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인공위성 발사에 대한 남한의 반응이 묘하다. 첫째, 사실을 왜곡한다. 미국이나 남한 군사당국이 북한 ‘위성’이 궤도에 진입했다고 인정하는데도 ‘미사일 발사’라고 우긴다. 거짓말을 반복해 진실로 만들고 싶은 걸까. 사슴을 말이라 부르는 억지다.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을 위한 위성 발사라고 비판하거나 위성 발사를 빙자(憑藉)한 장거리 미사일 ‘실험’이라고 비난할 수는 있겠지만, 미사일을 쏘아올린 것은 아니잖은가. 공정하게 보도한다는 평가를 받는 일부 언론이 ‘로켓 발사’라고 표현하는데 이 역시 객관적 기사는 될 수 있을지라도 정확한 보도는 아니다. 만약 핵무기를 실은 로켓을 쏘아 올려도 미사일 발사 대신 로켓 발사라고 부를 텐가? 북한을 비판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비난하기 위해 사실을 왜곡하는 것은 나쁘다.
둘째, 북한의 위성 발사나 미사일 개발은 미국을 겨냥한 것이지만 미국보다 남한이 더 야단법석이다. 북한은 미국을 주적으로 삼는데 남한은 북한을 주적으로 삼기 때문일까. 한반도는 ‘무궁화 삼천리’라는 말이 가리키듯 북녘 끝에서 남쪽 끝까지 기껏 1,200km 안팎이다. 북한이 서울을 공격하려면 장사정포나 300-500km 단거리 미사일로 충분하고 제주를 목표로 삼아도 1,000-1,500km 중거리 미사일이면 족하다. 인공위성을 발사하며 대략 15,000km를 날아갈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는 것은 평화협정과 북미수교를 거부하는 미국에 도전하는 것이지 남한에 도발하는 것은 아니란 말이다. 미국이 북한과 한국전쟁을 끝내며 평화협정을 맺고 적대 관계를 풀며 국교를 정상화하지 않는 한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을 포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미국을 추종하며 남북 사이의 갈등과 긴장을 증폭(增幅)시키는 것보다 미국더러 북한과의 평화협정과 국교정상화에 나서라고 설득하는 게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와 통일을 위하는 게 아니겠는가.
셋째,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해도 남한에 고고도미사일방어망(THAAD)을 배치하는 것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북한이 남한 어디로든 미사일을 퍼붓더라도 낮은(低) 고도로 날아오지 높은(高) 고도로 날아올까.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고고도미사일방어망을 남한에 배치할 수 있다고 공표하는 것은 중국에게 대북 제재에 동참하라는 압력을 넣는 것일지라도, 중국을 압박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중국은 북한과 약 1,500km의 국경을 접하고 있기에 북한이 무너지면 중국의 안보에 큰 구멍이 뚫리게 된다. 북한 지도자가 맘에 안 들고 대량살상무기 개발이 못마땅해도 북한을 감싸지 않을 수 없는 배경이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고 봉쇄하기 위해 북한을 빌미로 일본과의 동맹을 강화하고 남한까지 끌어들이는 터에 중국이 미국과 남한이 원하는 대로 북한을 제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더구나 중국과 러시아가 극도로 거부하는 고고도미사일방어망 배치를 추진하며 두 나라와의 연대도 계속 중시하겠다는 것은 모순(矛盾)이요 허풍이다.
중국이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미국이 이를 비난하기는 곤란할 것이다. 중국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관련해 1-2 차례 거부권을 행사했다면, 미국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침공과 관련해 10-20회 거부권을 행사해왔기 때문이다. 남한 역시 중국에 불만을 표출할 수는 있어도 중국을 멀리 하기는 어렵다. 중국과의 무역액수가 미국 및 일본과의 무역액수를 합친 것보다 훨씬 많다. 무역으로 먹고 살며 무역흑자의 대부분을 중국을 통해 얻는 남한이 북한 같은 ‘고난의 행군’을 각오하지 않는 한 중국에 등을 돌릴 수 있을까.
넷째, 북한에 본때를 보인다고 개성공단 가동을 중단하는 것은 제 발등 찍는 격이다. 공단을 통해 북한당국이나 노동자들에게 나가는 돈보다 남한 기업들이 벌어들이는 돈이 훨씬 크잖은가. 초가삼간 다 타도 빈대 죽는 게 시원할 수 있지만, 초가삼간 태우며 빈대도 잡지 못하기 쉽다. 북한 노동자들이 개성에서 월급 10만 원 정도 받는 길만 있는 게 아니라 중국으로 진출해 30만원 안팎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통일부는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 당국에 들어가는 돈이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에 쓰인다고 말했다 취소했다 갈팡질팡하는데, 무슨 첩보를 바탕으로 이렇게 추정하거나 주장하는지 모르겠지만, 북한에는 인민경제와 군수경제가 철저히 분리되어 있다는 사실도 참고하기 바란다.

