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의 대부 김해성 목사가 이끄는 지구촌사랑나눔을 위한 후원의 밤에서 총 2억원이 약정(約定)돼 훈훈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 17일 신도림 테크노마트 11층 그랜드볼룸에서는 지구촌 사랑나눔 제1회 정기후원의 밤 행사가 열렸다.
MBC 방현주 아나운서의 사회로 열린 이날 행사는 김성이 전 보건복지부 장관, 이전호 충신교회 담임목사 등 후원인사와 관계자등 3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시종 흐뭇한 분위기속에 진행됐다. 특히 한국에서 외롭고 힘든 시절을 보내는 다문화가정의 엄마아빠와 아이들, 중국동포의집 무료쉼터 거주 이주노동자 등이 초대돼 시선을 끌었다.
다문화가정 출신으로 지구촌사랑나눔 홍보대사를 맡고 있는 프로축구선수 강수일 씨(제주 유나이티드)는 이날 참석한 사람들이 작성한 소망카드를 소망트리에 매달아 시선을 끌었다. 강수일 선수는 “검은 피부색 때문에 나 자신 힘든 일을 많이 겪었다”면서 “최고의 축구선수가 되어 다문화가정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멘토가 되고싶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이날 후원자들이 약정한 기금은 총 2억원으로 앞으로 이주민-다문화가정을 돕고 굶주린 이주노동자들에게 숙식 제공과 환자 치료, 다문화자녀 교육 등에 쓰여질 예정이다.
김성이 전 장관은 “1만원씩 후원하는 지구촌 사랑나눔의 만만세운동에 많은 사람이 참석해 따듯한 다문화 세상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영철 지식나눔 대표도 “이주민을 향한 따뜻한 마음, 작은 힘을 보태서 지구촌사랑나눔의 큰 물결을 이루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떡과 과일, 설렁탕을 함께 나누며 다양한 축하행사를 즐겼다. KBS <남자의 자격>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요들퀸 소프라노 유혜정씨의 ‘어메이징 그레이스’와, 몽골 연주단 ‘딸린 살끼’의 전통 음악연주, 인도네시아 ‘스까르 꿈바르’ 연주단, 소프라노 박선휘와 테너 정윤수의 뮤지컬 노래와 듀엣곡 등 흥겨운 시간이 이어졌다.
엄마아빠를 잃고 고아가 된 ‘흑진주 삼남매’의 이모를 자임해 화제를 모았던 방현주 아나운서는 이날 행사 사회를 무료(재능기부)로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구촌사랑나눔의 한 관계자는 “아나운서를 뽑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신입사원’에서 날카로운 말솜씨와 눈빛으로 ‘방현주 독설’이란 조어까지 낳았지만 사실은 몸도 마음도 따듯한 엄마”라면서 “지난 6월 제1회 중국동포 희망축제에서도 사회를 맡아준 방현주 아나운서는 흑진주 삼남매뿐만 아니라 다문화 가정 자녀들의 이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해성 지구촌사랑나눔 대표는 이날 인사말에서 “우리 사회는 다인종,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데 자칫 잘못하면 프랑스 인종폭동처럼 파국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하지만 후원자와 자원봉사자 여러분처럼 따뜻한 손길이 있는 한 희망은 있다”고 말했다.
정현숙기자 hschung@newsroh.com
<꼬리뉴스>
‘후원금 모금은 서툰 조직, 그늘진 이웃돕기는 능한 조직’
이선희 지구촌사랑나눔 부대표는 이번 행사에 대해 “이주민-다문화가정의 눈물과 아픔을 닦아주다 보니 일이 많아졌고 후원자들의 정성과 사랑, 지원덕분에 이 일을 할 수 있었다. 천원, 만원이 모여서 생명 살리는 일을 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행사를 마치고 지구촌사랑나눔에서 보내온 편지를 소개한다.
‘지구촌사랑나눔’은 후원의 힘으로 운영되는 비영리 사단법인입니다. 하지만 후원금을 모으는 데는 아주 서툰 조직입니다. 후원기업과 후원회원들을 조직하고 관리하는데 힘쓰기보다는 이주민-다문화가정의 권익향상에 앞장서는 게 더 바빴고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이주민 악법을 고치는데 앞장서고, 이로운 정책을 주장하고, 억울한 죽음을 막고, 병든 자를 살리고, 오갈 데 없는 이들을 돌보고, 다문화 아이들을 돌보는 등의 다급한 일에 쫓겼습니다. 이주민-다문화가정의 눈물을 닦는 일이 긴박했기에 살림과 조직을 추스르는 일은 뒷전으로 밀려났던 것입니다.
