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태풍 전야’다. 뉴욕시가 아연 긴장하고 있다. 시속 115마일의 초대형 허리케인 ‘아이린(Irene)'이 빠른 속도로 북상하는 가운데 뉴욕시와 주정부는 해안가 주민들과 관광객들의 대피 계획을 세우는 등 특별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26일(이하 미동부시간) “아이린은 지금까지 뉴욕시가 경험하지 못한 강력한 허리케인이다. 이것이 지금 우리를 향해 다가오고 있다”고 만전(萬全)을 기할 것을 당부했다.
뉴욕시는 로워맨해튼과 브루클린 코니아일랜드, 맨해튼비치, 퀸즈 파라커웨이, 브로드채널, 사우스비치 등 저지대 주민 25만명을 대피시키기 위한 셸터를 확보하고 대피 명령 시점을 저울질 하고 있다. 뉴욕시경은 저지대 지역에 운송용 보트 50대, 경찰 보트 33대, 헬리콥터 등을 대기시켜 놓았다.
이와 함께 허리케인의 영향권에 접어드는 27일 오후부터 해안가와 가깝고 낮은 지대에 위치한 철도와 지하철, 버스 등 모든 교통수단의 운행을 일시 중단한다는 계획이다.
뉴욕주와 뉴저지주도 25일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등 뉴욕시에 준하는 대피 계획을 서두르고 있다. 뉴욕시 북쪽에 위치한 코네티컷 주도 해안가 주민들에게 대피할 것을 명령했다.
국립허리케인센터(NHC)에 따르면 아이린은 25일 오전 11시쯤 바하마를 강타했으며 26일 오후 5시 현재 시속 12마일의 속도로 뉴욕을 향해 북상하고 있다. 카테고리 2로 세력이 다소 약화된 아이린은 28일 오후 2시께 뉴욕시 인근을 관통(貫通)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한편 이번 허리케인으로 27일과 28일 MLB 뉴욕 메츠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경기를 비롯, 뉴욕 일원의 모든 스포츠 경기와 브로드웨이 쇼 등 공연이 취소됐다. 가버너스 아일랜드에서 예정한 데이브 매튜스 공연과 링컨센터의 야외영화 상영도 취소됐다,
뉴욕=노창현특파원 croh@newsroh.com
<꼬리뉴스>
뉴욕한인 태풍 피해 우려
지난 23일 진도 5.8의 강진 공포를 경험했던 뉴욕일원 한인들은 초대형 허리케인이 통과할 것으로 예보되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플러싱 일대 상습 침수 지역 한인들은 소형 양수기와 가림막을 준비하는 등 침수 피해에 대비하고 있다.
이 지역 주민 김재영 씨는 “지난해 집중호우때 옆 상가건물의 하수구 물이 빠지지 않아 우리 집 지하실이 물이 잠겨 큰 피해를 봤다. 이번 태풍으로 또 어떤 일이 발생할지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이날 뉴욕 뉴저지 한인마켓은 생수와 라면, 손전등, 양초 등 생필품을 확보하려는 고객들로 하루종일 붐볐다.
뉴욕과 인접한 뉴저지 버겐카운티와 패세익 카운티 일부 지역 주민들은 홍수로 인한 상습 침수가 잇따라 이번 허리케인으로 얼마나 많은 비가 올지 예의 주시하는 모습이었다.
한 주민은 “올해만 벌써 세 번째 홍수 피해를 입어 보수공사를 통해 만전을 기하긴 했지만 이번 허리케인은 사상 유례가 없는 것이라고 해서 불안하기만 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