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회전 프리킥으로 줏가가 급상승한 일본의 게이스케 혼다가 월스트릿저널(WSJ)이 대회 중반 선정한 월드컵 올스타에 올랐다.
WSJ는 D섹션 10면에 이번 대회에서 떠오른 최고의 스타 11명을 선정했다. 놀라운 것은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와 카카(브라질), 웨인 루니(잉글랜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 등 천문학적인 연봉을 받는 스타들이 모두 탈락한 반면 일본의 혼다와 가나의 선수 두명 등 월드컵 전만해도 무명에 가까운 선수들이 포함됐다는 점이다.
비록 중간 결산이기는 하지만 화려한 스타들의 탈락은 이례적이다. 아르헨티나의 간판스타 메시는 아찔한 개인기로 여라 차례 어시스트를 연결하는 등 좋은 활약을 펼쳤으나 골은 흉작이었다. 브라질의 카카도 이름값에 걸맞는 활약은 부족했다. 호날두는 한골을 넣었지만 북한에 무더기 7골에 합세한 무의미한 골이었다.
그밖의 많은 스타들도 활약이 미미했거나 실망스런 경기내용을 보였다. 코트디브와르의 디디에 드로그바는 브라질에 3-1로 패할 때 팀의 한골을 넣었을 뿐이다.
반면 혼다는 아시아 선수로는 유일하게 영광을 안았고 한국과의 16강전에서 두골을 터뜨린 우루과이의 루이스 수아레스도 공격수로 베스트11에 선정됐다.
다음은 각팀 감독과 전문가 및 선수들을 대상으로 조별 예선부터 16강전까지 활약도를 평가해 선정한 포지션별 베스트 11.
◇ GK
가나의 리차드 킹슨(왕의 아들)이 선정됐다. 킹슨은 잉글랜드의 소속팀 위건에서 벤치에 머무는 등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번 대회에서 화려하게 떠올랐다. 가나는 만일 그가 없었다면 8강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
미국과의 16강전에서 후반 그는 곡예와도 같은 플레이를 펼쳐 관중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총 4게임에서 킹슨은 미국전과 호주전에서 각각 PK들을 포함, 세골을 내줬다.
32세의 킹슨은 나이와 지혜가 어떻게 조화를 이룬건지 보여주는 사례로 최후의 수비수 역할을 충실하게 해냈다.
◇ 수비수
브라질의 미이콘과 루시오, 포르투갈의 리하르토 카르바요, 브루노 알베스가 선정됐다. 브라질의 라인업은 화려한 스타군단 그 자체다. 카카와 호비뇨, 엘라노 트리오는 언제 어느때라도 상대 골문을 부술 능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마이콘과 루시오야말로 주목의 대상이다.
오른쪽윙백인 마이콘은 수비장악력은 물론, 오버래핑을 통한 압박감이 어지간한 톱 공격수보다 낫다. 우루과이의 오스카르 타바레즈 감독은 “마이콘은 마치 빗줄기처럼 돌진한다”고 말했다.
센터백을 맡고 있는 루시오는 칠레와의 16강전에서 확고한 잠금 수비를 선보였다. 서른두살의 주장 루시오는 이번 대회가 마지막 월드컵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위건 애슬레틱의 감독이자 ESPN의 분석관을 맡고 있는 로베르토 마르티네즈는 “루시오는 이 대회 최고의 선수”라며 “그는 위험을 본능적으로 느끼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 미드필더
일본의 게이스케 혼다와 가나의 케빈-프린스 보우텡, 네덜란드의 웨슬리 스네이더가 선정됐다. 일본은 이 대회 최약체의 하나로 여겨졌다. 일본이 16강에 오른 것은 혼다의 공로가 결정적이다. 덴마크전에서 보여준 그의 왼발 프리킥은 왼쪽 포스트를 향해 흔들리듯 떨어져 GK 토마스 소렌센이 엉뚱한 쪽을 향해 가도록 만든 기막힌 슛이었다.
스네이더는 네덜란드에서 두명의 중요 선수 중 하나로 일본전의 결승골을 견인했다. 슬로바키아와의 16강전에서 아르젠 로벤에게 어시스트 활약을 했다.
보우텡은 부상당한 독일의 주장 미카엘 발락에 도전하는 선수로 미국전에서 일찌감치 골을 터뜨려 리드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 공격수
아르헨티나의 곤잘로 이과인, 스페인의 다비드 비야, 우루과이의 루이스 수아레스가 선정됐다.
슬로바키아의 로버트 비텍과 우루과이의 디에고 플로란을 따돌린 것은 터무니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위의 세 선수는 비교우위에 있다. 특히 비야는 하나처럼 활약한 마키 플레이어다.
그는 포르투갈전에서 네 번째 골을 터뜨려 비텍, 이과인과 득점레이스 공동선두를 기록했다. 이과인의 경우 이제 마라도나 감독이 왜 디에고 밀리토에 앞서 기용했는지 의문을 갖는 사람은 없다.
수아레스는 16강전 골을 포함해 3골을 터뜨렸다. 한국전에서 후반 35분 1-1 상황에서 그는 오른발로 볼을 감아차 오른쪽 포스트를 맞고 안으로 떨어지는 결승골을 작렬했다.
수아레스는 네덜란드 아약스 소속으로 61경기에서 55골을 작렬한 타고난 골잡이다. 당초 ESPN의 분석관인 토미 스미스는 “수아레스는 퀘스천 마크로 생각한다. 네덜란드리그에서 많은 선수들이 골을 넣지만 막상 월드컵에서 부진하기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예상은 적어도 수아레스에 대해선 빗나갔다.
뉴욕=노창현특파원 croh@newsroh.com
<꼬리뉴스>
망신살 이탈리아 삼인조 눈길
빛이 있으면 그늘이 있는 법. 영광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인공이 있는가하면 망신살이 뻗친 장본인들도 있다.
월드컵에서 충격의 예선탈락을 한 이탈리아는 일간 코리에라 델라세라가 30일 ‘이탈리아 망신살 3인방’을 꼽아 눈길을 끌었다.
타겟1호는 역시 이탈리아 대표팀의 사령탑 마르첼로 리피 감독. 리피 감독은 2006년 월드컵 이탈리아 우승의 주역이었지만 그러나 이번엔 조별 예선에서 졸전을 벌이며 2무 1패로 탈락, 천당에서 지옥으로 추락했다.
이탈리아인이면서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을 맡은 파비오 카펠로 감독도 팀이 조별예선에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며 겨우 오른 16강에서 독일에 대패해 거취가 불투명하게 됐다.
마지막 망신살 이탈리아인은 아르헨티나-멕시코 전 주심을 맡았던 로베르토 로세티. 그는 아르헨티나 카를로스 테베스가 오프사이드 위치에서 골을 넣었는데 득점으로 인정해 제프 블래터 FIFA 회장이 멕시코에 사과하는 촌극을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