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시청자들은 세계 재난 구조사에 유례가 없는 기적(奇籍)의 생환 소식에 열광했다.
지난 8월 5일 칠레의 구리·금광 지하 약 700m 갱도에 매몰(埋沒)된 광부 33명 전원이 무려 69일 만에 구조되는 장면은 어떤 리얼리티 드라마보다 극적이었다. 지름 61cm 맨홀 크기의 구멍으로 밀어넣은 구조 캡슐 '피닉스'(불사조)가 광부들을 한명씩 실어 올리는 감동적인 장면을 세계 10억 인구가 생방송으로 지켜 볼 수 있었다.
▲ 이하 사진 www.wikipedia.com
매몰사건 직후만 해도 칠레 당국은 대다수가 사망했을 것으로 생각했다. 다행히 대피공간으로 이동한 이들은 매몰 이후 48시간마다 한 차례씩, 병마개 한 개 분량에 해당하는 참치를 먹으며 17일을 버텼다.
생사의 기로에 놓인 순간 구조대의 탐지봉이 이들의 공간을 발견, 쪽지를 통해 생존 사실이 알려졌다. 세계는 이들의 생환 가능성에 관심을 집중했지만 워낙 깊은 곳인데다 추가 붕괴(崩壞)가 우려돼 구조작업이 지연될 수밖에 없었다.
최소한의 생필품만을 공급받은 가운데 52일을 더 버틴 이들은 극한의 상황속에서 서로 믿고 의지하며 각자 역할 분담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 또 한번 깊은 감동을 주었다.
죽음에서 벗어난 광부들은 영웅으로 돌아왔다. 광부들은 아직 뉴스의 중심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10월 말 건강을 회복한 광부들은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의 초청을 받고 대통령궁을 찾았다.
기념행사가 끝난 후엔 모두 ‘33’이 배번으로 쓰인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축구장으로 달려갔다. 피녜라 대통령 등 정부 인사들과 벌인 축구경기는 생환 직후 대통령과 광부들이 친선경기를 갖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이들 중 갱도 안에서 매일 달리기 연습을 한 ‘마라톤 광’ 에디슨 페나는 지난달 뉴욕시티마라톤에서 완주해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다.
브라질 뉴스포털 UOL에 따르면 이들 광부들은 조만간 주식회사를 만들 예정이다. 자신들의 생환기를 다룬 책과 영화 등 저작물의 권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다.
이 주식회사에는 광부 33명 모두가 주주로 참여하며 외부 투자자도 모집할 예정이다. 저작물 판매로 얻어지는 수입의 80%는 광부들에게 돌아가며 20%는 주식회사 몫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민지영특파원 jymin@newsro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