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뉴욕경찰(NYPD)은 새로운 지침(指針)을 하달했다. 가슴을 노출한 여성을 봐도 체포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뉴욕시의 3만4천여 경찰관이 공공장소에서 단순한 가슴 노출은 범법행위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받은 것이다.
뉴욕경찰이 이런 지침을 내리게 된 것은 브롱스의 사진가이자 행위예술가인 홀리 반 보스트 때문이라고 뉴욕타임스가 15일 보도했다. ‘토플리스 파파라치’라는 별명의 반 보스트는 공공장소에서 가슴을 노출하는 것으로 여러 차례 경찰에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 보스트는 최근 이와 관련, 뉴욕시를 상대로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이 과정에서 뉴욕경찰당국이 더 이상 가슴노출을 이유로 체포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지침에 따르면 가슴노출은 풍기문란 등 공공장소 외설행위와 같은 형사법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뉴욕경찰당국은 또한 토플리스가 많은 대중의 시선을 끌더라도 군중을 해산시키거나 물리력을 동원하지 말라고 세부지침을 내렸다. 킴 로이스터 경찰 대변인은 “이러한 지침은 경찰내부에서 주기적으로 회람(回覽)되고 있다”고 전했다.
반 보스트는 2011년과 2012년에만 가슴노출로 인해 모두 10차례 체포된바 있다. 그랜드센트럴역의 오이스터바와 맨해튼 초등학교앞, 전철 A선, 미드타운의 후터스 레스토랑 앞에서 가슴을 노출했고 마지막 체포됐을 때는 정신감정을 위해 병원에 끌려갔을 때였다.
그러나 경찰의 체포는 모두 불기소 처분이 됐다. 상업적 목적이 아니라면 가슴을 노출하는 것은 위법사항이 아니라는 것이 지난 20년간 사법부의 일관된 판단이었다.
반 보스트는 올해도 공공장소에서 가슴을 노출했지만 더 이상 체포되지 않았다. 그러나 로날드 쿠비 변호사는 반 보스트의 가슴은 올들어 노출됐다. 그러나 경찰은 더 이상 옷을 입으라거나 체포하거나, 정신병원에 데려가는 일을 하지 않았다. 변호사는 왜 그렇게 됐는지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반 보스트의 변호사 캐서린 로젠펠드는 이번 지침과 의뢰인의 행위예술에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고 본다면서 경찰이 그녀의 행위를 문제삼은 것은 실수였다고 말했다.
반 보스트는 이번 소송을 통해 자신에게 여러차례 제재를 가한 뉴욕 경찰에 대해 ‘처벌적 손해배상금’을 청구하고 있다.
뉴욕=임지환특파원 jhlim@newsroh.com
<꼬리뉴스>
8월 26일은 가슴노출의 날?
2012년 뉴욕에선 한 댄서가 가슴노출에 대한 캠페인을 전개해 눈길을 끌었다. 필라델피아 주에서 온 29살의 댄서 모이라 존스턴은 평등권과 자유권리의 확보 차원에서 가슴을 노출하고 뉴욕시를 활보하고 다니고 있다고 밝혔다.
그녀는 운동할 때 남성들은 아무 거리낌 없이 웃옷을 벗고 다니지만, 여성들만 브래지어 등으로 가슴을 가려야 한다는 사실에 불편과 부당함을 느껴 이 운동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녀는 “나는 모든 여성들이 이러한 권리를 되찾기 위해 가슴 노출이라는 용기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노출로 인해 경찰에 체포된 경우가 여러 번 있다. 어린이 놀이터 등에서 아동들에게 해가 될 수 있다는 인근 부모들의 신고로 체포되기도 했지만 기소된 적은 없다.
이러한 행위에 대해 찬반 여론이 존재한다. 한 여성은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권리를 위해 그렇게 소름 끼치는 방식으로 행하는 것은 동의하지 않는다. 남성들도 가슴을 드러내놓고 다니는 경우는 흔치 않다. 단지 성적인 자극만 줄 뿐”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모이라는 8월 26일 전 세계 ‘상반신 노출(Topless Day)의 날’까지 더욱 적극 행동을 하겠다고 벼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