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도 하고 좋은 물건도 얻고”
19일 뉴욕 플러싱의 삼원각 대회의실. 초로의 신사들이 분주히 상품들을 진열하고 있었다. 고급보드카와 술잔세트, 사진작품, 홍삼류 등이 헤드테이블 앞에 보기좋게 놓여졌다. 뉴욕한국라이온스클럽(회장 남세우)의 신년하례 행사였다.
뉴욕라이온스 클럽이 진행하는 경매행사(競賣行事)가 훈훈한 화제를 뿌리고 있다. 뉴욕한인사회의 전통있는 봉사단체로 잘 알려진 라이온스클럽의 옥션은 기금 모금을 목적으로 대대적으로 벌이는 여느 경매행사와는 사뭇 다르다.
우선 상품 모두가 외부의 협찬이나 기증받은 물건이 아니라 대부분 회원들이 각자 가져온 것들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값 비싸고 근사한 것보다는 소박하면서 정감넘치는 물건들이 주종을 이룬다. 수시로 열린다는 지속성도 눈길을 끈다. 모임의 의미를 더욱 각별히 하자는 취지에서다.
남세우 회장은 “라이온스클럽의 옥션은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모임을 할때 기왕이면 아나바다 장터처럼 쓸만한 물건들을 가져와 클럽에 기부하고 그것을 경매로 되팔아 기금을 모으자는 뜻에서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남회장 자신도 지난 겨울 누가 가져온 중고 눈삽을 20달러에 사서 유용하게 쓰고 있다고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보드카의 경우는 식사에 앞서 경매를 해 구매자가 즉석에서 개봉해 한순배씩 돌리는 등 흐뭇한 정경(情景)을 연출했다. 이날 행사에는 국제라이온스클럽 20-R2 지구의 김광석 총재와 이성휘 전회장, 유용근 전회장, 안인종 총무 등 전현직 임원들과 초대손님의 재야사학자 폴 김 박사, 최윤희 뉴욕한인학부모협회장, 김병대 코러스 소사이어티 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모임에서는 경매와 함께 전년도 하반기 활동보고와 함께 ‘Peace Poster 시상식’, 다음달 4일 뉴욕 플러싱에서 열리는 한중합동설날퍼레이드 참가문제, 봉사활동기금마련 등이 논의됐다.
중국커뮤니티와 함께 진행하는 설날퍼레이드는 많은 미국인들이 음력설날을 중국설날로 착각하는 것을 막기 위해 보다 많은 한인들의 참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과 함께 우리 고유의 풍물을 더 많이 동원하자는 의견이 제기됐다.
폴 김 박사는 “동이배달한민족의 역년(역년)으로 올해는 5910년이다. 중국보다 오래된 역사를 가진 한민족인데 중국의 들러리처럼 보이는 퍼레이드를 해서는 안된다”며 우리의 역사역년이 정식 명기된 대형 배너를 들고 참가할 것을 주문했다.
라이온스클럽은 시카고에 본부를 둔 국제봉사단체로 전 세계 206개 국가 135만명 회원을 자랑하고 있다. 뉴욕한국라이온스클럽은 뉴욕은 물론, 뉴저지, 코네티컷을 관할하며 74년 창립된 이래 청소년과 시력장애인, 노인들을 위한 봉사활동에 애쓰고 있다.
뉴욕=노창현특파원 croh@newsroh.com
<꼬리뉴스>
최윤희회장 분위기메이커
이날 행사에서는 초대손님으로 참석한 최윤희 뉴욕한인학부모협회장이 즉석에서 중국의 대중가요를 불러 갈채를 받는 등 분위기를 흥겹게 이끌었다.
모임이나 행사에서 항상 튀는 옷차림과 헤어스타일로 한인사회에 잘 알려진 최 회장은 “어딜 가나 항상 소수였던 한국인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노래를 부르게 됐다”고 털어놓는다.
뉴욕시 교육국 공무원(학부모조정관)이기도 한 최 회장은 공무원 생활 초기 유형무형의 차별이 가해지자 딱딱한 회의석상에서도 거침없이 노래를 부르는 돌출행동으로 일약 주목받는 주인공이 됐다.
타고난 리더쉽과 분위기메이커로 좌중을 이끌지만 한인사회가 부당한 일을 당하면 늘 전면에 나서서 싸우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모국어나 다름없는 영어는 물론, 일어에도 능통한 최 회장은 “요즘 학교에 중국학생들이 많이 늘어 중국어를 배우고 있다. 오늘 부른 노래는 언젠가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을 만나면 그 앞에서 불러줄 노래”라고 거침없는 언변(言辯)을 과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