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패션산업의 메카인 '가먼트 디스트릭트(Garment District)'에서 패션산업의 오늘을 말해주는 특별한 투어가 20일 열려 관심을 모았다.
뉴욕의 비영리 재단인 DTPS(Design Trust for Public Space)와 CFDA(미국 패션 디자이너 협회)가 후원하는 '메이드인 미드타운'(Made in Midtown)' 투어는 ‘가먼트 디스트릭트’로 불리는 미드타운의 패션 지구에서 진행됐다.
▲ DTPS의 데보라 마튼(Deborah Marton) 사무총장
이 곳은 디자인과 컨설팅, 샘플, 원단, 자재, 공장, 창고, 쇼 룸, 패션쇼에 이르기까지 의류 산업을 총 망라한 지역으로 패션의 심장부라고 불리고 있다. 맨해튼에서 남북으로는 34가 에서 42가까지 동서로는 5애버뉴에서 9애버뷰를 이르는데 1916년부터 형성 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외신기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날 투어는 DTPS의 데보라 마튼(Deborah Marton) 전무이사와 티나(Tina) 씨 등이 디자인을 재단하는 공정, 샘플을 만들고 완제품을 생산하는 공장, 그리고 컨설팅이 이루어지는 디자이너의 쇼룸 까지 지역 안의 여러 작업장을 공개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기자들의 눈길을 끈 인물은 세계적인 패션디자이너이자 미국패션디자이너협회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여리 텡(Yeohlee Teng) 씨. 자신의 이름을 딴 'YEOHLEE' 브랜드로 널리 알려진 그녀는 “패션지구안의 모든 업종들이 상호간 긴밀하게 연계돼 있다”면서 "패션 디스트릭트가 없다면 뉴욕을 상징하는 high-end 최고급 패션이 있을 수 없다"고 말한다.
최고의 기능공들이, 최대한 빨리,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은 집약된 구조의 가멘트 지구라는 특성 속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것. 텡 총장은 "소량 생산과 더불어 시장의 반응을 즉각 읽고 반응할 수 있는 곳은 전세계적으로 오직 여기 뿐" 이라고 힘주어 전했다.
1995년에 세워진 DTPS는 CFDA 재단과 연계하여 5명의 장학생으로 하여금 ‘Made in Midtown’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만들었다. 패션지구가 뉴욕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으며 경제적으로 재 개발을 했을때와 비교해서 현재 고용 인력시장과 뉴욕 전반에 미치는 광범위한 조사와 통계를 바탕으로 존폐위기에 몰린 패션상업지구를 보호하려는 움직임이었다.
▲ R&C의 하리하르(Hariha) 사장
32년간 한 장소에서 의류 제조업을 운영하는 R&C사의 하리하르 사장(Harihar)은 "이민와서 의류업에 뛰어든것은 어린시절 조부모, 부모, 12명의 형제자매 등 대가족의 옷을 직접 만들어서 입혔던 경험이 바탕이 됐다"며 "지금은 어떤 디자이너가 아무리 어려운 것을 주문해도 척척 해낼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됐다"고 자신했다.
"이곳은 32년간 16명의 직원들과 더불어 청춘과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그의 말에서 패션지구에 대한 애정을 엿보게 했다.
지난달 14일 뉴욕시는 이 지역의 부동산 개발업자와 땅 소유주의 압력에 밀려 패션지구의 조닝(토지 용도)을 변경, 규모를 현재 950만 스퀘어피트에서 38가에 소재한 빌딩 하나에 해당되는 30만 스퀘어피트로 축소하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패션협회와 의류제조업 종사자들의 거센 항의에 부딛쳐 뉴욕시가 재조사에 착수, 토지용도 변경에 관해서 새로운 발표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김진곤특파원 ckkim@newsroh.com
<꼬리뉴스>
패션지구를 보존해야할 이유
1920년대 이 패션지구에서 생산된 의류가 미국에서 소비되는 의류의 95%를 만들어 낼 만큼 그 입지와 명성이 대단했다. 1970년 대 세계로 퍼지는 미국 패션의 유행을 만드는 산실이 바로 이곳이다.
뉴욕 의류산업은 단순하게 패션만이 아니다. 매년 10억 달러를 창출하고 1만 여개에 달하는 연계 사업체가 있고 현재 2만4천 여명의 노동자가 종사하는 이 지역은 뉴욕역사의 중심에 있는 문화 아이콘이다.
관광과 여행 산업을 선도 하고 영화, 인쇄, 사진, 컴퓨터비즈니스와 깊이 연관되어 있다. 또한 교육면에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FIT(패션스쿨), 프랫, 파슨 등이 있다. 즉, 뉴욕에서 패션은 역사이자 문화라고 할 수 있다.
버락 오바마의 대통령 취임식 리셉션 때 퍼스트 레이디인 미셀 오바마의 이브닝 드레스를 제작한 제이슨 우(Jason Wu) 역시 이 패션지구가 있었기에 탄생할 수 있었다. “이제 막 시작하는 젊은 디자이너들에게 이곳이 없었다면 우리는 패션 산업에 뛰어들 엄두도 못냈을 것이다” 라는 제이슨 유의 말은 패션지구의 존립 가치를 함축하고 있다.
FPC 기자들을 상대로 한 투어는 얼핏 보면 외국인 특파원들을 대상으로 한 패션상업지구 안내로 보이지만 좀 더 깊숙히 들어가보면 90 년대 이후 ‘Made in USA’ 제품보다 값싼 노동력을 쫒아 해외주문 생산 시스템이 해외로 옮기면서 비롯된 개발업자들과 산업종사자의 힘겨루기와 무관치 않아보인다.
공장과 창고 원단업 등의 관련 제조업이 위축되고 줄어드는 것을 빌미로 패션상업지구로 묶인 맨해튼의 노른자위를 노리는 개발업자들과 땅소유주들이 토지용도 변경을 추진하고 있기때문이다.
▲ 여리 텡(Yeohlee Teng) 사무총장이 패션지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여리 텡(Yeohlee Teng) 사무총장은 “여기가 스러지면 한 지역의 중소 경제가 몰락하는 것을 넘어 세계적이고 창의적인 재능있는 디자이너들의 몰락”이라고 지적했다.
“전 세계적으로 패션을 선도하는 최고급의 의류 역시도 이 패션 상업 지구가 없다면 존재할 수 없을 것”이라는 그녀의 얘기가 귓전을 맴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