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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이 남에 전한 구호물자

〈오늘의 역사속으로〉 9월 29일
글쓴이 : 뉴스로 날짜 : 2026-09-29 (화) 19:46:22

〈오늘의 역사속으로〉 9월 29일

 


AI 생성 이미지


역사는 언제나 거대한 힘의 충돌로만 움직이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국경과 이념을 넘어 건너간 한 번의 손길이 오래 닫혀 있던 문을 엽니다. 1984년 9월 29일, 북한이 판문점을 통해 남한의 수해 이재민(罹災民)들에게 쌀과 의약품 등 구호물자를 보냈습니다. 한국전쟁 이후 처음 이루어진 남북 간 구호물자 교류였습니다. 적대의 세월 한가운데서도 사람의 고통 앞에서는 사람이 먼저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장면이었습니다. 그러나 같은 날짜의 역사에는 인간이 서로에게 손을 내밀지 못했을 때 벌어진 비극도 새겨져 있습니다.

 

[역사속의 주요 장면]

 

1789년 — 미국의 군대가 제도 속에 자리 잡다

 

미국 의회가 연방정부의 군사력을 조직하고 유지하기 위한 법률을 통과시키면서 오늘날 미국 군대의 제도적 기반 가운데 하나가 마련됐습니다. 국가의 안전을 지키는 힘 역시 개인의 의지가 아니라 법과 제도의 틀 안에서 운용되어야 한다는 근대 국가의 원리가 모습을 갖추어갔습니다.

 

1829년 — 런던에 근대 경찰이 등장하다

 

영국에서 수도 런던의 치안을 담당하는 메트로폴리탄 경찰(Metropolitan Police)이 창설됐습니다.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구가 급증(急增)하던 시대, 치안 역시 개인이나 사적 무력에 의존하기보다 공공의 제도로 책임져야 한다는 발상의 전환이었습니다.

 

1941년 — 바비야르, 인간이 인간을 잃어버린 자리

 

나치 독일의 점령 아래 있던 키이우의 바비야르(Babi Yar)에서 유대인에 대한 대규모 학살이 시작됐습니다. 9월 29일부터 이틀 동안 약 3만3천 명이 살해됐고, 이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희생됐습니다. 바비야르의 역사는 인간이 타인을 인간으로 보지 않을 때 문명이 얼마나 잔혹한 곳으로 추락(墜落)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래서 기억은 과거를 붙잡는 일이 아니라, 같은 비극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현재를 비추는 일입니다.

 

1984년 — 판문점을 넘어 구호물자가 건너오다

 

북한적십자회가 남한의 수해 이재민을 돕기 위해 쌀과 의약품 등 구호물자를 보내왔고, 대한적십자사가 이를 인수했습니다. 북한 기자와 관계자들도 12년 만에 남측 지역에 들어왔습니다. 정치와 군사적으로 대립하던 남북 사이에서도 재난 앞에서 사람을 돕는 길이 열렸던 순간입니다. 훗날 남북 교류의 역사에서 중요한 인도주의적 장면으로 기억되는 이유입니다.

 

1988년 — 서울올림픽, 한국 여자 핸드볼의 첫 금메달

 

서울올림픽에서 한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이 금메달을 따냈습니다. 한국 여자 핸드볼이 올림픽에서 거둔 첫 금메달이었습니다. 수많은 선수들의 땀과 팀워크가 세계 무대에서 결실을 맺은 날이었습니다. 스포츠는 국경을 넘어 경쟁하면서도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는 또 하나의 언어가 되기도 합니다.

 

[오늘의 탄생인물]

 

엔리코 페르미(Enrico Fermi, 1901~1954)

이탈리아 태생의 물리학자로 현대 핵물리학의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중성자와 핵반응을 연구해 1938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고, 미국으로 건너간 뒤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했습니다. 1942년 시카고대학교에서 세계 최초의 통제된 핵연쇄반응을 성공시키며 원자핵 속에 숨겨진 거대한 에너지의 문을 열었습니다.

 

미겔 데 세르반테스(Miguel de Cervantes, 1547~1616)

《돈키호테》를 쓴 스페인의 위대한 작가입니다. 이상을 좇는 돈키호테와 현실적인 산초 판사의 여정을 통해 꿈과 현실, 인간의 허위와 진실을 유쾌하면서도 깊이 있게 그려냈습니다. 《돈키호테》는 흔히 근대소설의 출발점 가운데 하나로 평가되며, 400년이 넘는 세월에도 인간의 꿈과 어리석음에 관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라냐 델 바스토(Lanza del Vasto, 1901~1981)

이탈리아 태생의 시인이자 철학자, 평화운동가입니다. 인도에서 마하트마 간디의 비폭력 사상에 영향을 받아 유럽으로 돌아온 뒤 공동체 운동을 펼쳤습니다. 폭력에 폭력으로 맞서기보다 삶의 방식 자체를 바꾸어 평화를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오늘의 타계인물]

 

에밀 졸라(Émile Zola, 1840~1902)

프랑스 자연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지식인이었습니다. 드레퓌스 사건에서 「나는 고발한다!(J'Accuse…!)」라는 공개서한을 발표해 국가 권력과 군의 잘못을 정면으로 비판했습니다. 문학가가 자신의 명성과 안전을 넘어 시대의 부당함에 목소리를 낼 수 있음을 보여준 인물입니다.

 

W. H. 오든(W. H. Auden, 1907~1973)

20세기 영미시를 대표하는 시인입니다. 전쟁과 전체주의(全體主義), 사랑과 죽음, 인간의 고독을 시의 언어로 깊이 탐구했습니다. 격동하는 시대 속에서도 인간의 내면을 놓치지 않았던 그의 시는 오늘날까지 많은 독자들에게 읽히고 있습니다.

 

로이 리히텐슈타인(Roy Lichtenstein, 1923~1997)

미국 팝아트를 대표하는 화가입니다. 만화의 한 장면처럼 보이는 이미지와 강렬한 점묘(點描) 표현을 미술관으로 가져오며 대중문화와 순수예술의 경계를 흔들었습니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일상의 이미지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면 예술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오늘의 한마디]

 

사람을 살리는 것은 때로 거대한 선언이 아니라, 국경을 넘어 건너가는 한 포대의 쌀과 한 상자의 약품일지도 모릅니다. 1984년 판문점을 건너온 구호물자는 남북 사이의 오랜 적대가 하루아침에 사라졌다는 뜻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그날만큼은 이념보다 사람의 고통이 먼저였습니다. 바비야르의 비극은 정반대의 질문을 남깁니다. 사람을 사람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잃어버릴 때 역사는 얼마나 깊은 어둠으로 떨어지는가. 결국 역사의 방향을 바꾸는 것은 서로를 사람으로 바라보는 마음, 그리고 그 마음을 행동으로 옮기는 작은 손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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