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한인 10명중 9명은 ‘한국 선거에 투표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해외조직인 ‘뉴욕세계한인민주회의’ 창립 추진위원회가 최근 뉴욕·뉴저지에 사는 한인 성인남녀 608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재미한인들은 무려 90.31%가 ‘투표하겠다’고 답변, 본국 선거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재외선거와 관련, 뉴욕·뉴저지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실시된 이번 설문 조사 결과는 재외국민의 투표율을 20% 안팎으로 낮게 본 정치권의 전망을 크게 웃도는 것이다.
▲ 재미동포들이 첫 참정권 행사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뉴욕추석대잔치
응답자중 320명은 영주권자·주재원·일시 체류자 등 참정권(參政權)이 처음 주어진 유권자였으며, 288명은 미국 시민권자였다.
재미동포들은 참정권 회복에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며 정당 활동에 대해서도 과반수가 넘는 숫자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참정권이 재외동포사회 발전에 도움(75.01%)이 되고 한국의 발전에도 긍정적으로 작용(77.14%)하며 재외동포 위상도 제고(73.85%)된다고 보았다.
참정권이 거주국의 정치력 신장에 걸림돌이 된다는 답변은 40.79%로 ‘그렇지 않다’(29.93%)보다 다소 높았으나 장기적으로 거주국의 정치력 신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답변은 73.35%로 압도적이어서 본국 정치에 대한 관심이 궁국적으로 거주국에서의 정치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또한 참정권이 ‘동포사회에 분열이 생길 수 있다’고 답한 사람은 열명 중 네명 꼴(40.79%)이었고 그렇지 않다는 28.78%, 모르겠다는 30.43%로 선거운동의 역기능(逆機能)을 우려하는 의견들이 일부 표출됐다.
복수국적 허용의견에 대해선 ‘대한민국 발전에 도움이 된다’가 77.14%로 ‘재외동포사회 발전에 도움이 된다’(74.01%)보다 오히려 높아 눈길을 끌었다.
응답자의 67.92%는 ‘재외국민에게도 피선거권을 줘야 한다’고 답해 재미동포 정치인 배출(排出)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총 17개 문항 중 시민권자(72.22%)가 재외국민(64.06%)보다 높게 나온 유일한 답변이다.
또한 시민권자 중 투표권이 주어진다면 선거에 참여하겠다는 답변이 79.52%로 시민권자도 10명중 8명이 한국 선거에 참여하고 싶다는 강한 의사를 피력했다.
지지정당을 묻는 의견엔 ‘매우 그렇다’가 10.53%, ‘그렇다’가 42.76%로 응답자의 53.29%는 ‘지지 정당이 있지만 사실상의 부동표(浮動票)가 절반에 가까워 재외 유권자의 캐스팅 보트 가능성을 높였다.
‘후보 또는 정당 선택 시 고려 사항’에 대해서는 ‘정당 정책’이 47.53%로 가장 많았으며, 선거공약(23%), 인물(18.91%), 여론(5.10%), 주변 의견(3.29%) 순이었다.
한편 ‘참정권이 헌법으로 보장된 권리’임을 모르는 한인이 43.59%에 달해, 홍보가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경로 뉴욕세계한인민주회의 창립 공동위원장은 사상 첫 재외국민 선거를 앞두고 실시된 미 동부지역 한인들의 설문조사라는데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시민권자들도 투표에 대한 강한 열망을 드러내는 등 동포들의 관심이 예상보다 훨씬 뜨거운데 놀랐다. 본국 정치권도 이같은 차원에서 면밀한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노창현특파원 croh@newsroh.com
<꼬리뉴스>
재미한인 투표율 크게 높을듯
이번 조사는 지난해 9월 홍정욱 의원(한나라당)이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미국 일본 유럽 등 전 세계 재외국민 8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와 비교해 흥미로운 결과가 도출(導出)됐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예상 투표율이다. 지난해 홍정욱 의원이 의뢰한 조사에서는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답변을 한 응답자는 29.7%, ‘가급적 투표하겠다’는 응답자는 29.8%에 달했다.
물론 당시 조사는 미국만 아닌 세계 여러 지역의 재외국민을 대상으로 한 것이고 전문조사기관이라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2012년 예정된 국회의원 총선 비례대표 투표가 다가오면서 제외국민들의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간과(看過)할 수 없다.
이는 오는 14∼15일 실시되는 모의 재외국민선거 신청자가 당초 예상치인 7천명을 훌쩍 넘는 1만161명에 달한 것에서도 입증된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정치권도 재외국민들에 대한 선거전략에 부심(腐心)하고 있다. 1997년과 2002년 대선에서 각각 39만여표와 57만여표 표차로 당락(當落)이 결정된 것을 고려하면 280만명에 달하는 재외 유권자들은 캐스팅 보트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 예정된 재외국민 투표는 해당 공관에 직접 나와야하는 불편으로 실제 투표자가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未知數)이다. 가장 유권자가 많은 미국의 경우 이번 조사 결과처럼 90%가 실제 투표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40~50%만 나온다 해도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한편 지난 4월 미주 중앙일보가 LA와 뉴욕, 워싱턴DC 등에 거주하는 한인 10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정당 지지율은 한나라당 20.3%, 민주당 7.7%였다. 이번 조사에서는 지지정당을 결정한 숫자가 과반수를 넘는 등 향후 정당별 지지율이 어떤 변화를 보일 지도 관심이 모아진다.
재미 유권자수는 90만여명(북미지역 120만여명)으로 추산(推算)되고 있으며 이는 전체 재외유권자수의 3분의1에 해당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