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 가족과 주민들의 트라우마가 완화되도록 기도하겠습니다.”

18일 뉴타운 추모현장에서 만난 혜진 스님은 이번 참사(慘死)로 가족과 주민들의 정신적 고통이 무엇보다 심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희생자들이 대부분 6, 7세의 어린이들이라는 점에서 엄청난 충격을 받은 당사자인만큼 깊은 후유증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날 추모제에 참석한 다섯 스님중 혜진 스님은 유일한 미국 스님이자 태고종단 소속이다. 길색 가사를 걸친 다른 스님들과 달리 붉은 홍가사(紅袈裟)를 걸친 스님은 그만큼 눈에 두드러졌다.

2007년 출가한 스님은 2010년 LA 보광사에서 종매스님을 은사로 사미계를 받았다. 출가하기전부터 불교에 심취했다는 혜진 스님은 기도를 마친 후 추도객들이 놓고 간 수많은 인형과 꽃다발, 추모의 메시지를 둘러보면서 눈가에 촉촉이 이슬이 맺혔다.

스님은 “너무나 슬픈 사연이 많아 희생자들을 위해 간곡히 기도했다”면서 “한국 불교와 미국 불교를 대표해서 이 자리에 오게 된 인연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뉴타운(美코네티컷)=민지영특파원 jymin@newsroh.com

<꼬리뉴스>
美언론 한국스님 추모 취재열기

추모단을 이끈 원영 큰스님은 총기참사로 인해 왜곡(歪曲)된 이미지가 심어지지 않도록 언론의 객관적인 보도를 당부했다. 원영 스님은 “이 작고 평화로운 마을에서 일어난 비극으로 인해 미국사회 전체가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여져서는 안될 것”이라며 미국 사회의 건강성이 훼손되는 일 없이 이번 문제가 슬기롭게 해결되기를 희망했다.


미국의 추모객들은 한국 스님들이 정성껏 기도하는 모습에 감화된 모습을 보였고 스님들의 독경 내용을 궁금해 하는 이도 있었다. 원각사 주지 지광스님은 “돌아가신 영가들이 원한이나 좋지 않은 마음을 떨쳐버리고 극락세계에 왕생하도록 반야심경과 법성게, 장엄염불 등을 해드렸다”고 소개했다.

이날 추모현장은 뜻하지 않은 스님들의 출현에 많은 추모객들과 취재진이 몰렸다. 희생자를 애도하기 위해 각지에서 온 미국인들은 한국 스님들과 불자들이 추모의 트리 앞에서 기도를 시작하자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스님들의 기도 장면을 촬영하는 이들이 많았고 더러는 스님들의 염불에 맞춰 눈 감고 합장하거나 무릎꿇고 기도하는 여성도 있었다.


모여든 미국 기자들은 조용하지만 뜨거운 취재 열기를 보였다. 스님과 불자들이 샌디 훅 초등학교 가까운 곳에 마련된 두 번째 추모장소로 이동하자 10여명이 따라와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한 방송사 차량은 줄지어 염불하며 걸어오는 스님과 불자들과 마주치자 차를 세우고 카메라 기자가 허겁지겁 내려 취재하는 진풍경(珍風景)도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