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비생산적 소모인력이 바로 남북한의 군대입니다.”
오인동 박사가 뉴욕을 찾았다. LA의 세계적인 정형외과전문의이자 통일운동가인 오인동박사가 9일 맨해튼 인터처치센터에서 ‘밖에서 그려보는 통일의 꿈-남북연합방’ 출간기념 강연회를 가졌다.
‘밖에서 보는 통일의 꿈(이하 통일의 꿈)’은 한 재미동포가 겨레통합과 모국의 통일을 위한 길을 뜨거운 가슴으로 제시한 책이다. 지난 9월 한국서 출간하자마자 북에 들고 가 김정은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게도 전달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오인동 박사는 “재미동포들은 남북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에 있기 때문에 어느 누구보다 객관적이며 현실적인 통일운동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서 “남과 북이 힘을 합쳐 경제공동체를 운영하며 ‘남북연합방’에 합의하고 통일의 길로 뚜벅뚜벅 걸어가라는 충고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그는 유난히 바쁜 가을을 보냈다. 9월 중순 북에 가서 평양의대 의사들에게 인공관절 수술과 인공고관절기구 제작법을 전수하고 남북연합방의 필요성에 관한 토론도 하고 남에 와서는 서울과 지방 등지에서 열차례가 넘는 강연을 소화했다. 체류하는 동안 제8회 윤동주민족상을 수상하는 기쁨도 안았다.
이번 뉴욕 강연회 이후엔 12월 1일 LA한인타운에서 윤동주민족상 수상과 출간을 기념하는 조촐한 잔치가 열린다. 음악과 시, 노래, 객담에 이어 슬라이드로 ‘재미동포가 그려보는 남북 연합방의 꿈’에 대해 얘기하는 시간이다.
모국에서 강연회 반응은 실로 뜨거웠다. 서울 지방 할 것 없이 강연장은 입추의 여지가 없었고 “너무나 공감이 가는 제안이다” “왜 이런 기막힌 얘기를 주류 언론이 보도하지 않냐”는 반응들이 쏟아졌다. 더불어 ‘통일의 꿈’도 알라딘 북 베스트셀러 5위(통일/북한분야)에 오르는 등 주목을 받고 있다.
“강연을 하면서 청중의 반응에 도리어 감동을 받았다”고 털어놓은 오 박사는 “미국 중국 러시아는 물론 일본까지 일어나는데 언제까지 같은 민족이 소모적인 대립만 하고 있을거냐? 이제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고 안타까워했다.
남북연합방은 과거 남북이 각각 제안한 연합제와 연방제의 장점을 합친 오 박사의 신개념 통일제안이다. 남북이 현 체제와 정부를 유지한 채 ‘남북연합방 경제체제’를 제도화하면 민족사상 유례없는 경제부흥을 이루게 된다는 것이다.
그저 장밋빛전망으로 일관한 탁상공론이 아니다. 내로라하는 통일경제학자 20명의 견해를 포함, 동서독의 사례 등 모든 자료들을 취합해 현실 가능한 냉철한 시각으로 내린 결론이다.
간단히 말해 남의 자본, 북의 토지·자연자원, 남북의 기술·인력은 분단 이래 한 번도 바르게 써 보지 못한 우리 겨레의 기본자산이다. 이 자산을 활용해 경제공동체 운영을 10년 정도하면 현재 남의 국내총생산(GDP) 1조 달러가 2배 이상으로 늘어난다.
오인동 박사는 “북에 비해 경제적 풍요가 수십 배나 되는 남녘 사람들은 가난한 북을 도와가며 통일하려면 남도 어려워진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어려워지기는커녕 남과 북은 더 잘 먹고, 더 잘 놀고, 더 마음 편하게 살게 된다”고 강조했다.
연합방 투자비용은 약 675억달러로 계산됐다. 남측 GDP 6.5% 수준이다. 이 수치는 완전통일 시기를 기준으로 한 것이며 “사실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라고 말한다. 북에 기본시설을 건설하면서부터 남의 근로자와 기업이 돈을 벌고 북에 확충되는 시설들은 통일코리아의 생산성을 더 크게 높여줄 자산이기때문이다.
그는 전쟁 뒤 남북에, 세계 어느 나라 보다 과도하게 쏠려 있는 비생산적 소모인력이 바로 군대라고 지적했다. 남에 69만, 북에 117만 합해서, 인구 7300만의 나라에 무려 180만 명이 국방에 종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 박사는 “세계질서를 주도하는 3억 인구의 미국은 140만, 엄청난 13억 인구의 중국은 230만 병력이니 남북은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일을 하고 있는가? ‘연합방’으로 남북이 평화에 합의하면 병력을 각기 15~20 만으로 줄이고 전역장병을 산업인력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말한다.
“남에서 전역한 50여 만 명이 새 직업에 종사하면 GDP 2%, 즉 200억달러 국가실질 소득을 추가하게 된다. 이는 현재 남의 3~4% 실업률로 인해 감소된 국가소득을 기준으로 새로 취업한 근로인력의 생산성을 계산해서 나오게 되는 수치이다. 북의 90여 만 병력의 산업인력화도 큰 소득 증가를 북 경제에 더하게 됨은 물론이다. 뿐만 아니라 북의 기본시설 확충에는 남에서 일찍이 은퇴한 유능한 전문가들도 복직되어 북에 파견되기도 할 것이다. 남에서 놀고 있는 그 많은 건설장비들도 다시 다 동원 되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징병제는 모병제로 바뀔 수밖에 없다. 군대는 소수정예로 발전하게 되고 우대직업이 된다. 현행 징병제는 20~25세 청년들의 생산적 사회진출 연령을 지연시켜 부모세대에게 경제적 부담을 주고 보이지 않는 국가적 손실도 엄청나다.
