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아주 제한된 공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데 이골이 난 국가로 유명하다. 누에고치 스타일의 캡슐호텔도 일본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많은 싱글족들이 ‘토끼장(Rabbit Hutch)’으로 불리는 작은 스튜디오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급기야 일본에서 손바닥만한 자투리 땅을 소개하고 커미션을 먹는 온라인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 되고 있다고 월스트릿저널이 4월 15일 보도했다. 이를 사업으로 연결한 회사는 노키사키닷컴(nokisaki.com). 노키사키는 도시 주변의 ‘죽은 공간’을 찾거나 단기임대형식으로 전환하는 일을 하고 있다.
도쿄의 아파트 정문 근처에 길쭉하게 남은 손바닥만한 자투리땅들은 도넛을 파는 공간으로 팔리고 있다. 진열장이 있는 가게 전면의 한쪽 공간은 야채를 파는 농부나 점치는 예언가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된다.
노키사키닷컴이 취급하는 이러한 공간들은 기본 3시간에 최하 15 달러에 팔려나간다. 선착순으로 매매되며 임대시간과 가격은 주인이 정하기 나름이다.
노키사키가 다른 나라에서도 이런 활동을 하는 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러한 비즈니스는 땅이 협소하고 도쿄처럼 인구과밀 대도시에서 공공용지에서 물건을 팔기가 어려운 일본에 잘 들어맞는다.
미국에서 활성화된 크레이그 리스트와 같은 온라인 서비스는 일본의 부동산시장을 똟지 못하고 있다. 일본에선 임대인들이 임차인과 직접 거래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노키사키닷컴을 통한 거래방식은 아주 간단하다. 임대인이 내놓을 공간에 대한 정보와 사진을 사이트에 올리고 임대할 사람들은 리스트를 확인하고 마음에 드는 장소를 고르면 되는 것이다.
노키사키는 이들 리스트에 대한 정보와 세입자들을 검증한다. 세입자들은 노키사키에 수수료를 크레딧카드 혹은 은행을 통해 결제한다. 노키사키는 임대인에게 35% 수수료를 제외한 돈을 송금한다.
남편 토루와 함께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니시우라 아키코 사장은 “임대인들이 종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임대공간들이 널려 있다”고 말한다. 소니의 세일즈 마케팅 부서와 몇 개의 인터넷 업체에서 일했던 니시우라 사장은 칠레에서 수입한 접시들을 파는 임시가게를 열 장소를 물색하다 이같은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됐다.
온라인에서 아무것도 구하지 못한 그녀는 도쿄에 사는 이웃들의 집 근처를 돌아다니다 지방 부동산중개인들이 아주 비싼 이런 공간들을 광고하는 것을 알게 됐다. 그녀는 2008년 노키사키를 런칭했다.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존재하는 곳이었다.
처음에 사이트에 대한 반응은 저조했지만 경기침체가 시작되면서 수익이 늘기 시작했다. 일시해고된 노동자들이 보증금 등 큰 부담없이 임대할 장소를 찾는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노는 공간들을 채우려는 임대인들은 추가 수입을 위해 방법들을 찾는데 민감했다. 노키사키도 장기 임차인들 사이에서 활용이 가능한 시가대를 빌려주는 자투리 임대리스팅을 채워나갔다.
일본에 있는 CB 리차드 엘리스의 매니징디렉터인 “이같은 비즈니스는 소프트 마켓과 유동성의 중요성을 말해줬다”고 밝혔다. 노키사키는 지금 월 200회의 계약을 성사시킬만큼 사업이 잘 되고 있다. 니시우라는 2011년까지 10배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니시우라 사장은 매출이나 수익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두명의 앤젤 투자자로부터 1000만엔(약 1억1000만원)의 투자를 유치하기로 했다고 귀띔했다.
그녀는 리스트의 증가를 위해 부동산 중개인들과의 연합을 깨뜨릴 생각을 하고 있다. 현재 130개의 후보지가 있고 이 중 40%가 도쿄에 있다.
더 작은 공간들은 과일을 실은 밴차량은 도쿄의 고급스러운 아오야마 지구의 아파트 입구에 자리 잡고 점심시간동안에만 장사를 하는데 하루 임대료가 3000엔(약 3만4000원)이다.
그러나 시모키타자와처럼 전통적인 상업구역의 좀더 큰 공간은 일주일간 16만1000엔을 홋가한다.
사카이 허로카주 씨는 젊은층이 몰리는 도쿄의 나카메구로 구역에서 일주일에 한 번 아침나절 4시간동안 1300엔(약 1만4000원)의 임대료를 지불한다. 이 공간은 너비가 2피트(약 60cm) 길이가 8피트(250cm) 크기다. 사카이 씨가 자신의 핑크색 마이크로 밴을 주차하기에 딱 맞는 크기다.
그의 밴차량은 오색 야채와 고구마, 커피, 냉장고, 마이크로웨이브와 금전등록기 등을 싣고 있다. 그는 이곳에서 하루 5000엔 정도를 벌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카이 씨는 “공간이 협소해 팔 수 있는 물건들이 제한 돼 있다”고 말한다. 그는 2년전까지 도쿄의 오다이바 구역에 독립형(Stand-alone) 점포를 갖고 있었다.
이같은 임대방식은 30가구가 사는 아파트에 약간의 우연치 않은 소득을 안겨주고 있다. 아파트 관리인 대표인 후쿠자키 카즈키 씨는 일부 주민들은 음식트럭에서 풍기는 카레 냄새나 난다고 불평하고 발전기 소음을 문제삼기도 한다고 말했다. 후쿠자키 씨는 “그런 입주자에게 임대한 것이라고 설명하면 대개 이해한다”고 덧붙였다.
뉴욕=노창현특파원 croh@newsroh.com
<꼬리뉴스>
이 기사를 보고 누가 문득 뉴욕 맨해튼에서 이런걸 해보면 어떨까하고 물었다. 그러나 뉴욕에선 승산이 낮다. 임대료와 월세가 지나치게 비싸면서 매장 공간은 턱없이 좁은 서울과 도쿄에선 자투리 공간 임대가 먹힐 수 있는 아이템이지만 뉴욕은 기본적으로 매장이 넓기때문이다.
물론 부분적으로 스탠드앞 공간을 활용하는 곳들도 있지만 비중은 미미하다. 노키사키 닷컴의 아이디어는 지극히 일본적인, 시장환경에 맞춘 성공아이템이다.
뉴욕 플러싱 7번역 입구에는 우리의 포장마차 개념인 거리 음식벤더가 하나 있는데 아침에 장사하는 사람하고 오후에 장사하는 사람이 서로 다르다. 사람만 다른게 아니라 파는 아이템이 다르다. 아침에 나오는 사람은 커피와 베이글을 팔고 점심에 나오는 사람은 무슬림 음식인 할랄 푸드를 판다.
한 벤더를 두명이 사이좋게 오전 오후 아이템을 나눠 파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아닐 수 없다. 이 벤더를 밤에 임대해 불고기와 꼬치 등 야참메뉴를 팔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