지구촌사랑나눔은 커지려는 의도로 커진 조직이 아닙니다. 김해성 대표와 시대 상황 탓입니다.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 화재 발생 당시, 불길에 뛰어들어 환자들을 구해낸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김 대표는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는 스타일입니다. 오죽하면 저렇게 헌신하다가 순교하는 것 아니냐고 다들 한 목소리로 걱정하겠습니까. 현장을 누비면서 이주민과 다문화가정의 피눈물을 자신의 것으로 온전히 받아들임으로 인해 쉼터와 급식소, 병원과 학교 등이 들어서면서 기관 규모가 커진 것입니다.
이주민-다문화가정의 절박함으로 인해 아시아 최대 규모로 커진 비영리 사단법인 지구촌사랑나눔! 지난 20년 동안 후원의 밤을 제대로 열지 못했던 것은 이주민-다문화 전장(戰場)의 절박함과 다급함으로 인해 그럴 여유조차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젠 후원이 절박해졌습니다. 최근 서울시교육청이 설립 인가한 ‘지구촌학교’에는 학교건물 매입비 등으로 50억 원이 들어갔습니다. 정부나 부자들의 도움에 의지하지 않다보니 빚이 늘고 말았습니다.
지구촌사랑나눔에서 일하는 70여명의 직원 가운데는 정부기관과 대기업의 고위직 출신, 독일유학파 목회자 등 쟁쟁한 일꾼이 적지 않지만 이들이 받는 급여는 매우 적습니다. 직원들도 가정과 부양가족이 있는 생활인이기에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립니다. 하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동으로 삶의 궁핍함을 달랩니다.
저임금과 고된 노동에도 지구촌사랑나눔을 사랑하는 것은 이주민과 다문화가정을 돕는 기쁨 때문입니다. 그것은 이주민-다문화가정 환자들을 돌보고, 상담하고, 가르치고, 장례를 치러드리고, 유가족들을 초청하는 일을 비롯해 우리 사회에서 가장 약자인 이주민과 다문화가족들에게 손발이 되어주는 일입니다.
문제는 적은 급여조차 매월 챙기는 일이 큰이라는 것입니다. 월급이 가까워지면 김 대표의 얼굴은 어두워지곤 합니다. 50대 가장이기도 한 김해성 대표는 자신과 가족이 전셋집을 전전하는 것도, 당뇨와 간질환을 달고 사는 건강 문제도, 자가용 한 대 없어서 봉고차를 몰고 다니는 불편함도, 주머니에 돈이 없어서 빵으로 식사를 때우는 것도 불편해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주민과 다문화가정 그리고, 가난한 직원들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는 것은 죄스러워합니다.
이주민-다문화가정을 돕는 일! 이 아름답고 귀한 일이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풍족하진 않더라도 궁핍함으로 인해 눈물 흘리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쪼들림으로 인해 심장이 타고 애가 타들어가는 일이 줄어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이웃들의 행복을 위해 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김해성 대표와 직원들에게 행복의 작은 부스러기라도 나누어졌으면 좋겠습니다.

▲ 이상 사진=지구촌사랑나눔 제공
후원천사들이 여는 세상 지구촌사랑나눔은 후원금을 모으는 기술이 서툴지만 후원기업과 후원자들은 이주민-다문화가정을 돕는 데 능숙하게 앞장서주셨습니다. 귀한 후원금 한 푼 한 푼이 모여서 일용할 양식이 되고, 링거액이 되고, 잠자리가 되고, 장의봉고차 기름이 되고, 아이들의 공책과 교실이 되고, 노래가 되고, 희망이 되고 있습니다.
지구촌사랑나눔을 통해 이주민-다문화가정을 돕는 천사들은 누굴까요? 그들은 기업-기관의 ‘든든한 후원천사’, 생활비와 용돈을 아껴서 돕는 ‘소중한 개미천사’, 이름도 빛도 없는 ‘아름다운 익명천사’입니다. 위기에 처한 이주민-다문화의 생명을 살려주신 후원 천사들의 힘, 그 아름다운 힘들이 모여서 미래의 다문화 희망세상을 열어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