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적으로 양팔이 없이 손가락 일부만 어깨부위에 붙은채 태어난 여성이 있다. 게다가 그녀는 무릎의 슬개골이 없어 걸음도 부자유스럽다. 의사는 그녀가 태어난지 며칠안에 죽을 것이라고 했다. 다행히 살기는 했지만 휠체어 신세를 면하기 위해 열 살이 될 때까지 큰 수술을 열 번이상 해야 했다.
그런 여성이 세계최초로 태권도 공인 블랙벨트를 땄다면 믿을 수 있을까. 쉴러 래지위츠(33). 그녀는 2010년 7월 승단심사에 당당히 합격해 미 언론의 화제를 모았다.
두팔없는 블랙벨트 래지윅스의 영상이 미국민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고 있다. 구랍 27일 첫 방송을 시작으로 NBC 스포츠 계열의 CSN을 통해 미 전역에 방영되고 있는 태권도 다큐물 ‘심신과 생활의 합일(Unity of Body, Mind and Life)’에서 쉴러 래지위츠는 특별한 태권도 인생을 소개하고 있다.
이 다큐물은 뉴욕의 스포츠마케팅사 ISEA커뮤니케이션스(대표 조현준)가 제작한 것으로 각 8분길이의 에피소드 7개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한국과 미국의 태권도 인사와 선수들을 통해 태권도 전반을 소개하고 2부에서는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통산 12차례 우승하고 올림픽 메달을 5개나 딴 미국의 태권도 챔피언가족 로페스 패밀리가 주인공이다.
이 다큐물의 하이라이트라 할 쉴러 래지위츠는 3부에서 등장한다. 선천성 혈소판감소증으로 두 팔이 퇴화한채 태어난 래지위츠는 걸음조차 걸을 수 없었지만 불굴의 의지로 극복하고 세계태권도연맹이 공인하는 최초의 유단자가 되었다.
중학교때까지 그녀는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주인공처럼 메탈보조장치에 의존해 걸었지만 고등학교부터는 피나는 노력을 기울여 나중엔 일반 학생과 똑같이 축구와 승마까지 즐길 수 있었다. 그녀는 19세때 부모로부터 독립했고 23세때 운전면허를 땄다. 그녀는 “아리조나 대학에 다니던 2001년 홍보전단을 통해 처음 태권도를 알게 돼 흥미를 갖게 됐다”고 말한다.
가정폭력상담센터의 코디네이터로 일하며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녀는 2007년 매사추세트 피바디에 있는 맥코리 도장에 찾아와 태권도와 첫 인연을 맺었다. 이 도장의 사범인 샌드라 라로사는 “어느날 전화를 하고 체육관을 찾아온 그녀의 모습은 너무도 밝았다. 일주일에 세 번씩 거르지 않은 그녀는 남들과 똑같은 조건에서 훈련을 했다”고 정신력을 높이 샀다.
애초에 그녀는 발만 이용해서 태권도를 하려 했다. 어깨부위의 손을 활용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브루스 맥코이 관장은 그녀에게 할 수 있다며 훈련을 독려했다. 놀랍게도 그녀는 이 동영상에서는 손으로 송판을 격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돌려차기 등 멋진 발기술과 품새는 물론, 봉도 자유자재로 다루고 쌍절곤까지 돌리는 장면엔 눈이 휘둥그래진다.
도복과 호신장비 착용은 발가락만을 이용해서 어렵지 않게 하는 그녀는 집에서도 아무런 불편없이 생활을 한다. 조리를 하거나 타이핑을 치는 것은 입과 짧은 손을 이용해 자유롭게 해낸다.
영상제작을 위해 래디위츠를 만나고 돌아온 조현준 대표는 “정말 태권도를 제대로 할까 궁금했는데 놀랍고 감동적이었다. 그녀가 해낸 것이 경이롭고 그것이 태권도라는 점에서 깊은 자부심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쉴러 래디위츠는 “태권도는 내게 하나의 탈출구였다. 태권도를 통해 자신감과 희열을 느낀다”면서 “나에게 불가능이란 없다. 단지 시간이 걸릴뿐”이라며 미소지었다.
뉴욕=노창현특파원 croh@newsroh.com
<꼬리뉴스>
태권도 다큐 3월까지 미전역 방송
태권도 다큐물의 4부는 200개가 넘는 미국 공립학교에서 태권도를 정규 체육과목으로 선택한 과정 등이 소개되고 5부는 올림픽종목으로 태권도의 가치, 6부는 태권도가 축구다음으로 많은 세계인이 즐기는 스포츠가 된 비결 등이 소개된다.
이번 다큐를 위해 ISEA는 미국의 메이저 스포츠 방송 제작사인 잘버트 인터내셔널과 함께 전북 무주군의 태권도 공원과 지난해 5월 세계 태권도 선수권대회가 열린 경주, 서울 등은 물론, 미국의 보스턴, 텍사스,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등에서 현지 촬영을 진행했다.
조현준 대표는 2010년엔 한국 스포츠의 우수성에 초점을 맞춘 1시간짜리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ABC와 NBC 등 미 전역의 공중파 방송을 통해 내보냈고 지난해 1월에는 한인입양아 스키 올림픽 메달리스트인 토비 도슨을 주인공으로 한 휴먼 다큐멘터리를 제작,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에 방송한 바 있다.
조현준 대표는 “이번 다큐멘터리를 통해 태권도가 세계인이 공유하는 스포츠로서 종주국 한국이 세계인에게 만들어준 큰 선물이라는 점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