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네티컷 뉴타운에서 미국 최악의 총기참사가 발생한지 2주가 지났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총기규제’ 조치를 다짐하고 다수의 여론이 이를 찬성하지만 막강한 자금력으로 정치인들을 쥐락펴락해온 전미총기협회(NRA)의 저항도 만만치 않다.
사건발생이후 일주일간 침묵을 지켰던 NRA는 웨인 라피에르 부사장이 “미국의 모든 학교에 무장경비를 의무화해야 한다”, “총을 가진 악한은 총을 가진 선한 사람들이 지킬 수 있다”는 논리를 앞세워 총기규제 움직임을 정면으로 반대하고 있다.

www.newamericamedia.org
총기난사를 막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과연 총기규제 조치는 이뤄질 수 있을까. 미국의 2200개 소수계 미디어를 아우르는 뉴아메리카 미디어(NAM) 통신이 ‘안전한 학교(Lockdown High)’의 저자이자 탐사보도기자 애넷 푸엔테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궁금증을 풀어보았다.
- 뉴타운 참사이후 학교가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이 늘고 있다. 학교에 경찰을 두는 것이 문제 해결의 방안이 될 수 있을까? 무장 경비와 감시 시스템의 실효성은?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뉴타운에서는 이미 충분한 보호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감시카메라와 정문 앞 경고시스템, 그리고 자물쇠는 침입자로부터 학교를 보호하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이 모두를 무기력하게 만든 것은 애덤 란자가 소지한 강력한 무기였다. 전투군인과 맞먹는 압도적인 무기 앞에 학교는 인명 피해를 막을 방법이 없었다. 보호 시스템이나 무장 경비원 등으로 학교를 무장시켜야 한다는 제안은 비극을 막는 방법이 될 수 없을 뿐더러 더 많은 인명 손실의 위험을 가져올 뿐이다. 1999년 총기난사의 비극이 있었던 컬럼바인 고등학교가 밝은 지역사회를 위해서 금속 탐지기나 무장 경비원을 설치하지 않기로 결정한 사례를 돌이켜봐야 할 것이다.”

- 안전한 학교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나의 저서 ‘Lockdown High’를 쓸 때 연구한 바로는 안전한 학교를 만드는 필수 조건은 장소에 따라 명확히 갈린다. 연구원들은 폭력과 무질서를 막기 위한 보안 경비와 장비가 도리어 폭력적인 환경을 조장한다는 결과를 발견했다. 우리가 아이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치부하고 철조망과 감시카메라를 갖춘 감옥과도 같은 학습환경을 조성한다면 결국 아이들은 우리의 기대에 반하는 행동을 보여 줄 것이다.
뉴욕시 동부에 위치한 한 고등학교는 기존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문제아’들을 위한 대안학교로 금속 탐지기와 무장 경비원등 완벽한 치안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새 교장이 부임한 후 대부분의 시설을 철거하고 규칙을 폐지했다. 대신 그는 교사와 학생, 학부모간의 믿음이 바탕이 된 환경을 구축했다. 학교 경비원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학생들에게 어드바이저나 학습 지도와도 같은 역할을 맡는다. ‘문제아’들이 대다수인 이 학교는 강력한 치안 시스템이 없지만 안전하며 졸업 비율도 높고 대학에도 많이 들어간다.
안전과 보안은 강력한 지도력을 바탕으로 한다. 아이들에 대한 통제력과 전문성, 이해도를 갖춘 학교와 교사의 능력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 왜 학교가 총기 사고의 타겟이 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뉴타운 사건은 버지니아 테크 사건과 다르다. 뉴타운의 범인은 학교 학생이 아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학교 폭력이 아니다. 우리는 아직까지 왜 애덤 란자가 초등학교를 목표로 삼았는지 알지 못한다. 학교가 목표물로 지정된 이유는 보통의 회사가 목표물로 지정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봐야 할 것이다. 장소와 총기폭력은 따로 떼어놓고 논의해야 한다. 란자는 문제가 있는 스무살 청년이었다는 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전부이다.”
- 총기로 인해 학교가 위험에 노출되면서 규제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바람직스러운 일이다. 오로라의 한 영화관에서 있었던 총기 사고와 마찬가지로 뉴타운의 사건은 다른 총기 난사사건과 다르다. 최근에 캘리포니아의 교원연금단체가 CCM(Cerberus Capital Management) 이라는 회사에 투자를 했는데 CCM이 Bushmaster 라는 총기회사를 소유하고 있었다. 이 단체가 총기회사의 한 부분을 소유한 셈이다. 총기 규제에 반대하는 압력 단체에 의해 우리는 총에 현혹되고 있다. 그 이유는 총이 곧 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교 안전과 학교 폭력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쟁점을 호도하는 것이다. 우리가 겨눠야 할 것은 학생들에게 현실적인 위협이 되는 반자동 총기와 같은 것들이다.

- 뉴타운 사건을 계기로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총기 규제야말로 공포와 비극에 대항할 수 있는 오직 하나의 방법이다. 우리의 귀중한 세금과 학교 예산을 활용해 학교를 하나의 요새처럼 만드는데 힘을 쓴다는 것은 아이들을 오히려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다. 안전한 학교를 만드는 최고의 방법은 믿음을 기반으로 한 학습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샌디 훅 초등학교처럼 범죄에 취약한 지역을 철조망과 콘크리트 벽으로 차단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아이들을 교육하는 길이 아니다. 우리는 아이들을 교도소에서 가르칠 수 없다. 애덤 란자에 대해 우리가 배운게 무엇이 되었든 그 상황에서는 아무도 안전 할 수 없다. 진정한 문제의 시작은 란자가 바로 자기 집에 대량 살상 무기를 소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가장 무서운 부분이다.”
뉴욕=노정훈특파원 jungroh890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