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전쟁과 이란전, 美중간선거 쟁점
비방과 체포로도 가둘 수 없는 목소리들이 미국 정치의 한복판으로 들어오고 있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유엔 연설을 전후해 뉴욕에서는 항의 시위가 이어졌고 배우 수잔 서랜든 등 시위 참가자들이 체포됐다. 유엔 총회장에서는 네타냐후가 연설을 시작하자 각국 대표들이 잇따라 자리를 떠났다. 뉴욕시장 조란 맘다니와 네타냐후의 공개 충돌까지 겹쳤다.
이제 가자 전쟁과 이란전, 그리고 미국의 중동정책은 더 이상 워싱턴 외교가의 문제에 머물지 않는다. 미국 시민들이 거리에서 묻고, 젊은 세대가 여론조사에서 답하며, 정치권이 선거를 앞두고 답해야 할 국내 정치의 문제가 되고 있다.
■ 체포할 수는 있어도 질문을 막을 수는 없다

수잔 서랜든 인스타그램
수잔 서랜든의 체포는 상징적이다. 경찰은 시위 과정에서 도로를 막은 행위 등을 이유로 체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민들이 자국 정부와 동맹국의 전쟁정책에 공개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에서 표현의 자유는 정부의 정책에 찬성할 때만 필요한 권리가 아니다. 오히려 전쟁처럼 생명과 막대한 국가 자원이 걸린 문제일수록 시민의 비판은 더 중요하다. 가자에서 민간인 희생이 계속되고 이란전까지 겹친 상황에서 “미국은 왜 이 전쟁에 관여하는가”, “미국의 군사적 지원은 어디까지 정당한가”, “전쟁을 끝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누구도 금지할 수 없다.
■ 유엔에서 드러난 국제사회의 반발
네타냐후 총리의 유엔 연설을 둘러싼 장면은 더욱 상징적이다. 연설이 시작되자 수십 명의 대표들이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네타냐후는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을 방어했지만, 회의장을 떠나는 대표들의 모습은 가자 전쟁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비판이 얼마나 커졌는지를 보여줬다. 이스라엘은 집단학살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며 군사작전은 하마스를 겨냥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안보를 이유로 내세운다고 해서 민간인 피해에 대한 질문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국제사회가 묻는 것은 이스라엘의 안보권을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그 안보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민간인의 생명과 국제법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 네타냐후와 맘다니의 정면충돌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과 네타냐후 총리의 공개 충돌은 이 문제가 미국 국내정치로 이동했음을 상징한다. 맘다니는 네타냐후를 ‘전쟁범죄자’라고 규정하고 가자에서의 이스라엘 군사작전을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집단학살’이라고 비판해왔다. 네타냐후가 유엔 연설에서 맘다니를 반유대주의자라고 공격하자 맘다니는 이를 ‘집단학살을 세탁하려는 근거 없는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네타냐후와 이스라엘 정부는 이러한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두 사람의 말싸움 자체가 아니다. 미국의 대도시 시장이 외국 정상의 전쟁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외국 정상 역시 유엔 무대에서 미국의 시장을 직접 공격하는 상황 자체가 가자 문제가 미국 국내정치의 쟁점이 됐음을 보여준다.
■ 문화계도 침묵하지 않는다
문화예술계에서도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에드 시런을 비롯한 유명 음악인들이 가자 전쟁과 인도주의적 위기에 대해 공개적으로 발언했고, 친팔레스타인 입장을 둘러싼 공연과 출연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전쟁에 대한 비판이 정치인과 활동가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중문화의 영역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미국 사회에서 전쟁을 바라보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징후이다. 과거에는 중동정책이 주로 외교·안보 전문가와 워싱턴 정치권의 영역이었다면 이제는 배우와 음악인, 대학생과 시민사회가 공개적으로 질문을 던지고 있다.
■ 미국 여론도 달라지고 있다
퓨리서치센터의 2026년 3월 조사에서 미국 성인의 60%가 이스라엘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2025년 53%에서 7%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네타냐후 총리가 국제문제에서 올바른 일을 할 것이라고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도 59%에 달했다. 특히 50세 미만에서는 민주·공화 양당 성향층 모두 이스라엘과 네타냐후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공화당 성향의 젊은층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는 점이다. 50세 미만 공화당 성향층의 57%가 이스라엘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이는 이 문제가 단순히 민주당 지지층의 이슈라고 규정하기 어려움을 보여준다.
5월 퓨리서치센터 조사에서는 18~29세 미국인의 팔레스타인 국민에 대한 호감도가 58%인 반면 이스라엘 국민에 대한 호감도는 32%였다. 이스라엘 정부에 대한 호감도는 18%에 그쳤다. 민주당 성향 젊은층에서 격차(隔差)가 더욱 컸지만, 공화당 성향 젊은층에서는 이스라엘 국민 42%, 팔레스타인 국민 40%로 거의 비슷했다. 세대교체가 미국의 대중동 인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이다.
■ 중간선거는 결국 책임의 심판대다
이 같은 여론 변화 속에서 가자 전쟁과 이란전은 2026년 중간선거에서 외면하기 어려운 정치적 쟁점이 되고 있다. 중간선거는 단순히 의회 의석을 다시 배분하는 선거가 아니라 지난 2년 동안 행정부와 의회가 무엇을 결정했고 그 결과가 무엇이었는지를 유권자가 따져 묻는 자리이기도 하다.
미국의 세금과 군사력이 어디에 사용됐는지,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에 어떤 지원을 했는지, 가자 민간인 피해와 이란전의 확전(擴戰)에 어떻게 대응했는지, 전쟁을 끝내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충분히 했는지를 유권자가 검증할 수 있다. 경제와 이민, 의료와 세금에 정책의 책임을 묻듯 외교와 전쟁정책에도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 전쟁은 정치인의 연설로 끝나지 않고 미국인의 세금과 군인의 생명, 민간인의 희생이라는 현실로 남는다.
따라서 11월 중간선거는 트럼프와 광화당이 지난 2년 동안 전쟁과 평화를 위해 무엇을 결정했고 그 결과에 대해 어떤 설명과 책임을 내놓았는지를 유권자가 판단하는 심판대가 되어야 한다. 사람을 체포할 수는 있어도 질문을 체포할 수는 없다. 시위를 막을 수는 있어도 전쟁의 결과에 책임을 묻는 유권자의 목소리까지 막을 수는 없다.
글 박동규변호사 | 美시민참여센터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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