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 음모론에서 핵무장·북미대화까지

윤석열을 감싸던 ‘트럼프 측근’
프레드 플라이츠는 단순한 미국 보수 논객이 아니다. CIA 고위괸료 출신이자 하노이 회담을 깬 장본인(張本人)으로 알려진 존 볼턴의 비서실장과 트럼프 1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비서실장을 지냈다. 현재는 친트럼프 성향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AFPI) 부소장이다. 그는 윤석열 전 대통령을 옹호하고 한국 정치에 미국의 개입 가능성을 거론해온 반면, 최근에는 북미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적극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상반된 행보 때문에 그의 발언과 한국 내 인맥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부정선거 음모론의 미국 전파자
플라이츠의 한국 정치 개입은 2020년 총선 부정선거 의혹에서부터 뚜렷해진다. 그가 이끌었던 미국 안보정책센터는 KCPAC과 함께 4·15 총선 부정선거 의혹을 다루는 보고서를 냈고, 플라이츠는 KCPAC이 부정선거 감시 활동을 지원하고 연결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이후 CPAC 코리아 행사에서도 그는 한국의 선거부정 문제를 “더 큰 안보 도전의 일부”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분명한 것은 그의 그동안의 행보를 보면 반중, 반북, 반공, 친일. 친윤, 친한미일 삼각동맹주의자라는 것이다.
윤석열 탄핵을 ‘극좌’로 규정하다
그는 2025년 1월 채널A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윤석열 대통령을 몰아내고 대통령 권력을 약화시키려는 “극좌 급진주의자들”에게 유리한 발언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도대체 그가 말한 ‘극좌 급진주의자’는 누구인가. 헌법적 절차에 따라 윤석열 탄핵을 요구한 국회와 시민들을 지칭한 것이라면, 이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주권자에 대한 심각한 모독이다. 더욱이 윤 전 대통령이 전한길을 통해 감사의 뜻을 전하면서 고든 창, 모스 탄과 함께 플라이츠의 이름을 거론했다는 사실은 양측의 정치적 인연을 가볍게 볼 수 없게 한다.
“한국이 원하면 핵무장 지지”
플라이츠의 영향력은 핵무장 문제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2025년 11월 한국이 핵무기를 원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할 것이라는 취지의 전망을 내놓았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식 선언이 아니라 플라이츠의 해석이지만, 트럼프 진영의 전직 고위 안보 당국자가 한국 핵무장에 공개적으로 우호적인 메시지를 내놓았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당시 한국 정부는 “대한민국의 핵무기 개발은 있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런데 이제는 “이재명을 먼저 만나라.”
더 큰 역설은 최근 나타났다. 플라이츠는 8월21일 미국 보수매체 <아메리칸 그레이트니스> 기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을 만나기 전에 서울을 방문해 이재명 대통령부터 만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미연합훈련 축소도 김정은을 정상회담으로 끌어내기 위한 감수할 만한 “작은 대가”라고 평가했다. 루비오 국무장관의 서울 파견과 대북 특별대표 임명까지 주문했다. 윤석열을 감싸던 사람이 이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촉구하는 것이다. 이것이 단순한 현실주의적 정책 변화인지, 트럼프 진영의 새로운 한반도 전략인지 주목해야 한다. 적어도 분명한 것은 플라이츠가 한미관계와 북미관계에 자신의 목소리를 강하게 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더 중요한 위성락 안보실장과의 만남
문제는 그가 한국의 공식 외교관이 아닌데도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을 만났다는 점이다. 특히 2025년 7월 한미의원연맹 방미단을 만난 자리에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수사와 처우가 불공정할 경우 한국에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경원 의원 역시 이를 “여당과 정부에 대한 예사롭지 않은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묻지 않을 수 없다. 위성락 실장은 왜 플라이츠를 만났는가. 누가 만남을 주선했으며 무엇을 논의했는가. 윤석열 문제와 부정선거 의혹이 논의됐는가. 핵무장과 한미 원자력 협력을 논의했는가. 한미연합훈련 축소와 북미정상회담을 논의했는가. 그리고 그 내용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어떻게 보고됐는가.
비공식 특사인가, 극우 네트워크의 연결고리인가
플라이츠를 무조건 ‘극우 공작원’이라고 규정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오히려 더 냉정하게 그의 실제 영향력을 따져야 한다. 그는 존 볼턴의 비서실장 이었고, 트럼프 1기 NSC 사무국장 이었으며, 친트럼프 싱크탱크의 부회장이며, KCPAC의 부정선거 서사를 미국에 전달했고, 윤석열을 옹호했으며, 한국 핵무장에도 우호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아울러 지금은 북미회담 전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촉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 정부는 그가 누구를 대표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트럼프 진영의 비공식 창구인가, 단순한 민간 전문가인가, 아니면 한미 극우 네트워크의 정치적 연결고리인가.
주권자는 국민이다
한미동맹도 중요하고 북미대화도 중요하다. 그러나 동맹이 미국의 전직 관료에게 한국 정치에 개입할 면허를 주는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의 선거 결과와 대통령의 정당성은 미국 극우세력의 승인을 받을 일이 아니다.
따라서 위성락 실장과 나경원 의원은 국민 앞에 설명해야 한다. 플라이츠를 왜 만났고,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가.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외교기밀의 공개가 아니다. 주권자의 대표가 누구와 어떤 정치적 메시지를 주고받았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투명성이다. 프레드 플라이츠가 비공식 특사라면 그 사실을 밝혀라. 민간 인사라면 왜 한국의 국가안보 책임자가 그를 반복해서 만났는지 설명하라.
대한민국의 외교와 안보를 결정하는 최종 권한은 미국의 어느 전직 관료에게도, 한국의 어느 극우 네트워크에도 있지 않다. 주권자는 국민이다.
글 박동규 변호사 | 美 시민참여센터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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