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릿저널(WSJ)이 일리노이 스프링필드의 명물음식 말굽 샌드위치를 소개해 화제가 되고 있다. 3월 30일(현지시간) A섹션 1면과 16면에 걸쳐 다룬 말굽 샌드위치는 큰 타원형의 접시에 두텁게 치즈소스를 두른 빵과 고기, 프렌치프라이가 담긴음식이다.
스프링필드의 필드하우스 피자 펍에는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독특한 메뉴를 간판 음식으로제공하고 있다. 식당 주인 톰 하트 씨는 “우리는 아주 비위생적인 메뉴가 있다”고 말해 의아하게 만들고 있다.
필드하우스는 고기와 프렌치프라이, 토틸라를 빵에 겹겹이 넣어 만든 ‘슈 브리토’도 최근 추가했다. 이는 빅맥의 5개 분량에 해당되는 2700칼로리에 해당된다. 하트 씨의 파트너인 릭 세닝스 씨는 “이곳은 말굽 타운”이라는 한마디로 이같은 메뉴가 이유있다고 말한다.
미국의 많은 타운들은 각기 개성있는 메뉴를 자랑하는 식당들이 많다. 가령 루이빌에는 칠면조고기와 베이컨, 버터크림, 치즈소스로 만든 명물 샌드위치가 있고 뉴저지 럿거스대학 식당에는 버거와 돼지고기, 계란, 감자튀김, 닭고기와 치즈를 뒤섞은 현란한 콤보, ‘살찌는 샌드위치’가 유명하다.
일리노이의 주도(州都)인 스프링필드에선 고칼로리 음식경쟁을 부추긴 82년 역사의 말굽 요리로 잘 알려졌다. 1950년대 스타일의 찰리 파커 다이너는 아침메뉴로 6.95$의 ‘브랙퍼스트 슈’가 있다. 계란과 햄, 베이콘, 혹은 소시지와 해시브라운, 혹은 아메리칸 스타일의 감자튀김에 치즈소스나 그레이비(육즙)소스 등을 곁들인다. 이 식당 주인 마이크 머피 씨는 “가능한 모든 콤비네이션을 만들 수 있다. 내가 수학을 잘하거든”하고 말했다.
아이리쉬풍의 고급레스토랑 다시핀트에서 주중에 제공하는 말굽 스페셜 메뉴는 프라이드 볼로냐와 닭의 간, 소가슴살이 포함된 '뉴요커’가 있다. 이곳에선 스테이크앤세이크와 카를로스 오켈리처럼 잘 알려진 체인들조차 향토 메뉴에 말굽요리를 제공하고 있다.
한 선술집은 최근 말굽 뷔페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9인치 접시 하나에 담는 음식이 6.95 달러에 불과하다. 앰버 잭 스테이크하우스의 공동주인인 키니 맥헨리 씨는 “향토 식당들이라면 고객들이 이런 메뉴를 늘 원하기때문에 없어선 안된다”고 말했다.
시내 남쪽에 위치한 더블린 펍의 매니저 짐 콜맨 씨는 “모든 말굽 메뉴는 치즈소스를 빼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식당들은 체다와 맥주, 워소스터 소스와 타바스코로 만든 노란색과 흰색의 홈메이드 치즈소스를 준비하고 있다. 바쁜 주말 시간엔 25~30 갤런이 소비될 정도다.
일반 사이즈의 말굽 샌드위치는 1900칼로리로 이는 젤 리가 들어간 도넛 9개에 해당된다. 대부분의 식당들은 1300칼로리 정도의 ‘조랑말(포니) 슈즈’를 제공한다. 아주 마른 제프 리저(42) 씨는 더블린 펍에서 주중 메뉴 말굽요리 중 하나를 게눈 감추듯 먹으며 “건강을 위해 먹는다”고 말했다.
말굽샌드위치가 스프링필드의 로컬 메뉴로 도입된 것은 1928년 패스필드 하우스인의 소유주인 조지 패스필드가 시작한 것이라고 렐런드 호텔의 사장 토니 리온 씨는 말했다. 당시 말굽요리는 감자로 말의 발톱 모양을 내고 햄을 채워 말굽처럼 만든 요리였다. 여기에 치즈토스트를 곁들이는 것이다.
렐런드 호텔의 수석주방장을 지낸 조 쉬웨스카 씨는 이같은 모양을 내는데 탁월한 실력을 발휘했다. 리온 사장은 호텔 창업주인 패스필드 씨가 말굽요리 탄생이후 몇 년이 안돼 사망했다며 “그가 말굽요리를 너무 많이 먹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70년대까지 말굽요리는 평일 점심 메뉴로 많은 식당들에서 제공됐다. 표준형 말굽요리는 흰빵에 감자튀김과 옐로 치즈소스를 곁들인 햄버거였다.
