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취한듯 했다. 좀처럼 들어볼 수 없는 전통 한국 악기들의 향연(饗宴)이 펼쳐진 29일 맨해튼의 뉴욕시립대(CUNY) 공연장.
가야금과 거문고, 대금, 아쟁, 해금, 장고, 징에 이르기까지 악기 명인들이 나와 고유의 음색을 들려주는 90분 동안 객석은 도리없이 그들의 연주에 빨려들었다.
한국의 산조(散調)와 무속음악(巫俗音樂)이 뉴욕에서 펼쳐졌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악방송이 주최한 '제2회 뉴욕산조축제 심포지엄'의 일환으로 마련된 이번 축제는 연주가들의 산조 연주와 학자들의 심포지엄을 병행해 눈길을 끌었다.
이번 연주에는 백인영(가야금), 원장현(대금/거문고), 홍옥미(해금), 김영길(아쟁)과 명고수 김규형(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김연수 명창의 차남) 이천승(징) 등 한국 최고의 연주자들이 참여해 더욱 기대를 모았다.
한 미국 관객은 “정말 서양음색에서는 결코 찾아볼 수 없는 소리”라며 “다른 아시아와는 아주 확연히 차별되는 한번 그 소리에 심취(心醉)하면 계속 끌리게 만드는 한국만의 영적인(Spiritual) 사운드” 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날 페스티벌은 국악방송의 음악평론가 윤중강 씨와 하주용 박사가 산조의 형성과 전개과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해설을 해 관객들의 이해를 도왔다.
뉴욕=김진곤특파원 ckkim@newsroh.com
▲ 30분에 걸친 시나위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이 기립박수를 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렇게 다 모여서 시나위 공연을 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꼬리뉴스>
'오메 좋은거~'
‘오메 좋은거~ 이 얼마만에 들어본 소리인지...’
한인관객들은 향수(鄕愁)에 젖은 듯 감회어린 표정이었고 미국관객들은 낯설지만 가슴깊은 곳을 울리는 한국의 가락에 홀린듯한 얼굴이었다.
취재(取材)를 위해 웬만하면 자리 옮기면서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객석의 분위기가 너무 진지해 한 자리에서 셔터를 누를 수밖에 없었다.
산조는 가야금 산조부터 시작, 거문고 산조, 해금 산조 그리고 시나위 공연으로 이어졌다.
내로라하는 명인들이어서 역시 소리는 기대이상이었다. 연주자 모두 흡족한 표정이었고 관객의 수준도 높았다.
가야금의 백인영 명인은 이날 신명이 나서 활짝 웃으며 관객을 향해 키스세례를 날려 큰 호응을 얻었다. 연주를 마치고 앵콜 박수를 받자 다시 들어와 혼자 큰 절까지 해 환호(歡呼)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다만 미국의 공연장이라는 다소 낯선 판이라 ‘얼쑤’나 ‘좋타’, ‘지화자’, ‘그렇지’ 하는 추임새는 고수나 스태프 몇 사람에 국한된게 아니라 객석의 참여도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날 동반자는 “뭔가 산조 공연은 중독성(中毒性)이 있다”면서 “공연시간이 좀더 길었으면 좋을뻔 했다. 클라이막스로 갈려는 참에 끝난 것 같다”고 아쉬워하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