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뮤지컬의 중심 뉴욕 브로드웨이 무대에 열 살짜리 한인 소녀가 올라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지난 8일 팰리스 씨어터에서 공식 개막된 리바이벌 뮤지컬 ‘애니(Annie)’에 출연 중인 장준아(10) 양. 뉴욕의 문화사이트 NY컬처비트(www.NYCultureBeat.com)는 20일 “장준아가 무려 5000여명의 오디션 경쟁을 뚫고 선발된 6명 중 유일한 아시안으로 울보 고아 테씨(Tessie) 역으로 1주일에 8회 출연하고 있다”고 전했다.

photo by Sukie Park/www.NYCultureBeat.com
만화를 원작으로 한 ‘애니’는 1933년 대공황기 뉴욕 로어이스트사이드의 고아원을 무대로 하고 있다. 1977년 4월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애니는 영화로도 만들어지는 등 스테디셀러로 세계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올시즌 리바이벌돼 최고의 화제작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해니건 원장의 핍박을 받으며 살아가는 고아들의 현실과 꿈을 다룬 오리지널 ‘애니’엔 아시안 고아가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장양은 천부적인 재능으로 테씨를 ‘이유 있는 아시안 울보 고아’로 새롭게 해석했다. 안경 쓴 울보고아 테씨가 탄생한 것이다.
장준아는 “본래 테씨는 울보 고아지만, 안경을 쓰진 않아요. 전 테씨를 그냥 울보가 아니라 나름대로 이유가 있어서 징징거리는 테씨로 만들었어요. 밤에 애들이 싸우기 때문에 잠을 잘 수 없어서 우는 것이지요. 테씨를 리얼하고 진지한 인물이라고 생각해요”하고 어른스럽게 설명했다.

photo by Joan Marcus/Sukie Park/www.NYCultureBeat.com
더욱 반가운 것은 이 뮤지컬에 한국어를 지칭하는 대사가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극중 비서가 고아를 선택하러 왔을 때 해니건 원장이 “얜 한국어도 해요”하고 말한다.
누구의 아이디어냐는 질문에 장준아는 “해니건 원장(케이티 피너란 분)의 아이디어였어요. 연출자 선생님이 ‘좋은 대사’라고 하셨고, 관객들도 좋아해서 그 대사를 그대로 쓰기로 했어요”하고 말했다.
이 대사덕분에 한국인 관객들은 더욱 친밀감을 느끼고 외국인 관객들도 자연스럽게 테씨를 통해 한국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됐다. 어린 한인관객들은 이제 장준아를 통해 브로드웨이 배우의 꿈을 꿀 수 있게 된 것이다.

정작 준아의 롤 모델은 해리포터의 에밀리 왓슨이다. “’해리 포터’를 무척 좋아해요. 전 미국에서 자랐기 때문에, 사실 한국 팝스타를 알지는 못했어요. 애니메이션은 가끔 보았지만요. 크리스틴 체노위스와 애니로 출연한 에일린 퀸과 안드레아 맥아들도 좋아해요.”
미주리주 컬럼비아에서 태어난 준아는 올 여름(7월 7일)에 10살이 됐다. 뉴욕에 오기전 장준아의 경력은 자못 화려하다. 학교에서 ‘수씨컬: 더 뮤지컬(Seussical The Musical)에서 주역급인 조조, ‘사운드 오브 뮤직(The Sound of Music)’에서 트랩 대령의 막내딸 그레틀, ‘스쿨하우스 록 라이브!(Schoolhouse Rock Live!)’에서 슐리 역을 맡았다. 고향에서도 ‘애니’에서 막내 고아 몰리 역으로 출연했으니 ‘애니’의 캐릭터를 두루 연기한 베테랑인 셈이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에일린 퀸이 주연한 영화 ‘애니’(1982)를 봤다는 장준아는 “‘애니’가 너무나 재미난 뮤지컬이기 때문에 항상 출연하고 싶었어요. 캐스팅됐을 때 깜짝 놀랐고 너무 흥분이 됐어요”하고 털어놓았다.

