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과속하는 느낌이었어요.”
오리건 주 펜들턴 인근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사고버스 승객 유병우(25) 씨는 31일 지역신문 오리거니안과의 인터뷰에서 “운전자가 미끄러운 도로를 너무 빨리 달렸다”고 밝혔다.
유씨는 도로가 눈 때문에 미끄러운데다 안개까지 끼어서 한 승객이 가이드한테 우회(迂廻)도로(道路)로 갈 수 없는 지 묻기도 했다고 전했다.
사고지점은 펜들턴에서 동쪽으로 18마일 떨어진 캐비지힐의 정상지점으로 ‘데드맨 패스(죽음의 통로)’로 불리는 곳이었다. 데드맨 패스는 1878년 미국원주민과 싸운 ‘배넉 전투’에서 유래된 것이다.
이날 펜들턴으로 급히 달려온 밴쿠버총영사관의 최영한 영사는 “현재 사고 경위와 승객들에 대한 정보를 취합(聚合)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고버스는 밴쿠버 소재 미주여행사 버스로 다른 3개 여행사를 통해 총 51명의 손님들을 받았으며 이중 5명은 마지막 체류지인 라스베가스에서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유병우 씨는 “승객 대부분은 한국에서 밴쿠버로 유학온 15~17세의 교환학생들”이라고 말했다.
버스 승객의 가족 일부는 펜들턴에 급히 달려와 시신이 안치(安置)됐거나 부상자들이 있는 병원들을 찾아다니고 있다.
시애틀에 사는 이운재 씨는 오레곤헬스사이언스 대학병원에 후송된 아내 이정예(55) 씨를 비롯한 두명을 찾았지만 다른 한명은 신상정보가 잘못됐는지 어디 있는지 알 수 없다고 답답해 했다.
경찰은 이번 사고로 9명이 숨지고 28명이 부상 치료를 받고 있으며 14살부터 73세의 연령분포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뉴욕=노창현특파원 croh@newsroh.com
<꼬리뉴스>
“승객 대부분 한인, 일본과 대만인도 있어”
이날 사고 버스엔 일본과 대만 승객도 일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은 31일 생존한 17세와 16세 한국소년들의 말을 인용, “승객 대부분은 한국인이지만 일본과 대만 승객도 포함됐다”고 전했다. 두사람중 17세 소년은 쇄골(碎骨) 골절 부상을 입었고 다른 한명은 다친 곳이 거의 없었다.
2년전 한국에서 밴쿠버로 유학온 이들은 “버스가 기우뚱하면서 언덕 아래로 떨어지며 세 번이나 굴렀다. 꼭 죽는줄 알았다”고 공포의 순간을 떠올렸다. 이들은 “어떤 승객들은 차밖으로 튕겨져 나오기도 했고 다리가 부러져 신음하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비교적 부상상태가 경미(輕微)했던 이들은 부서진 유리창을 통해 기어 나와 언덕위까지 걸어 올라와 구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버스 뒤편에 앉아 있었다는 이들은 “뒤쪽에 앉은 승객들이 앞편보다는 피해가 적었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로 현지에서는 모두 13곳의 병원 및 셸터가 환자 치료 및 안정을 돕고 있다. 승객들은 세인트 앤소니 병원을 비롯, 오레곤헬스앤사이언스대학병원과 왈라-왈라 제네널 병원, 굿셰퍼드 헬스케이시스템 등에서 분산(分散)치료를 하고 있다. 우마틸라 카운티정부는 일부 승객들을 셸터로 보내 안정가료하도록 조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