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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에 울려 퍼진 오월 광주 기억

글쓴이 : 정동철 날짜 : 2026-05-25 (월) 19:26:53

노래·문학·주먹밥으로 광주 아픔과 연대 되새겨

 

호주한인교육문화센터(KCC)가 23일(토) 시드니 웨스트 라이드 커뮤니티 홀에서 ‘오월 광주 작은 문화제’를 열고 노래와 시, 영상,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 낭독을 통해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아픔과 희생, 연대와 민주주의 정신을 함께 기억하며 깊은 감동과 울림을 나눴다.

 

이번 문화제는 ‘Voices of May, Gwangju 1980’을 주제로 진행됐으며 1980년 5월 광주 시민들의 민주화 항쟁과 희생을 해외 한인사회 안에서 다시 기억하고 평화·정의·인권의 가치를 다음 세대와 함께 나누기 위해 마련됐다. 호주 시드니 한인회 형주백 회장, 이용재 한인복지회장과 장석재 시드니한국문학작가회 대표를 비롯한 한인사회 주요 인사들과 시드니 소녀상 연대의 한준희 목사도 참석해 한인사회가 함께 오월의 정신을 기렸다.

 



행사는 오후 5시부터 1부 공연 ‘오월이 온다’, 2부 ‘오월의 목소리’ 공모전 시상식, 3부 ‘오월의 식탁’ 순으로 진행됐다.

 

문화제는 광주 영령을 위한 묵념과 원주민 인정문(Acknowledgement of Country)으로 문을 열었다. 이어 시 낭송과 음악, 소설 낭독이 하나의 이야기처럼 이어지는 서사형 공연이 펼쳐졌다.

 

1부 공연에서는 박용주 시인의 ‘목련이 진들’ 시 낭송과 함께 잘때 밴드와 애드나인 밴드의 공연이 이어졌다. ‘당부’, ‘오월의 노래’,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상록수’, ‘광야에서’, ‘흰수염고래’, ‘날아’ 등이 무대에 올랐다.

 

특히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 일부가 낭독되자 행사장 안은 무거운 침묵에 잠겼다. 낭독에서는 시민군 시신을 수습하던 장면과 “군인들이 죽인 사람들에게 왜 애국가를 불러주는 걸까요?”라는 질문이 소개되며 광주의 비극과 인간 존엄에 대한 깊은 성찰을 전했다.

 

시 낭송에서는 “살아 있는 사람은 부끄럽게 하고 마냥 푸른 하늘도 눈물 짓는 우리들 오월의 꽃”이라는 표현이 낭독되며 객석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었다.


무대 위에서는 공연자들의 노래와 영상이 교차되며 1980년 광주의 절박했던 순간들이 재현됐다. 공연 중 소개된 인터뷰 음성에서는 “우리나라는 반드시 민주주의가 되어야 한다” “내가 그 자리에 빠지면 정말 비겁한 사람이 될 것 같았다”는 당시 시민들의 증언도 전해졌다.

 

행사에 참석한 관객들은 노래를 따라 부르거나 눈물을 훔치며 공연에 깊이 몰입했다. 특히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질 때는 행사장 안에 있던 참석자들이 함께 일어나 노래를 부르며 오월의 정신을 기렸다.

 

강병조 KCC 공동대표는 환영사에서 “지난 수십 년 동안 5월이 되면 5·18 광주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그 정신을 기리기 위한 행사들을 계속 진행해 왔다”며 “올해는 특별히 노래와 문학, 영상이 함께하는 작은 문화제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월 광주를 우리가 계속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많은 분들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경험한 아픔과 희생이 있기 때문”이라며 “오늘 이 자리가 뜻깊은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부에서는 ‘오월의 목소리’ 글·그림 공모전 시상식이 열렸다. 공모전은 평화·정의·인권·저항을 주제로 진행됐으며 어린이와 성인 참가자들의 그림과 시, 에세이 작품들이 소개됐다.

 

KCC 김병기 사무국장은 “전문가 심사가 아니라 보통 사람들이 글과 그림을 읽고 느낀 감동을 중심으로 선정했다”며 “5월 광주의 정신인 인권과 정의, 평화와 저항을 얼마나 잘 담아냈는지를 중요하게 봤다”고 설명했다.

 

그림 부문에서는 김세인, 소다희, 김소을, 김하연 어린이가 수상했으며 ‘평화로운 놀이’, ‘평화가 날아오를 때’, ‘평화로 연결된 우리’ 등의 작품이 소개됐다.

 

글 부문에서는 김은희 씨가 시 ‘틈’과 에세이 ‘두 김씨의 세상’으로 으뜸상을 받았다. 유혜숙 씨는 에세이 ‘비 온 뒤에’로 입상했다.

 

영어 부문에서는 스리랑카·튀르키예·오스트리아 출신 참가자들이 수상했다. 스리랑카 출신 Thilakshan Kaniswaran 씨는 타밀족 탄압 속에서 어린 시절 아버지와 생이별한 경험을 글에 담아 평화와 인권의 의미를 전했다. 오스트리아 출신 Alina-Theresa Schnedl 씨는 “공모전을 통해 광주와 5·18의 역사를 처음 깊이 알게 되었으며, 음악이 전하는 감동을 언어를 넘어 느낄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은희 씨는 “기억은 과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갈지를 묻는 과정인 것 같다”며 “오늘 함께한 시간이 서로의 아픔과 존엄을 존중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수상작 시 「틈」의 일부는 이날 행사의 정서를 조용히 대변했다.

 

“폐허의 뒤편에서 닫혀 있던 문 하나

작은 틈을 엽니다.

이름을 잃은 자리를 조용히 비추는

문틈 사이로 스미는 빛

어둠이 골목을 삼키려 할 때

사라진 자리를 대신해 세상을 붙듭니다.”

 

유혜숙 씨는 수상 소감에서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읽고 동호에게 너무 미안했다”며 “그 자유를 우리가 지금 이곳에서 얼마나 누리고 사는지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렇게 얻은 자유”라며 “그 자유를 어떻게 누리고 살아야 하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며 그분들의 영혼에 위로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행사의 마지막 순서인 ‘오월의 식탁’에서는 참가자들이 주먹밥과 컵라면, 떡과 과일을 함께 나눠 먹으며 광주 시민들의 연대 정신을 되새겼다. 순서지에는 “1980년 5월 광주 시민들은 주먹밥을 만들어 서로 나눠주었습니다. 그 연대와 나눔의 마음을 기억합니다”라는 문구가 담겼다.

 

글 사진 한호타임스 정동철 기자


<한호 타임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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