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그리스와 함께 예선탈락한다?
유감스럽지만 월스트릿저널(WSJ)의 전망 결과다. 다행스러운 것은 월드컵 개막 직전에 한 예상이라는 사실이다. 그리스 전 쾌승을 봤다면 WSJ의 전문가들이 달라졌겠지만 아무튼 저널은 B조의 16강 후보를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를 꼽았다.
개막일인 지난 11일 WSJ는 W섹션 9면부터 12면까지 4개면에 걸쳐 각 팀별 분석과 평점, 16강, 8강, 4강, 우승팀까지 대대적으로 후보를 꼽아 눈길을 끌었다. 결승은 평점 108점으로 가장 높은 브라질(108점)과 스페인(96점)이 잉글랜드(100점)와 아르헨티나(78점)를 각각 물리치고 브라질이 통산 여섯 번째 우승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잉글랜드는 평점 100점으로 2위지만 준결승에서 브라질과 만나는 불운으로 결국 아르헨티나와 3, 4위전을 할 것으로 예측했다.
본선 진출 32개국중 가장 낮은 점수는 G조의 북한과 F조의 뉴질랜드가 22점으로 동률이었고 E조의 일본은 38점으로 아시아 3국 모두 예선탈락할 것으로 보았다.
저널에 따르면 B조의 한국은 평점 50점으로 아르헨티나(78점), 나이지리아(54점)에 이에 3위로 예상됐고 그리스(46점)는 꼴찌 후보로 탈락대상이다. 한국이 그리스에 완승을 거두고 나이지리아는 아르헨티나에 1-0으로밖에 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좀 껄끄러운 대목이다.
저널은 맨유의 주전 박지성이 이끄는 한국은 ‘깊이’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수비의 이영표가 빠르지만 33세의 노장이고 37세의 수문장 이운재는 풍부한 경험으로 안정된 플레이를 하겠지만 과거 묘기성 호수비가 줄었다고 덧붙였다.
그리스는 미국월드컵 출전이 유일한 월드컵 경험으로 단 한골도 넣지 못하고 1승도 못올렸다고 소개했다. 2004년 유럽선수권에서 깜짝 우승을 차지했지만 주목할만한 대형스타가 없으며 다만 팀웍과 전술훈련이 잘 돼 있다고 말했다.
오토 레하겔 감독은 선수와 지도자로 분데스리가에서 1000게임 이상의 경력을 자랑하지만 71세의 나이에 월드컵은 처음 경험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르헨티나는 리오넬 메시와 카를로스 테베스, 디에고 밀리토는 세계 최고의 기량을 갖춘 무서운 팀으로 예측불가능한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도 있다고 소개했다. 저널은 “마라도나 감독이 예선에서 선수들과 보인 부조화를 어떻게 조절하느냐가 관건으로, 이점이 잘 극복되면 통산 세 번째 우승을 노리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일찌감치 짐을 쌀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나이지리아에겐 사실상 홈이나 다름없다는 점에 점수를 주었다. 2006 월드컵에는 출전하지 못했지만 돌아온 ‘슈퍼 이글스’가 94년과 98년 월드컵에서 보인 16강의 선전을 재현할 수 있을 것으로 조심스런 기대를 하고 있다.
두 차례 ‘올해의 아프리카 선수’로 선정된 은완코 카누(33)가 리드하는 나이지리아는 이전보다 폭발력이 덜하지만 아프리카에서 개최되는 경기인만큼 16강 진출을 할만한 팀으로 평가된다.
북한에 대해선 전력이 알려지지 않은 ‘언더독’으로 66년 잉글랜드 월드컵이후 처음 본선에 나왔다고 소개했다. ‘인민루니(People's Rooney)'라는 별명의 정대세는 일본리그에서 가장 무서운 스트라이커 중 하나이지만 16강의 기대는 낮다면서 “북한의 김종훈 감독이 김정일로부터 전술에 관한 조언을 받아 언제든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A조에선 프랑스(78점)와 멕시코(66점)가 우루과이(58점) 주최국 남아공(38점)을 따돌리고 16강에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C조에서는 잉글랜드(100점)와 미국(52점)이 슬로베니아(38점)와 알제리(34점)를 제쳤고 D조에서는 독일(96점)과 세르비아(60점)가 가나(56점)와 호주(50점)를 따돌렸다.
E조는 네덜란드(100점)와 덴마크(62점)가 카메룬(56점)과 일본(38점)을, F조는 이탈리아(90점)와 파라과이(52점)가 슬로베키아(36점)와 뉴질랜드(22점)를, G조에서는 브라질(108점)과 포르투갈(68점)이 아이보리 코스트(58점)와 북한(22점)을, H조에서는 스페인(96점)과 칠레(60점)가 스위스(54점)와 온두라스(34점)를 각각 제쳤다.
16강전은 프랑스-나이지리아, 아르헨티나-멕시코, 잉글랜드-세르비아, 독일-USA, 네덜란드-파라과이, 이탈리아-덴마크, 스페인-포르투갈, 브라질-칠레로 잡혀졌다.
8강전은 이탈리아-스페인, 프랑스-잉글랜드, 아르헨티나-독일, 네덜란드-브라질이 맞붙고 결국 4강전은 아르헨티나-스페인, 잉글랜드-브라질의 구도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뉴욕=노창현특파원 croh@newsroh.com
<꼬리뉴스>
WSJ는 비단 월드컵만이 아니라 올림픽 등 큰 경기를 앞두고 이런 류의 기사를 싣곤 한다. 이번 월드컵은 이전보다는 더 큰 공력을 들인 품이 보이지만 지금까지 예상대로 된 것은 거의 없다.
그것도 엉뚱한 예상이 많아 이번 전망 역시 얼마나 잘 맞출 것이냐보다는 얼마나 엉터리 예상이 많을지가 궁금거리다.
월드컵 개막 3일째에 접어든 현재 한국은 그리스보다 평점에서 불과 4점 우세했지만 경기내용은 40점만큼 커보였다. 반면 나이지리아는 24점의 평점보다는 차이가 적었다. 또 A 조에선 1위 프랑스보다 20점이 적은 3위후보 우루과이가 득점없이 비겼다.
막상 뚜껑의 연 팀들의 전력도 예상과 다르고 감독의 작전과 용병술, 선수들의 당일 컨디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함부로 예측할 일이 아니다.
예상을 하는 김에 한국이 월드컵에서 우승이라는 경천동지할 대사건을 전제해서 저널의 예상 성적표에 대입해보자.
한국이 2위로 16강에 오를 경우 프랑스와 맞붙고 8강에서는 잉글랜드와 맞붙는다. 준결승에서는 브라질, 결승에서는 스페인과 맞붙어 월드컵을 품에 안는다.
1위로 16강에 오른다면 상대는 멕시코. 8강에서 독일과 맞붙고 준결승은 스페인, 결승은 브라질이다. 다.
기왕이면 1위로 올라가 ‘영원한 우승후보’ 브라질을 깨고 월드컵을 품에 안는 게 제격이라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