photo by Joan Marcus/Sukie Park/www.NYCultureBeat.com
학업을 위해 홈스쿨링을 하고 있는 준아는 회계감사직으로 10여년간 일한 엄마와 동생 민우와 함께 현재 뉴욕에 머물고 있다. 아빠는 미주리의 한 공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시간이 날 때마다 가족을 보러 온단다.
어른이 되어 맡고 싶은 역은 히트뮤지컬 ‘위키드’의 사악한 마녀 엘파바다. ‘10세 배우’ 장준아가 내일의 브로드웨이 스타를 꿈꾸고 있다.
뉴욕=민지영특파원 jymin@newsro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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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뉴스>
‘애니’ 1977년 브로드웨이 초연
만화를 원작으로 한 ‘애니’는 1977년 브로드웨이에 초연되어 6년간 롱런한 후 97년 리바이벌됐다. 할리우드와 TV영화로도 제작된 바 있다. 주제가 ‘투머로우’는 브로드웨이 클래식이 됐다. Photo: Joan Marcu
다음은 NY컬처비트(NYCuktureBeat.com)가 전하는 장준아와의 인터뷰.
-오프닝 나잇 공연은 어땠나.
“오프닝 나잇은 훌륭했어요! 우리 모두가 들떠있었지요. 오프닝 나잇에선 친구, 가족들도 오기 때문에, 박수도 크구요, 프리뷰와는 비교가 안돼요. 관객의 박수가 커지면 우리는 에너자이즈되어 더 잘하고, 그러면 관객은 더 박수를 크게 치고 에너지가 계속계속 올라가지요. 우리 고아들은 공연 후 “이건 최고의 공연이었어!’라고 환호했어요.”
-별자리가 뭔가
“전 말띠예요.”(장양은 7월 7일 생일로 게좌다.)
-브로드웨이와 지역 뮤지컬과 차이는.
“브로드웨이 공연은 로컬 시어터와 확실히 달라요. 여긴 모두들 집중해있고, “OK! 이렇게 하자, OK! 알겠어? 쇼는 1시간, 대사를 다 외워야해! 무대에서 하자!”등 매우 프로페셔널하고 모든 것이 빨라요.”
-관객의 사이즈와 인종도 다른데.
“미주리는 확실히 인구도, 관객도 뉴욕보다 적어요. 뉴욕은 사람도 많고, 다양하며, 바쁜 도시지요.. 컬럼비아는 매우 조용하고 평화로운 반면, 뉴욕은 생기가 있어요.”
(내년 3월 24일 개관 100주년을 맞는 팰시스시어터의 객석은 1743석이다.)
-브로드웨이 관객 중엔 아시안 관광객도 많다. 공연 중 관객이 보이던가.
“사실 우린 관객을 보지 않기로 되어 있어요. 1막에선 우리는 관객을 잘 안보지요. 하지만, 2막에서 드레스업한 후엔 관객의 눈과 마주치며 웃음지어요. 물론 공연 끝난 후엔 관객을 보며 인사를 하지요.”

▲ 친부모를 찾는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 고아 소녀 애니는 FDR의 '뉴 딜' 정책에 영감을 준다.
photo by Joan Marcus/Sukie Park/www.NYCultureBeat.com
-오디션은 어떻게 했나.
”네브라스카에서 열린 오픈콜(공개 오디션)에 갔어요. 우리는 6시간 운전해 갔고, 오디션을 했어요. 내가 출연했던 ‘스쿨하우스 록’ 중 ‘인터플래닛 재닛(Interplanet Janet)’을 불렀고, 대사를 했어요. 이후 계속 불러서 여기까지 왔어요.”
-테씨 역을 어떻게 준비했나?
“전 이전에 거의 노래를 했지, 춤은 별로 안 추었기 때문에 춤 연습 많이 하고, 보이스 레슨도 했어요.”
-캐스팅 콜을 받았을 때 소감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애니’를 봤어요. 에일린 퀸이 주연한 영화 ‘애니’(1982)와 아빠의 컴퓨터에서 유튜브로 다른 영화도 봤지요. 전 항상 ‘애니’에 출연하고 싶었어요. 너무나 재미난 뮤지컬이기 때문이지요. 캐스팅됐을 때 농담인 줄 알았어요! 깜짝 놀랐으면서도 너무 흥분이 됐어요. 놀라웠지요.”
Photo: Joan Marcus
고아 역에 한인과 흑인을 캐스팅하면서 '애니'는 관객의 인종적 다양성을 배려했다. 울보 고아 테씨로 분한 장준아.
-오리지널 ‘애니’엔 아시안 소녀가 없다. 새로운 테씨인가.
“테씨는 울보 고아지만, 안경을 쓰진 않아요. 난 테씨를 그냥 울보가 아니라 나름대로 이유가 있어서 징징거리는 테씨로 만들었어요. 밤에 애들이 싸우기 때문에 잠을 잘 수 없어서 우는 것이지요. 전 테씨를 리얼하고 진지한 인물이라고 생각해요. 전 대사 뒤에 어떤 생각이 있는 테씨로 만들었어요.”
-학교 공부는 어떻게 하나.
“프리뷰 때는 두 명의 튜터가 있었어요. 레벨은 다르지만, 우리가 스터디를 가져와서 공부했어요. 오프닝 후부터 나와 두명 다른 애들은 튜터를 그만 두었어요. 난 엄마 아빠가 커리큘럼을 짜서 홈 스쿨링을 하고 있어요. 아빠는 종종 뉴욕에 오세요.”
(아빠는 공대에서 가르치며, 회계감사직으로 10여년간 일했던 엄마는 아들 민우(7)와 함께 뉴욕으로 이주, 풀타임 엄마이자 장양의 매니저 역할도 하고 있다.)

