수없이 내 돈을 내고 공부하는 하버드대학에 들어갔다. 린의 맹활약으로 팔로알토 고등학교팀은 최고의 전성기였다. 공부벌레로 유명한 하버드도 린의 분전으로 농구사상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www.en.wikipedia.org
스타들은 대학 2학년만 마치고 프로팀에 스카웃된다. 린은 4년을 채우고 졸업해도 불러주는 팀이 없었다. 오클랜드의 골든스테이트를 비롯하여 시골 팀들의 벤치를 전전하다가 뉴욕 닉스팀으로 굴러왔다. 닉스는 연패 중이었다. 설상가상으로 팀의 에이스 엔서니와 스타더마이어가 부상으로 결장하여 엉망이었다.
지난 2월 4일 뉴저지 네츠전에 감독은 린을 포인트가드로 내보냈다. 앤서니 대신 나간 패전처리용이었다. 그러나 린은 물을 만난 물고기처럼 자유자재로 코트를 누비고 다녔다. 27점 7어시스트를 기록하면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그때부터 스타가 된 것이다.
뉴욕은 지금 제2의 슈퍼볼감동이다. 린의 등장은 자이언트의 수퍼볼 우승을 연상케 하기 때문이다. 뉴욕 자이언츠는 얼마 전에 끝난 슈퍼볼 게임에서 우승후보 패트리어츠를 역전승으로 물리쳤다. 그건 통쾌무비(痛快無比)의 기적이었다. 자이언츠는 와일드카드로 겨우 올라온 꼴찌 팀이었기 때문이다.
왜소한 체구의 동양인 린이 황색돌풍을 일으키면서 닉스의 연승을 이끄는 모습이 자이언츠의 슈퍼볼을 보는듯하다. 그래서 뉴욕커들은 린이 등장하는 닉스게임을 슈퍼볼의 연장처럼 좋아하는 것이다. 스포츠를 싫어하던 아내도 요즘은 린 신드롬에 빠져 지낸다.
“린의 등장으로 미국영어가 바뀌어가고 있대요. 요즘 날마다 Lin을 넣은 신조어가 탄생하고 있데요.”
독실한 크리스천인 린의 이름은 에레미아 린(Jeremy Lin)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에레미아 대신 ‘Lin on me’로 기발한 신조어를 만들어 내고 있다. 한국식 삼행시를 본떠 ‘Legend in Newyork’(뉴욕의 전설). 나폴레옹이 한말을 빗대서 ‘Linposible is nothing’(린에게 불가능한 없다) ‘insanity’(미치다)를 ‘Linsanity’(린에게 미쳤다)로 바꿔 부르고. 레이커스의 흑인득점왕 코비브라이언트를 ‘Blake mamba’라 부른걸 빗대서 동양인 린을 ‘Yellow mamba’로 부른다. 린에게 기대고 싶다고 ‘Lean Lin’을 ‘Lin lin’으로 발음하는가 하면 ‘Emperor lin’ 으로 추켜세운다. 그중 최고의 걸작은 ‘incredible cinderella’를 ‘Lincridible Linderlla’ 로 고쳐 부른 것일게다.
린 기사만 나오면 나는 흥분하고 감격한다. 린이 동양인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크리스쳔이라서도 아니다. 린은 농구 선수가 아니래도 성공할수 있는 젊은이다. SAT 수학점수를 만점 받은 수재였다. 하버드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실력파였다.
그런데 그는 보장된 쉬운 길을 버리고 좋아하는 길을 택했다. 그게 좁은 문이었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그는 'Lincredible Linderella'다. 닉스가 계속 이겨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