박근혜 초강경 대북정책의 의도
여기서 의혹이 생긴다. 박근혜 대통령이 아무리 독선과 불통 그리고 복수심으로 가득 차있어도 저토록 무모하고 모순투성이인 초강경 대북정책을 그냥 밀어붙이겠느냐는 것이다. 두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 4월 총선에서 압승해 영구집권의 길을 닦기 위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북한 붕괴와 흡수통일을 통한 ‘통일대박’의 꿈을 꾸는 것 같기도 하다.
총선과 관련해서는 북한의 핵실험과 위성 발사를 구실로 ‘테러 방지법’을 밀어붙이는 것도 수상하다. 국정원의 추악한 선거개입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총선을 두 달 앞둔 지금 교과서 국정화를 통한 역사왜곡 논란은 벌써 옛일이 되었다. 위안부 협상과 관련한 불만이나 분노도 잊혀져간다. ‘선거의 여왕’이 펼치는 통치술이다. 3월엔 사상 최대 규모로 미국과 합동군사훈련을 벌이겠다고 한다. 김정은의 목을 베는 작전까지 포함한다고 공개한 터다. 북한을 자극해 도발을 유도하는 걸까. 북한의 도발을 구실로 공안정국을 조성해 반대 세력을 무력화하고 저항 세력을 탄압하는 것은 정권을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한 전형적 수법이다. 이 과정에서 보수 세력은 ‘애국’을 앞세우며 북한에 대한 원한이나 김정은에 대한 적개심으로 똘똘 뭉치게 되고, 진보 세력은 ‘종북몰이’에 몸을 사리며 더 분열되기 마련이다. 이미 통진당이 해산됐고, 전교조가 고립되었으며, 민주노총이 힘을 잃었다. 무력한 야당은 단합하기는 커녕 쪼개졌다.
북한 정권을 교체하거나 체제를 붕괴시켜 ‘통일대박’을 터뜨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경제 제재를 강화하며 군사적으로 압박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가능성도 낮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1980년대 말 동유럽 사회주의권이 무너지기 시작할 때부터 1990년대 중반 김일성 사망과 심각한 경제난 그리고 황장엽의 탈북 등에 이르기까지 북한이 붕괴될 것이라는 전망과 주장이 미국과 남한에서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지만 ‘희망사항’으로 끝났다. 김정은 참수(斬首) 작전을 통해 그를 제거할 수 있을지라도 개혁개방이나 민주화보다 ‘선군정치’의 강화를 불러오기 쉽다. 참고로 남한에서는 1960년 민간독재자 이승만이 쫓겨나자 허수아비 허정과 장면을 거쳐 군사독재자 박정희가 등장했고, 그가 총에 쓰러지자 더 폭압적인 군사독재자 전두환이 나타났다. 김정은 참수작전이 성공해도 더 폐쇄적이고 폭압적인 군부정권이 들어설 수 있다는 말이다. 만에 하나 북한이 붕괴되더라도 남한에 흡수되기 전에 중국이 개입할 게 확실하고 무력충돌이 일어날 가능성도 크다. ‘통일대박’을 터뜨리기 전에 ‘전쟁쪽박’을 차기 쉽지 않겠는가.
다시 말해 남한과 미국의 경제 제재와 군사 위협에 북한이 굴복할 리 없다. 특히 고고도미사일방어망 배치는 실익 없이 중국과 러시아까지 적으로 만들게 된다. 붕괴되는 것은 북한 체제가 아니라 남북관계요 한반도 평화다. 냉정하게 생각하며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 역지사지(易地思之)도 필요하다. 남한 땅에 1958년부터 배치된 미국 핵무기는 1991년 철수되었지만, 핵무기를 실은 미군 함정은 수시로 한반도 주변 해역을 드나든다. 남한은 여전히 미국의 핵우산을 받고 있는 가운데, 북한보다 군사비를 적어도 10배 이상 더 쓰며 미국의 첨단무기를 가장 많이 사오고 있다. 이런 터에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을 먼저 또는 선뜻 포기할 수 있을지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자는 뜻이다. 해결방안은 쉽고 간단하다. 비용도 들지 않는다. 미국은 북한을 침략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 북한은 핵무기와 미사일을 포기하는 것이다. 서로가 믿지 못하는 상황에서 ‘네가 먼저’ 하라고 요구하는 대신 동시에 이행하는 것으로. 위기는 새로운 기회라고 하지 않는가. 생각을 바꾸면 불안한 정전협정에서 벗어나 한국전쟁을 완전히 끝낼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 이 글은 한겨레 신문에도 실렸습니다.