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전통씨름인 스모를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하기 위한 노력이 활발하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8일 일본의 국기(國技)인 스모를 올림픽에 채택하기 위해 여자부 경기를 활성화하는 등의 노력을 조명해 관심을 끌었다.
A섹션 1면에 사진과 함께 스포츠섹션 두 개면에 걸쳐 스모를 대대적으로 소개한 타임스는 80년대부터 국제화의 길을 걸은 스모가 90년대부터 여자부 경기를 개최, 올림픽 정식종목 채택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整地作業)을 해 왔다고 전했다.
국제스모연맹은 이미 회원국이 90개국에 달하며 특히 유럽은 여자스모의 강자들이 많아 일본이 2020년 올림픽 유치에 성공할 경우 정식 종목 채택이 유력시되고 있다.
스모의 올림픽 채택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유럽이다. 유럽스모연맹 사무총장이자 네덜란드 스모연맹 회장인 스테픈 가드 씨는 “여자스모경기는 96년 유럽에서 처음 탄생했다”며 유럽이 여자스모를 이끄는 선두주자임을 부각시켰다.
뉴욕타임스는 “유럽 여성들은 체구가 우월하고 전투적인 스포츠에 익숙해서 일본 선수들을 능가한다”며 일본내에선 성차별과 성상품화의 폐습(弊習)으로 여자스모가 발전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20세기 중반까지 스모경기에서 여흥의 하나로 가슴을 드러낸 여성들이 눈이 먼 남성들과 경기를 하는 전통이 있었고 이같은 관행(慣行)은 일부 지방의 축제에서 암묵적으로 지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에서 여성스모연맹이 발족한 것은 96년이지만 스모가 금녀(禁女)의 스포츠라는 정서로 인해 활성화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현재 여자선수들이 참가하는 대회는 매년 10월 오사카에서 열리는 전일본 여성선수권이다.
최근 오하마 파크 스모조에서 열린 15차 대회에는 일본의 상위 랭커 40명이 참가했다. 여성스모연맹의 신사쿠 다케우치 회장은 “최근 여성들의 기량(技倆)이 발전하고 더욱 터프해졌다”면서 “아마추어 스모는 체급을 나누고 프로경기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종교 의식을 없앴다”고 소개했다.
돗토리 현 출신의 18세 여고생 유카 우에타는 일본 최강이다. 275파운드의 거구인 그녀는 무제한급에서 상대 선수들을 가볍게 물리치며 5연승,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8월 베이징에서 세계 최고의 스모선수들이 출전한 스포트어코드 대회에서 그녀는 동메달을 차지했다. 그러나 이달 초 바르샤바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5위에 그쳤다.
열 살 때 주위의 권유로 스모 선수가 된 그녀는 “보통 체구(體軀)의 사람들은 좋아하는 다른 스포츠를 할 수 있지만 체구가 큰 사람은 선택의 폭이 좁다”면서 “스모는 나같은 사람에겐 완벽한 스포츠다. 체구때문에 콤플렉스를 느낀다면 스모를 통해 변화할 수 있다”고 예찬론을 폈다.
아오모리 현 출신의 또다른 강자 사유미 사사키는 143파운드급에서 전일본선수권대회에서 네번째 금메달을 따냈다. 그러나 지난 바르샤바 대회에서 헤비급 금메달을 차지한 러시아의 안나 지갈로바에게 1회전에서 완패 한 후 이 대회를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올해 스물한살인 사사키는 “내 기록이 건재할 때 그만두고 싶다”고 말했다.
바르샤바 대회 참가자는 일본 선수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성적은 유럽선수들이 월등했다. 동유럽 선수들이 4체급 중 3체급을 석권했고 일본은 라이트급 결승에서 우크라이나의 알리나 보이코바에 패해 은메달에 머문 유키나 이와모토가 유일한 메달리스트였다.
사사키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같은 외국 선수들은 스모에 대한 열정이 강하고 훈련도 열심히 한다. 그들을 이기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유카 우에타 역시 유럽 선수들을 힘든 상대라고 인정했다.
올림픽에 스모를 넣기 위한 싸움에 대해 유럽연맹의 가드 회장은 만일 일본이 2020년 올림픽을 개최한다면 최고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올림픽 채택은 스모를 국제적인 메이저 스포츠가 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쿄=장의수특파원 eschang@newsroh.com
<꼬리뉴스>
유럽은 여자 스모의 강호
스모는 1천년전 풍년을 신에게 감사하는 제사(祭祀)인 신토의식의 하나에서 비롯된 일본의 민속경기이다. 경기장 밖에 상대를 몰아내거나 넘어뜨리면 승부가 나는 스포츠로 48가지의 기술을 쓰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스모가 거칠게 밀치고, 들고, 던지고, 움직이고, 잡아채는 여러 기술들을 조합해 진행된다”며 “경기는 10초도 안 돼 끝나기도 하고 1분 이상 걸리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스모가 여자부 경기를 활성화하게 된 것은 94년 IOC가 올림픽 정식종목 채택의 요건으로 남자와 여자 공히 즐길 수 있는 스포츠에 한한다는 양성평등(兩性平等)의 원칙을 세우면서부터. 금녀의 스포츠이던 스모에 여성경기를 채택하고 국제선수권대회까지 여는 노력을 기울인 것이다.
전통을 중시하는 일본의 국민스포츠에 이처럼 파격적 변화를 주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유럽스모연맹 스테픈 가드 사무총장같은 이들의 노력으로 오늘날의 변화를 가져오게 됐다.
세계선수권대회의 장내아나운서로 활약하는 카트리나 와츠 호주스모연맹 회장은 “스모는 거친 행동이 없는 육체적 접촉의 장잠으로 여성에게 특히 좋은 스포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