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애틀랜타한국학교(교장 송미령)에서 가을 운동회(運動會)가 열렸다. 학생과 학부모 등 600여명이 참석한 운동회는 한국서 열린 운동회와 다를게 없었다,
가을의 청명한 날씨속에 줄다리기와 릴레이달리기, 이인삼각경기, 림보게임, 지구공굴리기 등 다양한 경기에 참여하며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모처럼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청군과 백군으로 나뉜 학생들은 각자의 팀을 열렬히 응원하며 분위기를 후꾼 달아오르게 했다. 특히 점심식사를 한후 릴레이 경기와 줄다리기 등 전체가 참여하는 행사가 이어지자 열기는 절정으로 치달았다.
학부모들은 "미국에서 이렇게 모여 운동회를 즐기니까 한국이나 다름없고 어린 시절 운동회가 생각났다"고 입을 모았다.
송미령 교장도 "미국에서 태어난 2세들과 어렸을 때 이민온 1.5세 자녀들에게 한국식 가을운동회는 협동심을 기르고 정체성을 함양 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이다. 두고두고 특별한 추억(追憶)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덜루스의 랜돌프 미들스쿨에서 주말마다 열리는 애틀랜타 한국학교는 애틀랜타의 학사일정에 따라 다른 지역보다 학기가 조금 일찍 시작된다. 1학기는 지난 8월 8일 시작돼 12월 5일까지이고, 짧은 겨울방학에 이어 내년 1월 9일부터 5월 7일까지 2학기가 이어진다.
강산이 세 번이상 바뀌는 세월을 보내며 애틀랜타한국학교는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을 갖춘, 미주 지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큰 규모의 훌륭한 학교로 성장했다.
송미령 교장은 2005년 애틀랜타 한국학교와 인연을 맺었다.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이화여고 불어교사로 4년간 재직한 경험이 있다. 이후 석사와 박사(문학)학위를 취득하고 한양대 성균관대 등에서 강의를 하다 부산경성대 약학과 교수이던 남편 이정규 교수가 98년 조지아대 교환교수로 오면서 도미했다.
당시 8학년(딸)과 3학년(아들) 남매를 키우며 자연스럽게 학교생활을 알게 되었고 애틀랜타한국학교에서 한국어 교사봉사를 하게 되었다.
애틀랜타한국학교는 31학급에 교사가 40명도 넘는다. 재학생수도 400명에 달한다. 한국어 과정은 모두 11단계의 체계적인 교육이 이뤄진다.
지난해 애틀랜타에서는 안타까운 화재사고가 있었다. 도라빌에 있던 애틀래타한인회관이 불에 타 전소된 것이다. 이 건물은 한인회와 애틀랜타한국학교가 같이 돈을 모아 일군 터전이었다. 당시 화마로 한인회 사무실은 큰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애틀랜타 한국학교 사무실은 전소(全燒) 되어 귀중한 자료들까지 잿더미가 되는 큰 피해를 입었다.
송미령 교장은 “화재로 거의 모든 자료가 소실(燒失) 되었는데 다행히 교지가 1호부터 교장실에 5권을 따로 보관했었다. 이것을 건지고 보니 애틀랜타 한국학교의 귀중한 역사책이 되었다. 옛날 것을 다시 보면서 작년부터는 교지에 조금이라도 정보를 많이 담고 있다”고 말했다.
화재후로 피해 배상 등 아직까지 많은 문제들이 남아있지만 2세들의 교육을 위한 열정은 조금도 퇴색하지 않았다. 사무실을 임시로 얻어 학사일정을 전혀 지장없이 진행시키고 있다.
애틀랜타 한국학교는 지난 2009년 정상숙교장 시절 조지아주정부의 특수교육기관을 인증받았다. 애틀랜타 한국학교에서 받은 한국어점수를 미국고등학교에서 제2외국어학점으로 인정하게 된 것이다. 송미령 교장은 “조지아 주정부의 인증은 5년단위로 갱신하는데 하필 화재직후인 지난해 2월 갱신작업을 하게 되어 29가지를 요구하는 까다로운 서류들을 처음부터 만드는 등 엄청난 어려움을 겪었다”고 술회했다.
