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정의가 있는 나라라면 한국해를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미국이 동해를 일본해로 공식표기한다는 입장이 전 세계 한민족의 공분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뉴욕의 한인 평화운동가가 동해가 한국해로 표기된 미국의 고지도를 공개하며 미 당국의 답변을 요구하고 있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 유종구 소장 <뉴욕일보 제공>
화제의 주인공은 뉴욕평화연구소 유종구 소장(61). 뉴욕에서 독도와 동해지키기 캠페인으f 벌여온 유 소장은 지난 18일 한국과 일본 사이의 바다가 ‘한국해(SEA OF COREA)’로 표기된 지도를 전격 공개했다.
이 지도는 미국의 지도제작사 헌팅턴 하트포드(F.J.Huntington Hartford)가 1830년 8월30일 만든 것으로 유 소장은 오랜 노력 끝에 최근 뉴욕의 한 고지도 상점에서 입수했다. 그동안 한국해와 동해 등이 표기된 유럽의 지도들은 수차례 공개됐지만 미국이 제작한 지도에 한국해가 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 소장은 뉴스로와의 인터뷰에서 “다른 나라도 아닌 미국 스스로 한국해라고 해놓은 지도가 있는데 일본해로 부르겠다는 자가당착(自家撞着)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에 대한 질의서를 지도사본과 함께 백악관과 국무부 등에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외신과 미국 주류언론에도 이 문제를 이슈화할 계획이다.
그는 “미국이 이같은 사실을 몰랐다면 잘못을 인정하고 IHO(국제수로기구)에 한국해가 맞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고 만약 알고도 그랬다면 미국은 더 이상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할 자격이 없다. 역사적 사실과 정의에 반하는 나라를 누가 믿고 신뢰하겠느냐?”고 강경하게 비판했다.
최근들어 한국사회에선 ‘일본해’에 맞서기 위해선 ‘동해’보다 ‘한국해’로 가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미 유 소장은 10년전부터 이같은 원칙을 주장해 왔다. 2006년 뉴욕평화연구소의 전신인 독도평화연구소를 창설 운영하면서 독도달력 등의 홍보자료에 ‘한국해’를 표기해 왔다.
유 소장은 “대한민국 정부가 우리와 같은 운동가들의 주장에 관심을 갖고 전략적 협상을 했다면 지금 이렇게 힘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한국해, 일본은 일본해로 맞섰다면 최소한 한국해/일본해가 병기되거나 ‘동해’로 타협될 수도 있었는데 처음부터 동해를 내세우니 이미 선점한 일본해에 밀릴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조용한 외교’를 펼치겠다고 하는 것은 ‘조용히 일을 안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며 “각 나라 박물관이나 고지도 상점을 샅샅이 뒤져 한국해와 독도가 표기된 지도를 찾아내고, 이를 세계에 적극 알려나가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이 지금이라도 신한일어업협정을 철회하면 독도와 동해 문제는 자연스럽게 풀린다”며 “이명박 대통령 취임이후 독도와 동해 문제를 거론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권철현 주일대사야말로 문제를 확대시키고 있다”고 질타(叱咤)했다.
그러나 그는 “아직 희망은 있다”고 말한다. “미국에서 한국해로 표기한 지도를 찾아낸 것처럼 역사적인 자료들을 최대한 발굴해 미국이 스스로 잘못을 고치도록 명분을 제공하면 미국의 영향력에 따라 국제표기법도 정정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뉴욕=노창현특파원 croh@newsroh.com
<꼬리뉴스>
“독도는 평화운동의 출발”
유종구 소장은 반평생을 반독재 민주화투쟁, 평화운동에 헌신한 주인공이다. 거제 출신인 그는 오징어 어업에 종사하다가 1998년 신한일어업협정이 체결되자 전국 13개 수산업종 어민들로 구성된 `전국어민총연합회'를 이끌고 협정 파기(破棄)를 요구하는 시위를 전개하기도 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일본이란 호칭대신 ‘왜놈’이라는 표현을 되풀이해서 쓰는 등 일본의 해적질과도 같은 침탈에 분노를 담았다. “70년대엔 유신정권에 맞서 민주화운동을 했고 80년대는 노동인권을 위해 전두환 정권과 싸웠다. 90년대말 이후 독도운동에 헌신했다”는 그는 독도운동을 더욱 가열차게 하기 위해 2006년 미국까지 오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도미후 독도평화연구소를 설립, 독도 달력을 제작해 무료 배포하는가 하면 독도를 둘러싼 한국과 일본의 영유권 분쟁 배경을 알기 쉬우면서도 깊이 있게 다룬 `동해의 진주, 독도'를 출간하기도 했다.
현재 ‘캠페인-독도에서 만납시다’라는 책을 집필중인 유종구 소장은 “독도운동이 평화운동으로 나가야 한다는 생각에서 독도평화연구소를 뉴욕평화연구소로 이름을 바꾸게 됐다”며 독도가 하나의 섬이 아니라 평화운동의 시발점(始發點)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