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의 고등학교 한국어반 학생들이 한자를 통해 한국의 유교사상을 공부하는 시간을 가져 눈길을 모았다.
플러싱의 동서국제학(EWSIS) 학교 학생들은 14일 우리 민화의 한 종류인 문자도(文字圖) 수업을 체험했다. 이 수업은 유교사상을 반영(反映)하는 한자를 익히고 각각의 글자가 의미하는 내용을 그림으로 그리며 한국미술의 한 분야를 배우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날 수업은 한미간 협력증진을 위한 민간단체 코리아 소사이어티에서 교육프로그램 담당 강사를 파견해 이뤄졌다. 이 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이정혜 뉴욕한인교사회 공동회장은 “우리 학교 학생들은 단순히 한국어만 배우는것이 아니라 한국 문화와 역사를 이해하는 다양한 수업을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학생들은 한자가 한중일 등 동북아 민족들이 공유하고 발전시킨 공동의 문자라는 것을 이해하고 글자의 의미와 한국 문화속의 유교사상까지 습득하는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서툰 솜씨지만 서화전을 방불케하는 그림과 글자를 그린 각자의 작품을 들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2006년 뉴욕시 공립학교로 개교한 동서국제학 학교는 6학년부터 12학년까지 650명이 재학중이며 한·중·일 아시아 3개국 특성화 교육을 실시하는 뉴욕시의 유일한 학교이다.
중학교 과정인 6~8학년 학생들은 한국어와 중국어 일본어를 각각 1년씩 의무적으로 배우며 고교과정인 9학년부터 3개국어중 원하는 언어를 제2외국어로 선택하여 수업을 받게 된다.

재학중인 학생들의 95%는 비한국계이며 현재 한국어반은 150명으로 이정혜 회장과 김정희교사 두명이 가르치고 있다. 이정희 회장은 ESL을, 김정희교사는 풍물도 아울러 지도하고 있다. 중국어와 일본어는 각각 1명의 교사가 맡고 있다.
학생들은 이번 문자도 수업처럼 한국요리와 K팝 댄스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한국 문화수업을 통해 한국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있다.

비단 학생들만이 아니라 교사들에 대한 아시아문화교육도 동서국제학 학교가 관심을 기울이는
대상이다. 보다 효과적인 특성화교육을 위해 한달에 한번 모든 교사들이 아시아문화를 익히는 시간을 갖고 있다.
이정혜 회장은 “15일에도 코리아소사이어티와 한국교육원의 지원으로 교사들에 대한 한국 도자기수업과 한국음식 체험의 기회를 가졌다”면서 “특히 배추된장국 인기가 최고였다“고 전했다.
뉴욕=민지영특파원 jymin@newsroh.com

<꼬리뉴스>
문자도는 민화의 한종류..일명 ‘꽃글씨’
문자도는 글자의 의미와 관계가 있는 고사나 설화 등의 내용을 대표하는 상징물을 자획(字畵) 속에 그려넣어 서체를 구성하는 그림으로 대개 병풍 그림으로 그려졌다.
18세기 후반부터 시작하여 19세기에 이르러 민화와 함께 널리 유행했는데 민간에서는 꽃글씨라고도 하며, 한자 문화권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조형예술로서 한자의 의미와 조형성을 함께 드러내면서 조화를 이루는 그림이다.
민화에 등장하는 문자도에는 보통 세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유교적 윤리관과 삼강오륜(三綱五倫)의 사상이 반영된 효(孝)·제(悌)·충(忠)·신(信)·예(禮)·의(義)·염(廉)·치(恥) 등 여덟 글자를 희화(戱畵)하여 그린 그림으로 효제도(孝悌圖) 또는 팔자도(八字圖)라고 한다.
둘째는 용(龍)·호(虎)·구(龜) 등의 글자를 이용한 수호적 상징문자도로, 고대 사신 사상과 애니미즘, 풍수사상을 반영한 그림이다.
셋째는 부귀(富貴)·수복강녕(壽福康寧)·다남(多男) 등의 글자를 이용한 길상 문자도로 염원이나 꿈 등을 획이나 글씨로 표현해 현세의 행복, 장수, 안락을 희망하는 그림이다.
문자도는 궁중의 장식문양뿐만 아니라 불교나 도교의 장식문양과 일반서민들의 일상생활에 사용하던 문양들을 회화적인 차원으로 끌어올려 당대 회화 발전에도 큰 역할을 했다. 제작기법으로는 붓을 사용하는 것 외에도 가죽붓을 재빨리 구사하는 혁필화(革筆畵) 기법, 인두를 불에 지져서 그리는 낙화(烙畵) 기법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