애틀랜타 한국학교는 유치반 학생들을 위한 적합한 교재가 없었던 2003년 자체 학습지를 발간했다. 이를 계기로 교사들이 끊임없이 교재와 부교재에 대한 연구를 거듭한 결과, 2008년부터 한국어(입문편) 부교재를 정식 발간하였고 이듬해는 한국어1 부교재, 2013년 8월엔 한국어2 부교재를 발간해 수업시간에 주교재와 함께 병행 사용하고 있다.
매주 학생들의 수준에 따라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있는데, 상상나라와 동요대회, 낱말대회, 동화대회, 골든벨, 말하기대회, 글짓기대회, SAT한국어모의고사 등을 실시해 한국어에 대한 흥미와 한국어 실력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
애틀랜타 한국학교가 여타 한국학교에 비해 차별화된 것중 하나는 졸업반이다. 그해 졸업생 수에 따라 1학급 내지 2학급이 개설되는데 졸업생 수의 절반 이상이 한국학교를 10~11년 다닌 학생들이다.
졸업반 학생들은 한국에 관한 주제를 잡아 논문을 한편 쓰고 논문내용에 관해 구두시험을 보고 통과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자료찾기, 원고수정작업을 통해 읽기 글쓰기 말하기 듣기의 훈련을 포괄적으로 거치게 된다.
이런 단계를 거쳐 졸업한 학생들은 졸업후 학교에서 1~2년간 기초반과 초급반 조교로서 봉사하며 학생이 아닌 준교사로 또하나의 새로운 한국어 교육의 경험을 하게 된다.
송미령 교장은 “졸업 자격을 갖추는 것이 학생들로선 쉽지 않은 작업이자만 장기간 한국어 교육을 받은 학생들에게 한국어 능력을 종합 정리시킴으로써 한국어교육의 완성도를 높이는 계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진단했다.
애틀랜타=노창현 민지영 기자 newsroh@gmail.com
<꼬리뉴스>
애틀랜타 한국학교 송미령교장의 말
"애틀랜타 한국학교는 1981년 설립 이래 올해로 서른네돌을 맞았습니다. 강산이 세 번이나 바뀔 만큼 오랜 세월 속에서 이제는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을 갖춘, 미주 지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큰 규모의 훌륭한 학교로 성장했습니다. 우리의 교육 목표는 이민 후세들에게 한국어 교육을 근간(根幹)으로, 한국의 역사와 전통 문화를 가르치고 한국의 얼을 심어줌으로써 그들이 한국인으로서의 긍지를 갖고 올바른 정체성을 확립하도록 하는데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대한민국은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끊임없이 위협받고 세계의 주목을 끌지 못하던 동방의 작은 나라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여건 속에서도 민족의 정체성과 자부심으로 굳건히 조국을 지켜 온 조상들이 있었기에 오늘날 세계의 중심축에 놓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느새 한국은 세계가, 세계인이 먼저 문을 두드리고 우리의 것을 배워가려 하는 선진국의 대열에 서게 되었습니다. 온 세상이 동시에 소통하고, 동시에 반응하는 디지털 시대인 21세기에 그 주역이 될 우리 후세들 코리언 아메리칸에게도 이제 한국어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습니다. 세계의 수 많은 언어 가운데 한국어가 일곱 번째로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는 오늘날, 한국어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새삼스레 역설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지금 미국을 비롯한 지구촌 곳곳에서 많은 애틀랜타 한국학교 졸업생들이 당당히 자신의 역할을 해내며 한국의 위상을 격상시키고, 한국인의 역량을 발휘하고 있음은 이에 대한 방증(傍證)입니다. 더 나아가 이들에게 한국어 교육을 통해 정립된 확고한 정체성과 자긍심으로,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공존하는 이 사회에서 갈등과 위기를 극복하고, 이질적인 사회적, 문화적 요소들을 융화시킬 수 있는 슬기로운 지도자의 모습을 기대해 봅니다. 이것은 곧 우리 한국학교가 지향하는 궁극적인 사명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