그는 “모병제를 하면 수많은 젊은이들이 학업과 문화, 예술, 체능, 기술 분야에서 중단 없이 매진할 수 있다. 선진국 청년들처럼 20대 박사들이 쏟아지고 젊은 인재들이 세계적 명성을 떨칠 수 있다. 이런게 바로 창조경제 아닌가”하고 되물었다.
남북경제공동체는 특수교역이 가능한 민족경제공동체이므로 북의 기본시설확충에 필요한 시설자재나 일상생활소비품의 80% 이상을 남에서 생산한 물품을 쓰도록 한다. 즉 국산품 쓰기 정책이다. 그러면 연합방 투자비용인 남 GDP 675억달러(6,75%)의 80%인 540억달러(5.4%)의 실물생산량 증가가 나오게 된다.
5.4%와 앞서 산출한 병력산업화에서 얻어지는 2%만 합쳐도 GDP 7% 이상이 되어 연합방 투자비용 6.75%를 넘게 된다. 여기에 남의 현재 경제성장률 2.5% 정도를 더하면 10% 정도의 성장도 가능해진다.
병력이 감축되면 당연히 국방비도 줄어든다. 남의 국방비 GDP 3%(300억달러)를 1.5%로 줄여도 150억달러가 나온다. 2차대전후 일본은 GDP 1% 국방비로 세계 두번째 경제대국이 되었다.
그는 “3년간 4대강 사업비로 220억달러를 쏟아부어도 끄떡없는 실력있는 나라인데 왜 못하냐? 북도 물론 똑같이 해야 한다. 확고한 신뢰의 ‘남북연합방’ 체제를 계속하면 군사비를 1%로 축소 못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오인동 박사는 “지난 60년간 남에선 북이 붕괴될거라고 했고 북에선 남을 해방시킨다고 큰소리 쳤다. 대체 된게 뭐냐. 이젠 다른 방법도 한번 생각해봐야 할 때”라면서 “평양에서 ‘북도 이제 정신좀 차려야 하지 않냐’고 쓴소리 하면서 ‘이 책을 김정은 제1위원장에게 갖다드려라’고 당부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 책을 꼭 읽어 주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뉴욕=노창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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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뉴스>
‘밖에서 그려보는 통일의 꿈’‘밖에서 그려보는 통일의 꿈’은 남북 관계 속에서 통일에 대한 꿈을 제시한 책이다. 오인동 박사는 굵어 죽었다는 3백만의 사람들과 위조지폐, 연평 포격전 등 중요 쟁점들을 거론한다. 남북 경제공동체 청사진으로 ‘남북연합방’을 제시하며 통일방안들을 이야기한다.
오 박사는 ‘밖에서 그려보는 통일의 꿈’을 비롯, ‘평양에 두고 온 수술가방’, ‘통일의 날이 참다운 광복의 날이다’, ‘꼬레아Corea, 코리아Korea’ 등 6권의 저서를 출간했다.
황해도 옹진에서 출생한 오인동 박사는 인천 제물포고교와 가톨릭대학교 의대를 졸업한 의사이다. 군복무를 마치고 1970년 미국으로 건너간 지은이는 정형외과의사로 하버드의대 조교수, MIT대학 강사를 역임하며 인공관절기 고안으로 의과학계에 크게 기여했다.
현재 로스앤젤레스 인공관절연구원 원장인 지은이가 남북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1992년 한미의사회 대표단으로 북한에 다녀온 뒤부터이다. 분단 현실의 확인, 충격이었다. 그는 분단의 기원과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서 모국의 근·현대사를 다시 공부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분단극복을 위한 연구와 활동에 열의와 사명감을 갖게 되었다.
2008년에 펴낸 역사서 ‘꼬레아Corea, 코리아Korea’ (책과함께)는 로마자국호의 연원과 통일국호의 문제를 넘어 우리 겨레의 과거와 현재를 성찰해 보고 미래를 모색해 보려는 지은이의 끈질긴 노력의 한 단면이다.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남과 북을 아우르는 민족적 정체성을 강조하며, 나아가서 민족의식과 세계(국제)인식의 균형을 강조한다. 지은이의 이러한 인식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천되었는지를 이 책은 말해주고 있다.
21세기에 들어 민족담론을 구시대의 유물로 치부하려는 한국사회에 민족담론이 아직도 유효하다는 것을 지은이는 실증적으로 요구한다. 통일문제는 민족의 문제이고, 남과북이 주체적으로 접근하여 결실을 보아야 한다는 말을 재미한인동포의사로부터 듣는 일은 다소 의외라는 생각이 들지 모르지만, 분명 신선하게 다가갈 것이라 확신한다.
한미연합회(Korean American Coalition)를 비롯하여 동포사회와 미국주류사회에서 활발하게 그리고 6·15공동선언실천 미국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지은이는 수필문학인으로 통일의 길에 대해 꾸준히 써 왔으며 평양의학대학병원에서 인공관절수술을 전수하며 북녘동포와 의학계를 돕고 있다.
<출처 알라딘 저자 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