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벌써 동지(冬至)가 왔네요. 팥죽을 먹으니 고향 생각이 간절합니다.”
21일 뉴욕 플러싱의 KCS 경로회관에 모인 한인노인들을 따끈한 팥죽을 맛보며 그리운 고향부터 떠올렸다. 2012년도 며칠 남지 않은 세밑. 올해도 변함없이 무료 제공되는 동지 팥죽을 앞에 놓고 푸근한 정을 나누었다.

뉴욕의 한인불자(佛子)들이 4년째 한인 노인들에게 동지날 무료 팥죽을 제공해 훈훈한 화제를 모으고 있다. 김정광 뉴욕한국불교문화원장을 비롯, 최한규 전 뉴욕불교신도회 부회장과 묘음행, 김숙현 보살 등 10여명의 불자들은 점심 시간 노인들에게 팥죽을 서비스하느라 부산했다. 준비한 팥죽은 모두 500인분.

KCS 경로회관은 뉴욕에서 가장 규모가 큰 시니어센터로 아침과 점심을 아주 저렴하게 제공하고 다채로운 문화강좌를 펼쳐 한인노인들은 물론, 중국계 등 타민족 노인들에게도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날 김정광 회장을 비롯한 불자들이 정성껏 쑨 팥죽과 시원한 물김치를 곁들인 노인들은 “고향에서 먹던 팥죽과 똑같은 맛”이라며 흐뭇해 했다.

김정광 회장이 무료 동지 팥죽 행사를 시작한 것은 2009년부터다. 당시 뉴욕불교신도회장을 맡고 있던 그는 신도들을 이끌고 KCS경로회관을 비롯, 코로나경로회관, 플러싱 커뮤니티 경로센터 등의 노인들 1200명에게 팥죽을 제공해 주목을 받았다.
김정광 회장은 “동지는 작은 설이라고 해서 설날과 추석 다음으로 우리 민족의 큰 명절인데 미국에서 살다보니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면서 “불교계는 해마다 사찰에서 동지 팥죽을 나눠 먹으면서 동포 노인들을 위해 이런 행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팥죽잔치를 위해 일주일전부터 팥을 불리고 새알심도 만드는 등 노고를 아끼지 않은 불자들은 맛나게 그릇을 비우고 고맙다고 치하하는 어르신들에게 큰 보람을 느끼는 모습이었다.
뉴욕=민지영특파원 jymin@newsroh.com

<꼬리뉴스>
떡한과전문점 '예당' 운영하며 나눔정신 실천
김정광 회장은 뉴욕·뉴저지·커네티컷 등 미동부지역 불교 신도들의 모임 뉴욕불교신도회를 지난 2008년 창설한 주역이기도 하다. 미동부에서 가장 오래된 뉴욕 원각사의 신도회장도 역임하는 등 돈독한 불심을 자랑하는 그는 평소에도 많은 떡과 한과들을 경로회관 등 노인단체에 기부하는 등 나눔의 정신을 실천하고 있다.
본래 무역업에 종사하던 그는 은퇴 후 미동부 최초의 떡 한과 전문점 ‘예당’을 아내와 함께 2003년 오픈, 현재 뉴욕과 뉴저지 등 세곳에서 영업하며 떡 한과전문점으로 명성을 누리고 있다.
미국에 무단 반출(搬出)된 불교문화재의 환수운동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그는 “문화재 환수운동을 벌이는 혜문스님을 통해 새해에는 좋은 소식도 전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