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도한 한강의 물결 위로 107년 전 자주독립을 향한 염원이 붉은 빛으로 재연됐다. 지난 8월 15일 광복 81주년을 맞아, 민족문제연구소 고양파주지부 주최로 행주나루와 김포 행주나루를 잇는 ‘조선독립만세’ 선상만세운동 및 평화항해가 성황리에 개최됐다.
행사가 열린 한강 하구는 1919년 3·1운동 당시 일제의 눈을 피해 주민과 어민들이 배를 띄우고 “조선독립만세”를 외쳤던 역사적 현장이다. 육지를 넘어 물길까지 활용한 전국 유일의 선상 항일 운동이었으나, 분단 이후 오랫동안 철책과 군사 규제에 막혀 잊혔던 공간이기도 하다. 2015년 철책 해제 이후 비로소 시민의 품으로 돌아와, 과거와 미래를 잇는 역사 평화의 공간으로 거듭났다.


이날 오후 6시, 개막식과 독립군가 제창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항해가 시작됐다. 태극기를 다는 ‘개성호’와 한반도기를 내건 ‘벽란도호’, 김포에서 합류한 ‘오르카호’ 등 3척의 선박이 뱃고동을 울리며 물살을 갈랐다. 참가자들은 3·1운동의 역사적 징표인 <조선독립선언서>를 낭독하고 도산 안창호 선생의 ‘거국가(去國歌)’를 부르며 조국 독립을 향했던 선열들의 아픔을 깊이 되새겼다.

뉘엿뉘엿 해가 질 무렵, 참가자들이 일제히 들어 올린 붉은색 LED 조명은 한강 하구를 황홀하게 물들였다. 100여 년 전 일제의 탄압에 맞서 독립의 의지를 밝히고자 불태웠던 횃불을 형상화한 ‘독립의 빛’이었다.

주최 측은 이번 행사의 핵심 메시지로 ‘독립에서 평화로’를 제시했다. 단순히 과거를 기억하는 데 머물지 않고, 분단과 대립의 통제선을 넘어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이끌어내자는 취지다. 실제로 이들은 3·1절, 4·27, 6·15, 7·27, 8·15 등 민족의 주요 기념일마다 한반도기를 달고 한강하구 중립수역을 향한 평화항행(平和航行)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민족문제연구소 백창환 고양파주지부 지부장은 “광복은 완료된 과거가 아니라 오늘 우리가 어떤 미래를 만들 것인지 묻는 현재 진행형의 역사”라며 “선상만세운동의 역사적 현장에 기념비 하나 없는 아쉬움 속에서도, 한강 위에 밝힌 독립의 빛이 한반도 전역을 밝히는 평화의 빛으로 확장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광복절의 뜨거운 열기를 이은 한강 하구 평화항행은 오는 9월 19일(9·19 공동선언)과 10월 4일(10·4 남북정상선언)에도 지속될 예정이다. 분단의 물길을 평화와 화해의 바다로 바꿔나가려는 이들의 돛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물결을 헤쳐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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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뉴스>
한강하구 선상만세운동..사상 첫 선상만세시위
한강하구 선상만세운동 1919년 3월 경기도 고양군 지도면 행주리(현 고양시 행주나루터) 주민과 어민들이 일제에 맞서 배를 타고 한강 물 위에서 "대한독립 만세"를 외친 전국 유일의 선상 만세시위다.
1919년 3월 11일 첫 만세운동을 시작으로 3월 24일과 28일 등 총 세 차례에 걸쳐 전개되었다. 행주산성 덕양산에서 야간에 등불을 올리고 만세운동을 벌이다 일본 헌병들의 탄압과 추격으로 한강변까지 밀려난 주민들이 배를 띄워 수상에서까지 독립의 함성을 이어갔다.
육지를 넘어 물길인 한강 배 위까지 저항을 확산시킨 역사상 유례가 없는 독창적인 항일 독립운동이다, 현재 행주나루터가 있던 인근 강변은 행주산성 역사공원으로 조성되어 당시의 선상만세운동을 기리는 안내판과 표지판이 세워졌고, 지역 시민단체와 연구소를 중심으로 매년 기념 및 재연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