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정부가 기증(寄贈)한 아기 코끼리 한 쌍의 한국 이름은 각각 코리와 랑카로 정해졌다.
지난달 29일 밤 스리랑카로부터 전세기를 타고 날아온 코끼리 2마리의 원래 이름은 가자바(수컷, 5살)와 수겔라(암컷, 6살). 인천공항을 통해 들어온 코끼리들은 삼엄한 경호(警護)속에 무진동차로 옮겨져 다음날 새벽 3시에 최종 보금자리인 서울대공원에 안착(安着)했다.
아기코끼리가 한국 땅을 밟은 것은 지난 1월 스리랑카 정부로부터 기증의사를 전달 받은지 만 9개월 만이다. 아기코끼리는 13일 스리랑카 정부 인사들과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가 참석하는 코끼리 전달식에서 코리(수)와 랑카(암)로 재 명명될 예정이다.
국제법상 교역이 금지되어 있는 코끼리를 스리랑카로부터 기증 받게 된 데는 지구촌사랑나눔(사)의 대표인 김해성 목사와 마힌다 라자팍세 스리랑카 대통령과의 개인적인 인연(因緣)이 컸다.<10월2일 김해성의 지구촌사랑나누기 칼럼 참조>
김 목사는 10여 년 전부터 한국에 와 있는 스리랑카 노동자에게 도움을 준 것은 물론, 2004년 스리랑카에 지진해일이 있은 후 지구촌사랑나눔에서 정기적으로 의료봉사와 구제활동, 물품기부 등을 해 왔다.
이에 대한 감사로 스리랑카 대통령이 김해성 목사에게 코끼리 선물을 제안했고 한국에선 국제적으로 희귀동물인 코끼리의 대를 잇지 못해 고민하던 참이어서 고마운 선물이 됐다.
김해성 대표는 “스리랑카를 비롯한 동남아 국가들과 한국은 경제적 문화적으로 상호도움을 주는 관계”라며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이유 없는 편견을 버리고 성숙된 다문화사회가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스리랑카로부터 코끼리를 기증받은 지구촌사랑나눔은 외국인근로자와 결혼이주여성, 다문화가족, 중국동포 등 이주민들의 인권신장과 복지를 위해 1992년 설립된 인권/선교단체로 한국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이주민의료센터(舊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 다문화복지센터, 이주민 쉼터·무료급식소를 운영하는 이주민지원 전문단체다.
정은숙기자 eschung@newsroh.com
<꼬리뉴스>
아기코끼리와의 이별을 슬퍼한 코끼리 가족
아기코끼리의 이름을 코리와 랑카로 지은 것은 짐작하다시피 코리아와 스리랑카의 국명에서 따온 것이다.
공교롭게 코끼리와 코리아가 같은 말로 시작되고 코리랑카에서 아리랑도 연상되는 등 많은 이들로부터 좋은 이름이라는 찬사(讚辭)를 받았다.
지난달 24일에는 스리랑카 현지에서 환송 세리머니가 치러졌다. 스리랑카 전통 축하의식과 함께 아기 코끼리를 길러준 조련사와 10여 마리의 코끼리 가족들과의 작별식(作別式)이 있었는데 아기코끼리를 보내면서 코끼리 가족 전체가 바나나 먹기를 거부하고 일제히 코를 들어 울부짖어 보는 이들의 코끝을 찡하게 만들었다는 후문이다.
비록 동물이지만 이별을 직감하고 서러워하는 가족애에 애틋한 마음이 든다. 낯선 곳에서 새 삶을 살아가는 코리와 랑카에게 많은 사랑이 쏟아지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