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선거인단의 투표 결과를 뒤집으시오."
펜스: "헌법상 저에게는 그럴 권한이 없습니다."
트럼프: "당신은 너무 정직해" 라고 기소장에 명시-
8월 1일 잭 스미스 연방 특별 검사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2020년 선거 패배에 대해 거짓을 유포하고 결과를 뒤집으려 음모한 혐의로 전격 기소(起訴)했다. 8월 2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연방 법원에 출두하여 스미스 특검 앞에서 기소 내용에 대한 인정심문을 받는다. 사건 제목은 '미국 대 도널드 트럼프' 이고 어제 이후로 트럼프는 범죄 혐의자에서 범죄 피고인으로 바뀌었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미 포르노 배우 성관계 입막음용 공금 도용 혐의와 국가기밀 문건 유출 혐의로 기소된데 이어 세번째로 기소된 사건이며 그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범죄 사건이다. 곧 이어 조지아 주에서 선거결과 조작 혐의로도 기소될 전망이다.
이번 스미스 특검 기소의 가장 큰 의미는 유죄로 판명날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민주주의의 핵심 근간(根幹)인 선거 제도를 심각히 훼손했다는 것, 그리고 1/6 의회 폭동의 사실상 배후였다는 것이 밝혀지는 것이어서 미국의 민주주의와 내년 대선에 미칠 영향력이 매우 크다. 당연히 미국인들 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주목하는 세기의 재판이 될 것이다.
특검의 기소 내용은 크게 네가지다.
- 대선 결과에 대해 사기 및 속임수로 거짓 유포
- 대선 결과 집계하는 연방정부의 기능을 방해
- 1/6 연방의회 폭동시 공무집행 방해
- 국민들의 시민권 침해
미국의 모든 주류 언론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기소 사실을 1면 톱으로 보도했다. 그 중에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MSNBC의 간판 앵커 로렌스 오도넬의 보도였다. 하버드 법대의 헌법학 교수이자 현 법무장관 매릭 갤런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존 로버츠 대법원장의 스승인 로렌스 트라이브 교수도 특별 출연했다.
로렌스 오도넬 앵커가 가장 주목한 증인과 증언은 펜스 전 부통령과 그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대화한 내용 증언이다.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선거가 끝난 후 2020년 성탄절, 4일 후 그리고 2021년 새해 첫날에 대화를 나누었고 이를 펜스 당시 부통령이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펜스 부통령에게 연방 상원에서 최종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뒤집으라고 말하자 펜스는 "헌법상 그럴 권한이 나에게 없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신은 너무 정직해." (You are too honest)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내용은 펜스 전 부통령이 이번 사건을 다루는 연방대배심원들 앞에서 '증인 선서'를 하고 증언한 내용이다. 이 사실은 특검의 45쪽에 달하는 기소장에 증거와 함께 포함되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당신은 너무 정직해" 라는 발언은 법적으로 트럼프 피고인이 자신의 패배를 알고 있었다는 것과 불법 음모를 사주(使嗾)했다는 스모킹 건 즉, 가장 결정적인 증거여서 이번 재판 기간동안 특검측이 가장 많이 강조하게될 내용이다. 이 대목에서 닉슨 전대통령이 워터게이트 불법 도청 사건을 저지른 후 자신이 무죄라고 항변하며 했던 유명한 말이 오버랩 된다. "나는 사기꾼이 아니야"(I'm not a crook!). 결국 그는 죄를 인정하고 사임했다.
트럼프 "당신은 너무 정직해"와 닉슨의 "나는 사기꾼이 아니야" 라는 두 전직 공화당 대통령들이 중대한 불법행위를 저지른 후 했던 말들은 두고 두고 인구(人口)에 회자(膾炙) 될 것이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트럼프와 그의 정치적 스승인 자칭 '더러운 모사꾼'(Dirty Trickster) 로저 스톤이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도 닉슨이다.
미국의 민주주의와 사법정의가 아직은 살아있다고 믿는다. 그렇다면 트럼프는 당연히 유죄판결을 받아야 하고 감옥에 가야한다. 그것이 사필귀정 (Poetic Justice)이요 자업자득이다. 당연히 트럼프의 극우 정치행보를 따라하는 K-트럼프가 들으라고 하는 말이다.
P.S. 아주 옛날 프랑스 영화 중에서 '악인은 지옥으로'라는 제목이 생각난다. 그리고 요즘 대 히트 중인 영화 '밀수'를 만든 류승완 감독의 초기 작품 "다짜마와리: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라는 영화 제목도 생각난다. 세월이 흐른 후 '미국 대 트럼프'라는 영화가 나온다면 부제목으로 잘 어울릴 듯 하다. '사필귀정(事必歸正)'이나 '자업자득(自業自得)'이란 말을 들으면 위의 영화 제목들이 생각난다. 그 이유는 독자분들의 판단에 맡긴다.
글 박동규 변호사 | 시민참여센터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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