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맨해튼 도심 한복판에서 일어난 총격사건으로 행인 9명이 중경상을 입은 것과 관련, 경찰의 난사(亂射)가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24일 오전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앞에서 제프리 존슨이 전 직장동료를 살해하고 달아나는 과정에서 두명의 경찰이 범인에 총격을 가하다가 행인 9명이 유탄을 맞고 병원에 후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 뉴욕 맨해튼의 사건 현장 photo by 김진곤
존슨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남쪽 33가 앞에서 전 동료에게 5발을 발사한 후 도주했으나 추격한 경찰의 총을 맞고 34가 5애버뉴 지점에서 사망했다.
당초 NYPD는 범인도 경찰에게 총을 발사했을 가능성을 시사했으나 확인결과 존슨이 도주과정에서 총을 발사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레이몬드 켈리 NYPD 국장은 25일 “당초 존슨이 경찰에 총을 쐈다는 목격자 증언이 있었지만 그런 일이 없었고 부상당한 행인들은 경찰의 총에 맞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 사건 현장에 몰린 취재진 photo by 김진곤
이와 관련, 시민들은 경찰이 과잉 대응을 한게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형편없는 사격솜씨를 성토하고 있다. 이날 두명의 경찰은 도합 16발을 쏜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 8명과 관광객 1명이 부상당했으니 1명의 범인을 잡기 위해 9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셈이다.
물론 사건 현장이 출근길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지만 그럴수록 무고한 행인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총기 사용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미 사람을 살해한 범인이 총을 들고 있었기 때문에 경찰의 행동이 적절했다는 옹호론도 만만치 않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과 레이먼드 켈리 경찰국장은 이번 사건에서 경찰들이 총기사용 지침에 따라 적절히 행동했다고 옹호했다.
▲ 레이몬드 켈리 경찰국장 photo by 김진곤
그러나 일부 시민들은 “용의자가 명백히 사격을 가하는 상황이 아니었는데도 열여섯발이나 난사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토비 젠슨 씨는 “솔직히 이런 사건이 발생하면 범인들보다 경찰의 유탄에 맞을까 걱정이 된다. 뉴욕 경찰들이 제발 사격실력좀 키우면 좋겠다”고 일침(一針)을 가했다.
뉴욕=노정훈특파원 croh@newsroh.com
▲ 사건 현장을 차단하고 있는 뉴욕 경찰. photo by 김진곤
<꼬리뉴스>
“총격사건시 행인들 스스로 조심해야”
뉴욕시에서는 최근 2주사이에 혼잡한 도심에서 경찰이 총격을 가하는 일이 연이어 발생했다.
지난 12일 타임스퀘어에서 경찰이 칼을 휘두르는 남성을 제압(制壓)하는 과정에서 12발을 발사했지만 다행히 행인들이 다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USC의 범죄전문학자 지오프리 알퍼트 교수는 “경찰의 총격으로 행인들이 얼마나 자주 다치는지에 대한 데이터는 없다. 무고한 행인들이 다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한 것은 그런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경찰의 총기 사용이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한 연구에 따르면 경찰이 총기를 사용할 경우 조준한 목표물을 맞추는 확률이 34%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알퍼트 교수는 “경찰이 도심에서 총을 쏘는 것은 절대 영화가 아니다”라며 행인들 스스로 조심하는 것이 최상이라는 입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