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향년 92세로 별세한 통일교 창시자 문선명 총재의 장례식이 미국에서도 열려 눈길을 끌었다.
문 총재의 미국 장례식(American National Ceremony)은 한국의 장례일정에 맞춰 위성생중계로 진행됐으며 별도의 예비 의식도 거행됐다. 특히 장소가 문선명 총재의 저택이 있는 뉴욕주 테리타운(Tarrytown)이어서 관심을 모았다.
미동부시간으로 14일 오후 7시를 넘기며 어스름이 깃든 더블트리호텔 그랜드볼룸엔 조문객들이 쉴새 없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조객들이 식장 앞에 마련된 방명록에 사인을 하느라 예식 직전까지 긴 줄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들도 눈에 많이 띄었고 합동결혼식으로 잘 알려진 통일교의 분위기를 반영하듯 다문화가정이 많았다.

식장 중앙에 대형 멀티비전이 설치돼 있었다. 왼쪽에는 문 총재의 영정이 세워진 가운데 그 뒤로 9개의 조화가 배치됐다. 앞에는 빈 의자와 함께 흰 테이블보가 씌워진 소박한 원탁 위에 촛불이 켜져 조객들이 개별적인 추모의 예를 올리기도 했다.
의식은 인사말과 기도, ‘아버지의 나라’ 등 두 개의 찬송가를 조문객 전원이 합창하는 순서가 이어졌고 본 장례식은 한국의 가평 청심평화월드센터에서 시작된 장례식을 위성생중계 화면으로 연결해 동시에 진행됐다.
테리타운은 뉴욕 맨해튼에서 허드슨강을 끼고 북쪽으로 30분 거리에 위치한 곳으로 문선명 총재의 미국 저택과 교회가 위치하고 있다. 타운엔 통일교 신자인 한국인 수십여 가구가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테리타운의 장례식엔 다양한 피부의 통일교 신자들이 속속 모여들어 시선을 끌었다.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들도 눈에 많이 띄었고 합동결혼시으로 잘 알려진 통일교의 분위기를 반영하듯 다문화가정이 많았다.
남성은 대부분 검은색 등 짙은색 양복에 흰 넥타이를 착용했고 여성은 흰색 미색 양장을 입고 있었다.
식이 시작되기 전만 해도 조문객들은 대체로 밝은 표정이었지만 기도와 함께 생전의 문 총재를 기리는 다양한 영상이 상영되자 이곳저곳에서 눈시울을 적시는 모습들이 보였다.
이날 식장에서 만난 심갑석 씨(답스페리 거주)는 “통일교 신자는 아니지만 한국을 세계의 중심국가로 널리 알린 종교지도자가 별세했다는 소식에 애도를 표한다. 문선명 총재의 저택과 가까운 동네에 살다보니 더욱 특별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테리타운(뉴욕주)=노창현특파원 croh@newsroh.com
<꼬리뉴스>
한국 장례식 통일교 성지에서 엄수
한국에서 열린 장례식은 통일교 성지(聖地)인 경기도 가평 청심평화월드센터에서 엄수됐다. '문선명 천지인참부모 천주성화식'이라는 명칭의 장례식에는 알프레드 모이시우 알바니아 전 대통령을 비롯한 국내외 인사 3만5천명(통일교 추산)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봤다.
청신도 80여 명이 도열한 가운데 고인의 영정 사진과 영구(靈柩)가 차례로 장례식장에 입장했으며, 흰색 예복을 입은 부인 한학자(69) 여사 등 유족이 뒤를 따랐다. 통일교 세계회장인 7남 문형진(33) 성화위원장의 성초 점화에 이어 천일국가 제창, 문 총재의 특별보좌관을 지낸 박보희 한국문화재단 이사장의 기도, 4남 문국진(42) 통일교 재단 이사장 겸 통일그룹 회장의 헌화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문 위원장은 성화사에서 "참아버님(문 총재)이 보여준 참사랑의 모델적 삶과 비전을 중심으로 천일국 창건을 위해 전력투구하겠다"고 다짐했고, 낭독 중간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강동석 여수세계박람회 조직위원장은 송사에서 "세계적인 기업 활동과 더불어 고인이 심어놓은 수많은 영재양성 교육기관과 예술·문화활동은 더욱 그 뿌리를 튼튼히 하고 무성한 잎과 열매를 맺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타셈 킹 영국 상원의원과 모이시우 전 대통령도 송사를 통해 고인을 기렸으며 한일연합합창단의 송가, 유족·친족 대표·각계 대표의 헌화, 송영섭 일본총회장의 '억만세 삼창' 등이 이어졌다. 고인은 천정궁이 위치한 천성산에 안장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