노스그랜드애버뉴의 리츠 리프라이어에서 제프 화이트헤드 씨(41) 씨는 케첩을 잔뜩 뿌린 포니 슈 햄버거를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며 “이곳에서 10살이후로 먹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말굽샌드위치가 포만감을 주면서 경제적이라고 예찬론을 편다. 먹고 나면 배가 그득해진다. 저녁 만찬의 만족감도 준다는 것이다.
1998년 다시 핀트 씨는 화이트치즈소스와 잘게 자른 토마토와 양파를 섞는 옵션을 추가한 말굽샌드위치를 도입한 이후 지금도 식당앞에 줄을 길게 늘어설만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신선한 야채를 추가하는 것만 해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최근 딸과 함께 점심을 먹은 주공무원 데브라 틴슬리 씨(45)는 이곳 식당에 한달에 한번꼴롤 온다면서 “주중에는 샐러드만 먹다가 조랑말 샌드위치로 배를 채운다”고 말했다.
2003년 등록영양사로 시내의 노브 앤디 식당에서 일했던 새라 로핀스키 씨는 몸에 좋은 말굽 샌드위치를 만드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칠면조와 닭고기 혹은 소이 패티를 선택하고 플렌치프라이와 저지방의 치즈소스를 가미한 '플래리 슈‘라는 메뉴였다.
그러나 이 메뉴는 몇 달이 안돼 식단에서 사라졌다. 현재 스프링필드에 있는 세인트 존스 호스피탈의 플레리 하트 인스티튜트에서 영양사로 일하는 로핀스키 씨는 “고전적인 메뉴를 개선하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에는 로컬 컨벤션센터에서 제1회 세계말굽요리경연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4개부문에서 3개상을 휩쓴 린제이 레스토랑은 카스텔라 비슷한 브리오슈 빵과 필레미뇽, 게살, 스위트포테이토 프라이와 케이전 크림소스를 넣은 메뉴로 최고상을 받았다.
그러나 곧 라이벌 식당에서 수상업체가 규칙을 위반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컨벤션센터 내 주방을 이용한 게 아니라 자체 식당 주방에서 요리했다는 것이다. 이 소동으로 린제이 식당은 ‘최고 말굽요리상’은 그대로 인정됐지만 ‘크레이지 슈’와 ‘브랙퍼스트 슈’상은 반납했다.
린제이의 주방장 스티브 웨일 씨는 “어떤 주방장들은 지나치게 과열경쟁을 하는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만일 ‘벨리 버스터’ 부문이 있었다면 유력한 수상후보는 필드하우스 식당의 기름을 듬뿍넣어 튀긴 ‘슈 브리토’가 차지했을 것이다.
필드하우스 공동 소유주인 하트 씨(37)는 피자가게에서 친구와 하루밤을 새며 만들어낸 요리라며 “우리가 한 일은 그걸 먹고 정말 맛좋은데”하는 말이었다고 덧붙였다.
그와 동업자인 제닝스 씨가 식당을 개업했을 때 그들은 7.75 달러짜리 ‘슈 브리토’와 6파운드의 버거고기와 12줄의 베이컨, 6조각의 치즈를 얹은 14.95 달러의 ‘빅게임 버거’를 같이 내놓았지만 ‘슈 브리토’의 인기가 압도적이었다.
로핀스키 씨는 최근 슈 브리토를 먹어보기로 했다. 바삭한 치즈가 덮인 버거를 한입 먹은 후 “맛이 좋다”고 운을 뗀 그녀는 “하지만 우리 병원 환자들에게 생일날이라면 모를까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원은미기자 ewon@newsroh.com
<꼬리뉴스>
이따금 대체 어떻게 먹으면 저렇게 살이 찔 수 있을까하는 뚱뚱한 사람들을 보게 된다. 일단 먹는 양도 장난이 아니고 듬뿍 바른 치즈에 달걀 소시지 프렌치프라이 버거 등을 매일 먹는다고 생각하면 살이 안 찔 도리가 없을 것 같다. 이 기사처럼 살찌는 샌드위치라는 이름은 차라리 솔직해보인다. 쉽게 살찌는 환경인만큼 운동도 필사적으로 하는 이들도 많다. 잠시 방심해도 형편없이 찌고마는 이들에 비해 우리는 기본적으로 건강식단인 한식의 덕을 보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