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에서 축구는 피겨스케이팅의 예술연기에 해당된다. 북한을 상대로 월드컵 개막전을 갖는 브라질 축구가 전통적인 화려한 공격축구 대신 수비축구를 지향해 논란을 벌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5일 지적했다.
월드컵 통산 6회 우승에 도전하는 브라질의 둥가 감독(46)과 북한의 김정훈 감독(53)은 전날 공식 기자회견에서 꼬치꼬치 캐묻는 기자들에게 흥분하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브라질에서 축구팬들은 전통적인 현란한 삼바스타일이 더욱 강력한 무기가 된다고 조급해 한다. 둥가 감독은 펠레 시절의 아름다운 게임보다는 루치오같은 선수의 견고한 수비를 중심으로 오른쪽 풀백 마이콘과 다니 알베스의 멋진 협력플레이를 통한 역습에 의존하는 팀플레이가 광범위한 비판을 받고 있다.
브라질은 스페인과 함께 유력한 우승후보이다. 그러나 많은 브라질인들은 우아함과 화려한 플레이없이 거두는 승리를 안타까워하고 있다. 82년 월드컵팀 멤버인 소크라테스는 얼마전 “둥가 감독의 스타일은 우리 문화에 대한 훼손”이라고 비판했다.
70년 브라질이 줄리메컵을 영원히 품에 안을 때 멤버였던 토스타오는 한 신문 칼럼에 ‘포워드 호비뉴 없는 오늘의 브라질 축구는 선수 개인의 영감을 거의 불러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고 탄식했다.
심지어 브라질의 루이즈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대통령마저 호나우딩유를 제외한 둥가 감독을 책망하는듯한 말을 했다. 호나우딩유는 화려한 드리블과 패스를 앞세워 두 차례 올해의 세계최고선수로 꼽힌 주인공이다.
82년의 소크라테스와 2006년 호나우딩요는 그러나 월드컵을 품에 안지 못했다. 2006년 월드컵에서 이른바 ‘마법의 4중주’로 불린 호나우딩유와 호나우두, 카카, 아드리아노의 막강 공격진은 5게임에서 5골을 합작하는데 그쳤다.
결국 8강전에서 프랑스에 단 한 개의 정확한 슈팅만 기록하는 부진속에 1-0으로 패했다. 물론 축구는 아름다웠다.
몇 주후, 카를로스 카에타노 블레돈 베리-이른바 둥가-가 새로운 사령탑에 임명됐다. 둥가는 ‘백설공주와 일곱난장이’ 중 하나인 도우피(Dopey)를 포르투갈어로 이르는 말이다. 그를 양육한 삼촌이 지어준 이름으로 그때문인지 그는 키가 크지 않았다.
2007 코파아메리카대회에서 둥가 감독은 “우리가 축구를 아름답게 해야 한다는 논쟁을 되풀이하는한 아마도 앞으로 24년은 더 월드컵을 차지하지 못할 것이다. 유럽사람들이 승리의 파티를 즐기는동안 우리는 고통에 빠져 있을 것”이라고 반격했다.
둥가 감독은 핵심을 지적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스페인 역시 아름다운 기술축구를 한다. 그러나 월드컵을 한번도 차지하지 못했다. 실용주의는 화려함을 수반한다. 축구는 펠레 시댛로부터 진화했다.
팀수비를 지향하는 시대에 현대의 선수들은 좀더 적합해졌고 운동능력이 향상됐으며 공간을 즉시 줄이는데 익숙해졌다.
밥 브래들리 미국 대표팀 감독은 이런 말을 즐긴다. “창문도 작은데 빨리 닫힌다.”
브라질이 물론 수비축구를 노골적으로 고집하는건 아니다. 2009 콘페더레이션컵에서 미국을 상대로 두골차를 극복하며 짜릿한 3-2 승리를 거둘 때 31개의 슈팅을 기록한 바 있다.
브라질의 스포츠맨들 사이에 전해지는 유명한 말이 있다. ‘어떤 사람들은 피아노를 연주해야하고 어떤 사람들은 피아노를 운반해야 한다.(피아노를 연주하기 위해선 피아노부터 운반해야 한다.’ 달리 말하면 개인의 영광을 팀을 위한 노력으로 승화시켜야 한다는 뜻이다.
둥가 감독은 그것을 추구하고 그의 팀은 재능과 함께 유럽팀들을 전술적으로 다루는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둥가 감독은 14일 “우리는 그간 100골 이상 득점했고 다소 창의적인 플레이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실점은 30골밖에 안된다. 우리는 안정된 팀”이라고 말했다.
만일 기자들이 최근 훈련을 비공개로 한 것을 비난하려한다면 그건 좋지만 존중을 해달라고 말한다. 그는 브라질 기자들에게 “여러분은 나를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공격한다. 만일 내가 대답한다면 여러분은 나를 나가라고 말할거다. 여러분은 24시간 나를 비판하지만 난 여러분을 단 1초 비판할 수 있다”고 뼈있는 말을 했다.
뉴욕=노창현특파원 croh@newsroh.com
<꼬리뉴스>
"브라질 우승해도 안기쁠것" 소크라테스
192cm의 장신 공격수 소크라테스는 54년 2월 19일생으로 산토스와 보타포고에서 선수생활을 했다. 1983년 올해의 남미선수로도 선정된바 있다.
80년대초반 ‘하얀펠레’지코와 팔카우. 토니뇨와 함께 ‘황금의 4중주’로 불린 그는 주장 완장을 차고 미드필드를 지배하며 브라질 축구의 화려함을 과시했지만 82스페인월드컵에선 깜짝스타 파울로 로시의 이탈리아에 3-2로 무너지는 아픔을 겪었다.
당시 경기에서 소크라테스는 1골을 넣으며 분전했지만 혼자서 3골을 몰아넣은 로시에게 역부족이었다. 로시는 화려함이 없었지만 기막힌 위치선정과 본능적인 골사냥으로 브라질 골문을 유린했다.
강력한 체력과 거친 몸싸움을 앞세운 로시에게 무릎을 꿇고 소크라테스는 “현대 축구가 빛과 예술을 잃었다”고 한탄했다.
소크라테스는 “브라질이 지금 같은 스타일로 6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리더라도 전혀 기쁘지 않을 것”이라며 “우승 트로피는 아르헨티나, 잉글랜드, 네덜란드, 스페인 같은 팀이 가져가는 게 좋겠다”고 쓴소리를 했다.
주로 빈민가에서 태어난 브라질 선수들과 달리 의사집안 출신이던 소크라테스는 의사면허증과 민주화투쟁으로 유명했고 축구선수로는 보기드물게 애연가이기도 했다. 하루에 말보로 3갑을 피웠다니 믿거나말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