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식당이나 장례식장에 들어갈 때 신발을 벗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생기는 성가신 문제 중의 하나가 다른 사람의 신발과 바뀌는 것이다. 실수든 고의든 말이다.
뉴욕타임스가 지난 3월 7일 한국의 신발도둑들을 주요 기사로 다뤄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김정구 형사(28)는 한 창고 건물에서 1700켤레의 고급구두가 크기와 상표별로 사과박스에 가득 들어있는 것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는 “신발을 훔치는게 그렇게 드문 일은 아니지만 정말 놀랐다”고 말했다.
용의자 박모 씨(59)는 중고 신발판매를 했던 사람으로 벌써 두 번이나 신발도둑 전과가 있다. 그는 주로 장례식장에서 신발을 훔친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에선 주로 큰 병원에 딸린 장례식장에 사람들이 신발을 벗고 조문을 하고 식사와 술을 마시며 대화를 나눈다. 그때 비싼 구두를 훔쳐가는 것이다. 박 씨는 최근 삼성의료원 장례식장에 조문을 하는 척 검은 색 양복을 입고 값싼 구두를 신고 왔다가 비싼 구두로 바꿔 신고 갔다.
그는 훔친 신발을 나무 뒤에 감추고 슬리퍼를 신고 돌아와 두 번째 범행을 하다가 김 형사에게 검거됐다. 병원의 전재홍 대변인에 따르면 그간 신발 도난 불평이 제기돼 경찰에 신고하고 폐쇄회로 카메라를 통해 수상쩍은 행동을 하는 박 씨를 잡게 된 것이다.
김 형사는 “박 씨가 그날 3켤례를 훔쳤다고 자백했지만 창고에 있는 구두들은 되팔기 위해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단칸방에 사는 사람이 무슨 돈으로 그 구두들을 샀겠느냐. 그가 다 훔친 것”이라고 말했다.
박 씨는 2005년에도 같은 범죄로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가석방된 후에 2008년에 다시 체포돼 1200켤레의 구두가 발견됐고 4300달러의 벌금이 선고됐다. 당시 구두 주인들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에 경찰은 훔친 구두라는것을 입증할 수 없었고 그는 구두를 계속 소유할 수 있었다.
박 씨같은 구두도둑들이나 술취한 사람들이 신발을 바꿔 신는 경우가 왕왕 벌어지기 때문에 식당 주인들은 구두 보관함을 만들어 놓거나 신발을 관리하는 사람들(Shoe Arrangers)‘을 고용하기도 한다. 일부 업소들을 검은색 비닐들을 지급해 신발을 넣고 식사를 하도록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식당들은 신발관리에 신경을 쓰지 않고 있으며 ‘우리 업소는 고객들의 신발분실에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라는 안내판만 붙여 놓고 있는게 고작이다.
서울에 사는 가정주부 원연석 씨(48)는 “식당에서 밥을 잘 먹고 나오는데 비싼 구두가 없어졌을 때의 황당함을 생각해보라”고 말했다. 그녀는 “어느 일요일 외출복을 잘 차려 입고 식당에 갔다가 구두를 잃어버려 그날 약속을 취소했다. 식당 주인에 제공한 맞지도 않는 남성용 슬리퍼를 신고 집에 돌아와야 했다”고 경험담을 들려주었다.
서울의 한 식당 주인 조창현 씨(53)는 “술이 취해 남의 신발을 신고 간 사람들은 돌려주는데 문제는 없다. 이런 일이 가끔 우리 식당에서 발생하는데 잃어버린 사람들이 자기 구두값을 부풀려서 변상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는게 업무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가장 골치아픈 손님은 낡ㅇ느 구두를 신고와서 비싼 구두를 잃어버렸다고 땡깡을 부리는 것“이라는 그는 최근 신발도둑들을 막기 위해 몰래카메라를 설치했다.
수서경찰서의 김 형사 등 경찰은 박 씨를 체포하긴 했지만 이 많은 구두들의 주인을 찾는데 난감해 하고 있다. 구두를 잃어버린 후 경찰에 신고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결국 경찰은 ‘신데렐라식 해결책’을 찾게 됐다. 경찰은 지난달 나흘간 옥외 농구코트에 1700 켤레의 신발들을 전시한 후에 주인이 찾아가도록 했다. 단 사전에 자기 구두의 색상과 사이즈, 디자인, 브랜드들을 서면으로 제출해 다른 사람의 신발을 가져갈 가능성을 최대한 제한했다.
그 결과 400명의 주인들이 와서 95%가 신발을 찾아갔다. 하지만 박 씨는 나머지 신발들을 계속 소유할 수 있을 전망이다. 김 형사는 “어찌 됐건 구두털이범들에 대한 일제 단속이 당분간 구두도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노창현특파원 robin@newsroh.com
<꼬리뉴스>
미국에 신발도둑이 없는 이유? 신발벗고 들어가는 문화가 아니니까. 가끔 뉴욕타임스나 월스트릿저널을 보면 우리에겐 아무렇지도 않은 문화가 이곳 사람들에겐 신기하게 비쳐 기사화되는 경우가 있다. 그때마다 문화의 차이를 느끼게 된다. 마찬가지로 이들에겐 익숙한 문화가 우리에게 신기하게 보이는 경우도 많다. 그게 다 문화의 차이다.
그런데 요즘엔 미국인들도 집에서 신발을 벗고 사는 이들을 더러 보게 된다. 동양인들, 그중에서도 한국인들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들도 냄새나고 먼지나는 신발을 신고 집에서도 들락날락하는것보다는 벗고 다니는게 한결 낫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여하간 깨끗이 하고 다니는거라면 우리 한국 사람들을 따를 민족이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