-동생은 뉴욕 좋아하나.
“민우는 여기서 학교 다니면서 태권도도 배우고 있는데, 여길 무척 좋아하고, 즐기고 있어요.”
(장준아양은 '플레이빌'에 '부모님과 "훌륭한 동생 민우"에게도 고맙다'고 밝혔다. 엄마는 민우가 '날카로운 비평가'라고 말한다.)
-민우가 ‘애니’를 보고 뭐라던가.
“민우가 가장 좋아하는 뮤지컬은 ‘라이온 킹’이라고 했거든요. 제가 ‘’애니’엔 누나가 출연하는데도?’해도요. 그런데, 오프닝 나잇 공연을 본 후 ‘좋은 쇼야. ‘라이온 킹’보다 낫네!’라고 했어요!”
브로드웨이 히트 뮤지컬 '위키드'에서 북쪽에서 온 선한 마녀 글린다(왼쪽)와 서쪽에서 온 사악한 마녀 엘파바 중 장준아는 엘파바 역을 하고 싶다고. Photo: Joan Marcus
-처음 본 브로드웨이 뮤지컬은.
“지난 11월 콜백 때 뉴욕에 처음 왔어요. ‘메리 포핀스(Mary Poppins)’를 본 후 ‘브링 잇 온(Bring It On)’, ‘포티드 포터(Potted Potter)’, 그리고 ‘위키드(Wicked)’도 봤어요.”
-브로드웨이에서 배운 것은.
“프로페셔널해지는 것이예요. 무척 빨라야 하고, 쉽게 갈 수 없어요. 만일 계속 잘못하면, 안무가 안되면 ‘컷’해버리지요. 모든 것이 무척 빨라요. 연출자 리파인 선생님이 전문용어부터 연기에 대해 많은 걸 가르져주셨어요. 우리에게 ‘모두가 연기를 잘할 수는 있다. 하지만, 진짜 잘하려면, 무척 연기를 좋아해야 하고, 무대의 다른 배우들에게 귀를 기울여야 진정 좋은 배우가 된다’고 가르쳐주셨어요.”
-브로드웨이 공연하면서 가장 그리운 것은.
“친구들이요. 학교에서 점심 때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것, 우리 집에 초대해 노는 것… 그리고, 조용한 것, ‘빨리빨리’하는 것 말고요. 그래도 가장 그리운 건 친구들이예요.”
-영화나 다른 부문에도 출연하고 싶은가.
“오래 전에 광고에 출연한 적이 있었는데, 무척 멋있었요! 영화도 역할이 맞으면 멋질 것같아요.”

photo by Joan Marcus/Sukie Park/www.NYCultureBeat.com
-어른이 된 후 브로드웨이에서 하고 싶은 역은?
“‘위키드’의 엘파바(*서쪽 마녀)요! 제 모든 꿈의 역할은 애니의 ‘Tomorrow’나 ‘위키드’의 ‘Defying Gravity’처럼 대표적인 곡이 있는 역할이예요. 엘파바는 연기하기에 무척 재미있을 것 같아요!”
-다음 계획은.
“이제 안정됐으니, 공부를 더 하고, 엄마와 뮤지엄도 다니고 더 배우고 싶어요, 또, 항상 공연에서 더 개선할 점이 있지요. 항상 더 잘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요. 완벽한 건 없는 것 같아요. 매일 매일 더 잘해야지요.”
▲ 팰리스시어터(Palace Theater, 1564 Broadway&47th St.) ▲ 티켓: $65-$130(티켓마스터: 877-250-2929) ▲ 러시티켓: 오케스트라석 로터리 러시($40) 공연 시작 2시간 30분 전 응모, 2시간 전 추첨. 당첨자는 추첨 때 현장에 있어야 한다. 1인당 2매. 현금. ▲ TKTS 할인티켓: 50% 종종 나온다. www.anniethemusic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